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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리나라 주식이라서 싸다?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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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리나라 주식이라서 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리나라 주식이라서 싸다?

 

요즘 부쩍 뉴스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정부가 주식 관련 제도를 손보면서 핵심 목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꼽았기 때문인데요. 한국 주식 시장이 저평가되면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우리나라 주식 가격이 정말 해외보다 낮게 평가되는지 궁금해집니다. 정말 한국이라서 국내 기업의 주가가 낮게 형성된 거라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도 말이죠. 오늘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1.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란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해외 기업의 주가보다 낮은 현상을 말합니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낮은 현상을 지칭할 때 쓰이던 용어가 지금까지도 사용되는데요.

 

1) 코리아 디스카운트, 진짜야?

우리나라 기업과 해외 기업의 주가를 비교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PBR(Price to Book Ratio)이 그 기준이 됩니다. 2011년~2021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PBR은 평균 17.0으로, 선진국 평균인 22.2나 신흥국 평균인 21.3에 비해 확실히 낮죠. 산업군을 나눠 봐도 의료와 부동산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PBR이 해외 기업의 PBR보다 낮습니다.

 

2) PBR이란?

PBR이란 주가를 1주당 순자산(BPS, 순자산/주식 수)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순자산은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로, 쉽게 말해 현재 회사의 실질적 재산을 뜻하는데요. 우리나라 기업의 PBR이 해외 기업의 PBR보다 낮다는 뜻은 비슷한 수준의 실질적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가는 낮다는 의미입니다.

 

국가별로 PBR을 살펴보면 더욱 뚜렷하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주요 45개국 중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PBR은 41위로 대만이나, 일본, 홍콩 등 주변 국가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2.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열악한 기업 지배구조로 인한 주주 환원 미흡’입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열악하고, 주주 환원이 미흡하다는 건 과연 무슨 뜻일까요?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1) PBR이 낮은 이유는?

앞서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PBR이 낮다고 했는데요. 이는 주가가 낮아서도 그렇지만, 분모인 순자산이 커서 그렇기도 합니다. 자본과 잉여금을 합친 순자산이 높다는 것이 긍정적인 의미인 것만은 아니죠. 다른 말로는 번 돈을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제대로 나눠주지 않고 인색하게 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 낮은 배당 성향

배당금이란 기업이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해 주는 것입니다. 배당금은 주식을 거래해 얻는 차익 외에 주식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수익인데요.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 성향은 평균 26.7%(2021년 말 기준)입니다. 번 돈의 26%만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건데요. 미국(41%)이나 일본(31.1%), 중국(28.4%) 보다 훨씬 낮죠.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은 중요한 투자수익 창출 수단인데, 이를 적게 주니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죠.

 

3) 왜 배당 성향이 낮을까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 성향이 낮은 이유는 특이한 기업 지배구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기업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경영까지 함께합니다. 이 경우에 지분을 가진 오너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많이 지급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잉여금을 회사에 잘 쌓아두고 있는 선택지가 더 매력적입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배당 성향을 낮추는 아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배당수익은 희석된다

대기업 오너의 입장에서 자회사나 손자회사가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A 회사는 자회사 B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습니다. B 회사가 총 10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A 회사는 30만 원의 배당 수익을 받겠죠. 이런 식으로 대기업 오너에게 들어오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배당 수익은 지분 관계에 따라 희석됩니다. 오너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오너의 연봉을 더 올리거나, 차라리 다른 신사업에 투자하는 쪽이 더 수익성이 좋죠.

 

② 배당금 지급보다는 현금을 쌓아두는 게 매력적이다

배당금을 지급해 주주가치를 높이면 주가가 그만큼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오너 입장에서는 배당으로 주가를 높일 동기가 부족합니다. 보통 오너들은 일반 투자자처럼 보유한 주식을 사고팔지 않습니다. 대신 인수합병 시 인수자에게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오너가 보유한 주식엔 회사의 경영권이 포함돼 있어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팔립니다. 그런데 경영권이 포함된 이 주식은 회사에 여유 현금이 많고 자본이 탄탄할수록 비싸집니다. 따라서 오너 입장에서는 당장 배당으로 주가를 올리기보다 현금을 쌓아두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입니다.

 

4) CEO의 목표가 달라

해외 기업의 CEO는 보통 고용된 전문경영인이 맡습니다. 이사회 역시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큰 과제로 생각하고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에 힘쓰죠. 주가 상승이야말로 가장 좋은 주주가치 제고이기에, 해외 기업의 CEO는 주가 상승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CEO는 곧 기업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회 역시 CEO와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요.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을 위한 의사결정보다는 CEO의 이해관계에 맞는 의사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주주의 의견과 다른 의사결정 사례: 물적분할

물적분할이란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지분을 소유해 ‘모회사’가 되는 형태의 분할입니다. 기존 회사는 신설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고, 신설 회사는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회사의 주주 입장에서는 당장 아무런 이득이 없고, 핵심 사업부가 신설 회사로 떨어져 나가 기존 회사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어 물적분할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자면 물적분할은 오너 입장에선 지배권을 유지하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올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주주로서는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 있는 거래입니다. 물적분할 논의가 나오면 대주주를 제외한 여러 주주가 반대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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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다른 원인

1)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 금지

우리나라는 주식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 공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으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서 불법 공매도를 일삼자 작년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는데요. 하지만 이 공매도 금지에도 우려가 뒤따랐습니다. 자칫 우리나라 증시가 불안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공매도를 금지하면 우리나라가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기 어려운데요.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입니다.

 

2) 탄탄한 수급 부족

우리나라 증시는 해외 증시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2022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 비율은 64%로, 30%대인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높죠. 대개 단기 투자로 차익을 실현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는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기관투자자의 수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관의 탄탄한 수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국내 증시의 약점으로 꼽힙니다.

 

3) 지정학적 리스크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대만의 증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죠.

 

4.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1) 의무공개매수제도

의무공개매수제도란 기업이 인수합병을 할 때 대주주의 지분만 매수하지 않고 소액주주의 지분도 의무적으로 함께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앞서 설명했든 경영권을 사고파는 인수합병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거래하는데요.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에게도 주기 위한 제도가 의무공개매수제도입니다.

 

2) 배당 제도 개선

2024년부터는 투자자들이 배당금의 규모를 먼저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배당금을 받는 주주를 12월 말에 확정하고, 다음 해 3월에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액을 확정했는데요. 올해부터는 3월에 배당액을 확정한 이후 배당을 받는 주주를 확정하는 순서로 배당 절차가 개선된 거죠. 배당액이 높은 경우 투자 수요가 몰리고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바뀐 배당 제도는 기업의 배당 성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2023년 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며 외국인 투자자가 더욱 쉽게 국내 증시에 진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금융감독원에 사전등록이 필수였는데요. 이제는 여권번호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해지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가 쉬워지면 장기적으로 투자 규모가 늘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계적으로 살펴봤을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강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열악한 기업 지배구조와 미흡한 주주 환원 정책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및 오너의 이해관계와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은 장기적이고 어려운 문제이기에, 우선은 이사회를 주주 친화적으로 만드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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