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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빅테크 동맹의 균열, 그 내막 (feat. 오픈AI로부터 독립)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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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동맹의 균열, 그 내막 (feat. 오픈AI로부터 독립)
빅테크 동맹의 균열, 그 내막 (feat. 오픈AI로부터 독립)

 

주말을 전후해 오픈AI가 챗GPT 윈도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윈도 버전용 챗GPT는 단축키(알트+스페이스)만 누르면 언제든지 호출해 쓸 수 있는 PC용 앱인데요. 오픈AI는 맥OS 버전을 올해 5월 출시했으니, 윈도 버전을 무려 5개월 더 늦게 출시한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무려 230억 달러를 투자한 빅테크 기업입니다. 작년 11월 샘 올트먼이 CEO에서 쫓겨났을 때는,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이 “모두 고용하겠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만큼 오픈AI와 MS는 파트너십이 공고했는데요.

 

이달 들어 두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파트너십에 금이 가려는 곳은 이 둘 뿐 아닙니다. AI 가속기를 설계하는 엔비디아와 반도체 수탁 생산 업체인 TSMC 사이에서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1. MS가 외쳤다! "오픈AI로부터 독립"

한때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최고의 브로맨스'라고 엄지 척했었는데요. 최근 들어 두 회사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두 기업은 상호 보완적이었습니다. 오픈AI는 MS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MS 애저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MS는 오픈AI가 개발한 GPT를 자사의 서비스에 연동해. 다른 빅테크 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AI 시대를 열 수 있었습니다.

 

1) 경쟁사 직원을 대거 영입하다

하지만 어느샌가 둘은 이런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나를 배신하면 어떻게 하지?” MS의 케빈 스콧 CTO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파트너십을 위해 오픈AI에 계속 투자해 왔는데요. 확실히 우리는 그들의 최대 자본 투자자입니다” MS는 서서히 기술 독립을 추진 중입니다. 올 3월에는 오픈AI의 경쟁사인 인플렉션(Inflection) 직원 대다수를 영입하고자 최소 6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인플렉션은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무스타파 슐레이만과 링크드인의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만이 2022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슐레이만은 MS에서 AI사업부 CEO를 맡고 있습니다. 오픈AI로부터 들여온 첨단 기술을 MS 제품에 적용하는 동시에, MS가 오픈AI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 서로서로 불만을 품다

D.A. 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MS가 오직 오픈AI 기술에만 의존한다면 뒤처질 수 있다”면서 “빅테크끼리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오픈AI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픈AI 본사에는 수십 명의 MS 직원들이 입주해 함께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이곳 직원들은 불만이 큽니다. 슐레이만은 “오픈AI가 새로운 기술을 MS에 충분히 빠르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슐레이만이 오픈AI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는 루머마저 돌았습니다.

 

반면 오픈AI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불만이 커졌습니다. MS 직원이 마치 자기 집처럼 들어와서는, 마음대로 오픈AI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오픈AI로서는 선택의 폭이 적다는 데 있습니다. 오픈AI는 MS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컴퓨팅 파워는 무조건 MS 애저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올 6월 MS를 가까스로 설득해 100억 달러 규모 정도만 오라클의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습니다. 오픈AI는 지속적으로 MS를 향해 클라우드 비용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 MS 넘어, 엔비디아 MGX로

또 MS 의존도를 낮추고자 애플, 엔비디아, MGX (아랍에미리트의 기술 기업)와 접촉했고, 애플과는 챗GPT 기술을 아이폰에 탑재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오픈AI는 이달 초 66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 투자를 유치했는데, 엔비디아와 MGX가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MS 역시 투자에 동참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오픈AI는 올해 말까지 최소 54억 달러의 컴퓨팅 파워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5년 뒤인 2029년에는 지출 규모가 연간 375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무려 51조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올트먼이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났고, 직접 반도체를 설계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고 한 이유입니다.

 

4) 오픈AI가 AGI를 외치는 이유

컴퓨팅 파워 비용이 고스란히 MS로 흘러가다 보니, 오픈AI 직원들의 불만도 큽니다. 이들은 MS가 충분한 클라우드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불만입니다. 또 다른 몇몇 직원들은 “오픈AI가 다른 AI 기업에 뒤처진다면, 이는 MS 때문일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픈AI가 MS로부터 벗어날 방법 중 하나는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오픈AI와 MS 간 계약에는 오픈AI가 AGI를 개발할 경우, MS는 오픈AI의 기술에 대한 접근 권한을 잃는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특정 기업이 강력한 AI를 오남용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오픈AI는 이를 향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부터 AGI 시대가 열렸다”라고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오픈AI에 있기 때문입니다.

 

5) ‘따박따박’ 받으려는 MS

MS는 갈수록 오픈AI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시애틀에서 열린 MS 콘퍼런스에서, AI 제품 담당인 아샤 샤르마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는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MS는 오픈AI가 향후 지출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클라우드 비용을 고스란히 챙기는 동시에, 기술적으로는 오픈AI에 의존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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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개사와 한판 한 TSMC, “문제는 엔비디아 설계 탓”

엔비디아는 올해 3월 새 GPU인 블랙웰을 공개했는데요. 놀랍게도 1년 치 모두 완판 됐습니다. 블랙웰은 현재 주력인 호퍼 시리즈의 H100과 H200을 잇는 차세대 칩인데요. 연내 양산이 목표라고 하니, 1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겠다는 고객들이 즐비한 대목입니다. 또 경쟁사들 보라고, 이달 11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에 먼저 공급을 했습니다.

