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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노벨상 받은 인공지능(AI) 그리고 양자역학 (feat. 문학상에 한강)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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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받은 인공지능(AI) 그리고 양자역학 (feat. 문학상에 한강)
노벨상 받은 인공지능(AI) 그리고 양자역학 (feat. 문학상에 한강)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왜냐고요? 여러분은 아인슈타인과 퀴리 부인 이후 어쩌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사람의 성과 이름을 말할 수 있는 경험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이 어떤 성과로 노벨 과학상을 받았는지를 두고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도 하시게 될 거예요. 모두 인공지능(AI) 덕분입니다.

 

10월 초는 항상 바빴습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예측해 보고 발표가 나면 글을 쓰고, 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랬던 저조차 당장 지난해 노벨 과학상을 누가 받았는지 물어보면 기억이 나질 않아요.

 

최근 10년으로 확장한다고 해도 힉스 입자의 힉스, 중력파의 킵 손, 유전자 가위의 다우드나.. 이 정도에 불과합니다. 과학자라고 해도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를 정도로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어찌 보면 ‘그들만의’ 영역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성과는 인류의 가치를 끌어올렸지만요.

 

그런데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에는 우리가 AI를 이야기하면서 수시로 언급했던, 한 번 이상 들어봤을 인물이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모두 AI 덕분입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에는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노벨 화학상에는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각각 이름을 올렸거든요.

 

심지어 이들이 노벨상을 받게 된 이유는 식사 자리에서, 술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물론 깊게 들어가면 정말 어렵지만요) 설명이 가능합니다 저는 지난 수요일 저녁, 노벨 화학상 수상자의 이름에서 허사비스를 보는 순간 뜬금없이 ‘양자역학’이 떠올랐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AI, 그리고 양자역학. 이번에는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볼게요. 또한 AI에게 처음 노벨 과학상을 준 지금, 앞으로 과학의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연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노벨 과학상도 AI가 받았는데 용어가 어려우면 안 되겠죠. 최대한 쉬운 용어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현재 노벨상 홈페이지에서는 '머신 러닝 모델이 물리학의 방정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라는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AI가 왜 물리학상을 받았지?"라는 질문에 특히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노벨상위원회의 발표 전반에서는 왜 이들의 연구가 물리학과 관련이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짧게 정리한 노벨 과학상과 화학상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노벨 물리학상은 힌튼 교수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가 받았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두 사람은 물리학을 이용해 인공신경망을 훈련했다”라는 제목으로 그들의 성과를 정리했어요.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시스템입니다. 뇌에 있는 수많은 뉴런이 연결돼 인지기능을 만들어 내듯이, 인공신경망은 ‘노드’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어요. 신경세포끼리 연결이 되듯, 이 노드는 서로 연결돼 정보를 처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홉필드 교수는 1982년 ‘홉필드 네트워크’를 제시합니다.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해가 사실상 불가능한 내용이라 봅니다만, 전문가의 힘을 빌려 비유적으로 말씀드릴게요. 5살짜리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그네 타는 법을 모릅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사람이 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발을 움직이면서 조금씩 그네 타는 법을 학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를 언제 구부려야 하고, 또 땅을 언제 밀면 그네를 더 높이 탈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는 그네를 타는 법을 익힙니다. 아이가 익힌 그네 타는 방식이 100%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보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동작을 하면 더 높이 그네를 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익힌 방식을 사용해도 꽤 재미있게 그네를 탈 수 있습니다. 즉 부정확하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 속에서도 우리는 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홉필드 네트워크는 뇌에서 발생하는 이런 과정을 수리적인 모델로 구현한 것입니다.

 

힌튼 교수는 ‘볼츠만 머신’을 고안합니다. 볼츠만은 통계물리를 만든 과학자예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분자는 무수히 많습니다. 따라서 이를 확률로 설명합니다. 볼츠만 머신이 바로 이를 뜻합니다. 즉 힌튼은 여러 개의 답 중에서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것을 ‘선택’하는 모델을 만듭니다.

 

생성형 AI를 예로 들면, 우리가 질문을 하면 학습을 통해 100% 정답은 아니더라도 가장 그럴싸한 답을 여럿 찾아냅니다. 그 뒤 이 중에서 확률적으로 답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을 찍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두 사람의 연구는 현재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AI 작동 방식의 기반이 됐습니다. 노벨상위원회는 “수상자의 연구결과는 이미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면서 인류에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다”라고 평가합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존 점퍼 수석연구원(맨 오른쪽)은 1985년생입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58세입니다. 노벨 화학상은 더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 몸은 DNA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DNA에는 특정한 형질을 나타내는 DNA 배열이 있는데 이를 ‘유전자’라고 합니다. 이 유전자가 생명현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단백질이라는 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를 이용해 백신과 같은 신약을 만들기도 합니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2003년 자신이 개발한 ‘로제타’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상에는 없는 단백질을 설계합니다. 우리가 지금껏 파악했던 단백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 세상에는 없는 구조를 만들고, 역시 역으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만든 뒤 실제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인 거죠. 이후 이 연구를 기반으로 의약품, 백신, 나노소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정말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2020년 공개된 알파폴드를 만든 허사비스 CEO와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도 화학상 수상자로서 이름을 올립니다. 이들이 개발한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보다 손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인간의 과학이 한 단계 진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5억 년의 시간을 앞당긴 AI).

