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일 벗은 K-밸류업 지수
1)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지난 24일,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밸류업 지수)를 공개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일부인데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외국 기업의 주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불투명한 회계처리, 소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2) 밸류업 지수, 뭐가 다른데?
밸류업 지수는 단순히 시가총액 순으로 상위 200개 기업을 포괄한 코스피 200 지수 등과 조건이 다릅니다. 종목 선정 시 시가 총액과 함께 수익성, 최근 주주환원 여부,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을 따지죠. 규모가 큰 초대형 종목으로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별 종목의 비중도 최대 15%로 제한했습니다.
3) 앞으로 일정은?
밸류업 지수의 산출은 오는 30일부터 시작됩니다. 오는 11월 중에는 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한 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장될 예정입니다. 매년 6월엔 정기적으로 지수 구성 종목도 바꿀 계획이죠.
2. 어느 기업이 포함됐나
1) 첫 선정 100개 종목은
밸류업 지수에 선정된 종목은 총 100개입니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외에도 현대차, 기아, 셀트리온, 신한지주 등이 대표적인데요. 경동나비엔, 쿠쿠홈시스 등 기존 코스피 200에 없는 기업 12곳도 선정됐습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IT 기업이 24개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20개), 헬스케어(12개)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2) 빠진 종목은 왜
예상과 달리 선정되지 못한 기업도 있습니다.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포함되지 않았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년 연속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을 실시하지 않아 빠지게 됐습니다. 또 SK텔레콤, KT 등 통신주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 제외됐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주가를 순자산(자본)으로 나눈 지표입니다. PBR이 1보다 낮으면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죠. 보통 이러한 기업을 저PBR 기업이라고 하고,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때 ROE가 낮은 기업은 주의해야 합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란 기업이 각종 비용을 빼고 벌어들인 최종적인 이익인 당기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입니다. 주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얼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저PBR주의 주가가 정말 저평가돼 있는지 확인하려면 ROE도 확인해야 하죠. PBR과 ROE 모두 낮은 기업의 경우,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해 주가가 떨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코스닥 비중 높았다
한편, 코스닥 종목 비중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 메디톡스, 하나머티리얼즈 등 코스닥 기업 33곳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는데요. 당초 시장이 코스닥 기업 10개 정도만 선정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보다 3배 많았던 겁니다.
4) 저PBR 대신 고PBR?
PBR이 상위 50% 내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도 역시 의외인 점으로 꼽힙니다. PBR이 낮은 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원래 시장 예측과 갈린 부분이죠. 이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저PBR 종목이 더 소외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3. 우리 증시 탄력 받을까?
1) 효과는 얼마나?
밸류업 지수 발표만으로는 증시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증권업계 중론입니다. 주가지수는 후행 지표다 보니 주가 부양을 이끌기 힘들고,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이유죠. 물론, 국민연금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가 지원에 나선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만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 해외 반응은 어떨까
다만,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해외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두고 일부 재벌이 주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꼬집었는데요. 한국 대기업을 지배하는 재벌은 상속세를 늘린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3) HSBC, 한국 주식 팔아라
영국 대형 은행 HSBC 역시 최근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 심리 약화와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 참여 저조를 이유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6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 지 불과 3개월 만입니다.
'경제 > 국제증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리나라 주식이라서 싸다? (32) | 2024.09.27 |
---|---|
디즈니를 따라하는 넷플릭스 (feat.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 (38) | 2024.09.26 |
빅컷에 돌아온 투자심리 (feat. 이차전지주 강세) (25) | 2024.09.25 |
메타의 첫 배당금 지급 (feat. AI로 되살아난 메타) (25) | 2024.09.24 |
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36) | 2024.09.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