 

1) 먼저 가지고 간 MS 애저

엔비디아는 “MS 애저가 GB200 기반 AI 서버를 갖춘 블랙웰 시스템을 구동하는 첫 클라우드 솔루션 제공업체가 됐다”라고 자평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반도체일까요.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매그니피센트 7에 있습니다.) 2024년 3월 18일. 엔비디아 개발자를 위한 연례행사인 GTC 2024에서 젠슨 황이 무대에 올랐는데요.

 

젠슨 황은 새 GPU인 블랙웰 B200과 이를 기반으로 만든 AI 슈퍼 칩 GB200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블랙웰은 미국의 수학자이면서 통계학자인 데이비드 해럴드 블랙웰의 이름에서 땄습니다. 블랙웰 B200은 연산 단위인 트랜지스터가 2,080억 개로 20페타플롭(PetaFlops) 성능을 내는 GPU입니다. 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 번의 수학 연산 처리를 할 수 있음을 뜻하는 컴퓨터 처리 속도 측정 단위입니다.

 

2) H100보다 성능이 무려 7배

무려 초당 2경 번에 달하는 연산이 가능한 것인데요. GB200은 GPU인 B200 2대에 자체 개발한 CPU인 그레이스 1대를 결합한 슈퍼 칩입니다. 또 SK하이닉스의 HBM 6대가 장착됩니다. 오픈AI의 챗GPT 근간이 되는 GPT-3.5를 기준으로, GB200은 종전 버전인 H100보다 성능이 7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고, AI 학습 속도 역시 4배나 우수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GB200 72개를 연결하면 하나의 슈퍼컴퓨터가 됩니다. 엔비디아는 이를 ‘GB200 NVL72’로 이름 붙였습니다. 즉 GPU 블랙웰 B200 × 2대 → 슈퍼 칩 GB200 × 72대 → 슈퍼컴퓨터 GB200 NVL72로 확장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슈퍼컴퓨터 여러 대를 연결하면 GPT-3.5와 같은 초거대 AI를 학습하는 데 필요한 AI 데이터센터가 됩니다. 젠슨 황은 효율을 강조했습니다. 특정 AI를 학습하는 데 종전에는 GPU 8,000개와 15MW 전력을 투입해야 했다면, 이제는 GPU 2,000개와 4MW만 필요하다고 합니다.

 

3) 삐그덕 대는 양산 계획

하지만 양산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엔비디아처럼 AI 칩을 설계하는 업체는 TSMC처럼 파운드리 기업에 제조를 맡기는데요. TSMC는 3 나노·5 나노와 같은 선단공정에서 무려 92%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독점 기업입니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TSMC는 블랙웰 생산 차질 이유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습니다.

 

블랙웰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TSMC가 납품한 반도체가 고장 난 것을 발견한 것인데요. 곧 ‘네 탓’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엔비디아는 TSMC에 고장 이유를 문의했지만, TSMC는 책임을 엔비디아의 설계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오류로 간주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4) “전용 제조라인 만들어 주라”

갈등은 이후에도 나타났습니다. 젠슨 황 CEO는 올 6월 TSMC를 방문해 엔비디아만을 위한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라는 첨단 패키징 라인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CoWoS는 TSMC의 최첨단 후공정 기술입니다. 하지만 한 TSMC 임원은 “엔비디아가 자금을 댈 것도 아닌데 쉽게 이야기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급기야 웨이저자 CEO가 급격히 말렸습니다. TSMC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요구를 들어줄 경우, 다른 고객 너 나 할 것 없이 똑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애플 AMD 퀄컴 브로드컴 소니 인텔 등이 주요 고객사입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지난해 TSMC 매출의 10%를 차지해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사입니다.

 

5) “자금 댈 것도 아닌데...”

문제는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TSMC가 엔비디아 생산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또 아쉬울 것 역시 없습니다. 엔비디아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난 7597억 대만달러(32.4조 원), 순이익은 54.2% 급증한 3253억 대만달러(13조 8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 순이익을 놓고 보면 엔비디아와 TSMC 두 회사가 비슷비슷합니다.

 

TSMC는 2026년까지 매년 CoWoS 기반 칩 생산 능력을 60%씩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만,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현재 두 회사는 모두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문전성시인데요. 엔비디아는 AI반도체 시장의 95%를 장악하면서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2위에 올랐고 TSMC는 압도적인 파운드리 시장 1위로 선단공정 반도체에서는 시장점유율 9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6) 너무나 높은 TSMC 의존도

하지만 균형추를 놓아보면, TSMC가 더 무게감이 큽니다. TSMC는 엔비디아가 없더라도 다른 고객이 있지만, 엔비디아는 TSMC가 없다면 제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 6월 TSMC가 가격을 인상했을 때도 엔비디아는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블랙웰 1년 치는 다 팔았는데, 제품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엔비디아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더인포메이션은 “AI 반도체가 아닌 게임용 GPU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다만 TSMC의 같은 세대에 비해, 20~30% 낮은 가격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기업 파트너십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파트너십이 깨지는 핵심 이유는 높은 상호 의존도 때문입니다. 한쪽이 다른 쪽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신뢰가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더 강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 의존적인 파트너에 대해 더 많은 요구를 하거나, 협력 관계를 단절하고 대체 파트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한 위치에 있는 기업은 상대방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지기 전에 관계를 재검토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나 개인 간 관계에서도 종종 나타납니다.

 

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현저성(전체 매출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비중)과 대칭성(상호 의존적인지, 일방적 의존인지)입니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아마존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월마트의 물류 네트워크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로 경쟁을 벌이는 관계로 변신했습니다. 테슬라 역시 초기에는 모빌아이(현재는 인텔 자회사)로부터 비전 기술을 제공받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을 염려해 파트너십을 종료했습니다.

 

결국 파트너십에서 중요한 것은 의존성 관리와 독립성 확보 아닐까 합니다. 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상호 의존도를 조절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파트너십은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재평가해야 하는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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