 

단백질 이상은 질병으로 연결됩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 약물을 만들면 이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바로 단백질의 구조 파악입니다.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일은 악명 높은 연구 분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되는 분야가 아니었어요. 중요한 단백질 구조를 파악한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베이커 교수에게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의 절반을,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허사비스 CEO와 점퍼 수석연구원에게 준다고 합니다. 물리학상은 50대 50으로 나눠 가지고요. 노벨상위원회는 노벨상 후보 추천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50년 이후예요. 1972년, 노벨상 후보를 추천할 수 있었던 분이 한국인(문학상)을 추천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50년 만에 실제로 한국인이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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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세가 된 AI? 노벨과학상의 방향은

노벨 물리학상에는 현재의 AI를 있게 한 두 거물이, 그리고 노벨 화학상에는 단백질 연구자와 함께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 AI가 받았습니다. 노벨상 위원회 역시 세상을 바꾸고 있는 AI에 대한 흐름을 무시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벨 과학상 수상 과정을 살펴볼게요.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선정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전 세계 수천 명의 후보자 추천위원(과학자)에게 추천을 요청합니다(자기 자신을 추천하면 안 됩니다).

 

2024년 1월 31일 추천이 마감됐고 4월까지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9월에 노벨위원회는 최종 후보자에 대한 보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심사, 표결 등을 거쳐 최종 수상자가 결정됩니다.

 

즉 올해 수상자들은 지난해 추천을 받았습니다. 2012년 7월 힉스입자가 발견됐을 때, 같은 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지 못하고 이듬해인 2013년 받은 이유도, 2016년 2월 중력파가 발견됐는데 그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지 못하고 2017년에 주어진 것도 노벨상 수상 절차 때문입니다.

 

즉 이미 지난해 수많은 과학자는 힌튼 교수와 홉필드 교수, 그리고 허사비스 CEO와 점퍼 수석연구원을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자로 추천을 한 것입니다. 2022년 등장한 챗GPT로 2023년은 빅테크 기업은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 AI가 크게 주목받던 한 해였습니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1년 만에 AI 바람이 사그라든 것과는 달랐어요. 생성형 AI는 일반인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했습니다.

 

여러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를 내놨고 AI를 기반으로 한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으며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 조직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과거보다 나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됐어요. 이러한 경향은 올해도 역시 이어졌고요.

 

올해 1월 노벨상위원회는 AI와 관련된 사람들이 후보자 명단에 대거 있음을 확인했을 것이고(분명 오픈 AI를 이끄는 샘 알트먼 CEO도 누군가 추천하지 않았을까요. 추천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50년 뒤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궁금증, 50년 뒤에 제가 꼭 답해드릴게요!) 2024년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도 여전히 AI의 발전 속도와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벨상위원회는 물리학상에 힌튼 교수와 홉필드 교수를 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관심 있게 본 것은 바로 화학상이에요. 화학상을 받은 베이커 교수는 1990년 후반부터 수리모델을 기반으로 한 단백질 설계 프로그램 ‘로제타’를 개발해 왔습니다. 생화학자이기도 한 베이커 교수는 로제타를 기반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대회(알파폴드가 이 대회를 압살 했습니다...)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냈고, 2003년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게 됩니다.

 

지구상에 없는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를 만든 과학자. 이후 베이커 교수는 꾸준히 노벨 화학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어 왔습니다. 그만큼 인류에 미친 파장이 컸거든요.

 

노벨 과학상은 기본적으로 ‘최초’ ‘첫’이라는 수식어를 중하게 여깁니다. 누가 가장 먼저 발견했는지, 누가 가장 먼저 찾아냈는지가 노벨 과학상 수상의 바로미터로 불려요. 해당 분야에서 저명한 과학자지만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놓쳐 노벨 과학상을 놓친 과학자들은 상당히 많습니다(한국에도 있었죠!).

 

베이커 교수에게만 상을 줘도, 혹은 베이커와 함께 당시 단백질 설계에 크게 이바지한 또 다른 과학자에게 상을 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노벨상위원회는 알파폴드도 수상자에 포함했습니다. AI가 대세가 됐고 특히 알파폴드는 현재 과학자들에게 무료로 배포됐을 뿐 아니라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분명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을 거예요. 다만 아직 알파폴드를 이용해 만든 신약이 출시되지 않은 만큼 많은 과학자는 ‘아직 이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알파폴드의 수상을 두고 여러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I가 과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했고 세상을 바꾸는데 그만큼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앞으로 AI가 노벨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의 아버지 격인 사람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끝났다면 “AI는 이미 노벨상을 받았지”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자가 같은 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으니까요.

