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밸류업 프로그램이 뭔데?
1) 코스피만 별로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유독 한국 주식시장은 올 한 해 약세였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 나스닥 지수는 24.72%, 일본 니케이 지수는 13.90%가량 상승한 반면 코스피 지수는 3.2% 넘게 떨어졌는데요. 이에 한국 증시가 유독 저평가돼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 밸류업 프로젝트를 도입
정부는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자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지배구조를 개혁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개선하고, 의사결정 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꾸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 유치를 촉진하고 경영 효율까지 높이려는 의도죠.
3) 생각보다 별거 없던데
다만, 그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일본과 달리 참여 여부를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기며, 별다른 페널티도 주어지지 않는데요. 이에 기업의 프로그램 참여도가 저조한 상황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도입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 등에 대해서도 증시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뒤따랐습니다.
2. 그나마 적극적인 건 금융권
1) 금융권 밸류업 프로젝트 현황
그나마 금융권의 참여는 고무적입니다. 지난 25일, KB금융은 연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 13%가 넘는 잉여금을 모두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밸류업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내년에도 CET1 13.5%가 넘는 자본을 하반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투입하기로 했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런 KB금융의 계획을 극찬하며 A+ 등급을 매기기도 했습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Common Equity Tier 1)이란 우리말로 보통주자본비율으로 부르는 CET1은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상장 시 발행한 주식을 통해 조달한 자본을 뜻하는 보통주자본금은 가장 순수한 자기자본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 필요한 은행의 기초체력을 뜻하는데요. 은행의 총자본 중 보통주자본금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의미하는 것이 보통주자본비율입니다.
2) 4대 금융사 밸류업 공시 확대
다른 금융 기업 역시 밸류업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올해 7월 주주환원율 50% 등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던 신한금융은 지난 25일 내년 초까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4천억 원을 투입하는 등의 방안을 추가로 내놨는데요. 하나금융도 4분기 중 자사주 매입과 소각, 분기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할 예정입니다.
3) 환호한 시장
지난 25일 공시 발표 후 KB금융의 주가는 전일 대비 8% 넘게 상승한 10만 1천 원까지 올랐습니다. 국내 금융주 최초로 주가 10만 원 돌파라는 기록을 쓴 것인데요. 특히 외국인이 이날 하루에만 628억 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보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죠.
3. 기업은 반대로 소극적?
1) LG, 4대 그룹 중 최초
LG전자는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7% 성장,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 7배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향후 3년간 순이익의 25%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도 밝혔는데요. 다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며 ‘D등급’을 부여한 상황입니다.
2) 삼성, SK는 아직?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계획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두 기업이 밸류업에 소극적인 이유로 높은 상속세 부담과 글로벌 경쟁 압박 등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현금흐름이 줄어들었고, 기술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는 상황이기도 하죠.
3) 갈 길 먼 밸류업
비슷한 제도를 통해 증시 부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일본에 비하면,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일본에 비해 참여율과 속도 모두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애초에 오너 중심의 기업 구조 때문에, 기업이 상속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가 상승에 적극적일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재벌 기업 중심의 한국 증시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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