 

이런 일도 벌어질 것 같아요. ‘상온 초전도체’는 현재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과학 분야입니다. AI 개발자가 상온 초전도체 구현이 가능한 AI를 개발하고, 실제 이를 구현해 내는 데 성공한다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암이나 치매와 같은 질병을 타깃으로 한 AI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노벨 생리의학상은 따놓은 당상일 겁니다. 바르기만 하면 머리카락이 쑥쑥 나는 발모제를 비롯해 아직 인류가 해내지 못한 여러 분야에서 AI가 이용될 텐데, 이 과정에서 노벨상을 받는 AI 개발자가 앞으로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과학자들은 AI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제한적인 연구지만 인간 과학자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냈다는 실험도 있어요. ‘해당 분야의 정통한 과학자’와 ‘AI를 잘 활용한 개발자이자 과학자’ 혹은 ‘AI 개발자’가 한 팀을 이뤄 연구하는 상황도 확대될 것이고, 이러한 협력 연구가 이어지면 향후 노벨 과학상은 ‘과학자 + 개발자’가 공동 수상을 하는 사례도 많아질 것 같아요. 앞으로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흐름은 어떻게 될까요.

 

당신이 핸드폰을 들기 전까지, 핸드폰 액정은 깨진 것도, 깨지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입니다. '양자중첩'이죠.

 

노벨상 받은 인공지능(AI) 그리고 양자역학 (feat. 문학상에 한강)
노벨상 받은 인공지능(AI) 그리고 양자역학 (feat. 문학상에 한강)

 

3. AI는 양자역학의 뒤를 이을수 있을까

저는 양자역학도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학문을 일반인이 ‘아는 척’하면서 함부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긴 합니다. 양자역학은 당대 최고의 천재들만 이해했던, 혹은 그들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학문이었으니까요.

 

잠시 양자역학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양자역학을 가장 쉽고 간단하게 표현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분자의 움직임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양자역학 태동 이전인 1900년 이전. 뉴턴 역학이 세상을 지배했습니다. F=ma라는 절대 진리의 공식을 기반으로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물체의 운동뿐 아니라 행성의 운동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1900년대 초반까지 뉴턴역학은 잘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원자 분자를 연구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F=ma를 벗어나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즉 명확해야 하는 원자, 분자의 움직임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견됩니다.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많이 사용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만 봐도 그렇습니다. 속도와 시간을 알면 거리를 알아야 하는데, 양자 세계에서는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모르고,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모릅니다. 양자 세계에서는 입자가 됐다가 파동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확률로 이야기합니다.

 

당대 최고의 천재 과학자들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아인슈타인)” “자연이 정말 그렇게 불합리한가(하이젠베르크)” “양자역학을 연구하면서 머리가 아프지 않으면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닐스 보어)”와 같은 말을 하며 양자역학을 정리했습니다.

 

그랬던 양자역학. 이제는 현대 과학을 일으킨 당당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물리학자 만지트 쿠마르의 저서 ‘양자혁명’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양자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의 모습과 세계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장구한 우주의 역사와 우리 인류를 포함하는 생명의 정체성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양자물리학과 상대성 이론 덕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노트북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양자역학 자체가 ‘원자’ ‘분자’를 다루는데 우리 생활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이 원자,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양자역학은 어렵지만 우리 삶 곳곳에 있는 모든 곳에 양자역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이를 활용하고 있고요. 이제는 ‘양자생물학’이라는 이름으로 생물의 세포를 해석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AI 역시 언젠가는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AI는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 답을 내놓는지 모르지만 확률을 기반으로 그럴듯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인간에게 도움을 주면서 여러 분야에 쓰이고 있고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AI는 양자역학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분야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인간을 위해 활용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노벨 과학상 통계를 보니 양자역학이 영향을 미친 수상자가 과반 이상으로 보입니다. 입자물리학, 원자핵물리학... 모두 양자역학이 기반이니까요.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오펜하이머. 그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남긴 대사입니다. 힌튼 교수가 노벨상 수상 이후 한 인터뷰를 보면서 저는 이 대사도 떠올랐습니다.

 

힌튼 교수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어요.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우리는 걱정해야 합니다.”

 

AI 발전을 추구하는 오픈AI의 샘 올트먼에 대해서는 “내 학생 중 한 명이 올트먼을 해고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올트먼을 축출했던 사람이 바로 오픈 AI 공동 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거든요. 노벨상 수상과 함께 AI는 이제 정말 ‘대세 of 대세’가 된 듯합니다. AI를 배우려는 학생은 많아질 것 같고(의대보다 낫지 않을까요?) 이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거예요.

 

이와 함께 보다 깊이 있게, AI가 가져올 위험성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엄청난 가치를 선물하지만 여기에는 ‘평화적인 사용’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만 하거든요.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는 강력한 힘으로 전쟁을 종식했지만, 자신의 기술은 세상의 종말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협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AI라는 정말 유용한 도구 역시 인간의 옆에서 보다 유용하고 바람직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벨 과학상으로 AI가 선정되고,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이야깃거리가 많은 노벨 위크였습니다. 특히 한국 국적의 사람이 노벨상을 받은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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