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카오의 생성형 AI, 뭐가 다른가요?
얼마 전인 22일 열렸던 카카오의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if kakao AI 2024)’의 핵심 주제는 ‘생성형 AI’였습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만이 가진 어쩌면 유일무이한 차별적 자산이자 핵심 경쟁력은 관계와 관계를 통한 연결”이라고 강조하면서요. “생성형 AI 시대에도 카카오는 관계라는 차별적 자산을 활용하여 서비스 중심의 AI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한 AI 브랜드이자 서비스가 ‘카나나(kanana)’입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AI 기술 자회사 카카오브레인 인력들을 흡수하면서 조직명을 ‘팀 카나나’로 명명했고요. 현재 카카오가 개발 중인 생성형 AI 대용량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에도 ‘카나나(플래그, 에센스, 나노)’라는 이름을 붙였고, 내년 별도의 앱 개발을 통해 출시 예정인 AI 메이트 서비스의 이름도 ‘카나나’로 명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관계의 맥락을 어떻게 생성형 AI 서비스에 녹였을까요? 먼저 카카오는 자사 생성형 AI 서비스가 ‘모델 오케스트레이션(Model Orchestration)’ 전략을 구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모델 오케스트레이션이란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LLM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글로벌 언어모델의 API를 병행 사용 및 조합하여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AI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AI 언어모델들은 추론, 이해, 요약, 수학, 코딩 등 각 영역에서 최고의 수준을 보여줬지만, 한 편에서 모든 요소에서 종합적으로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이에 카카오가 만드는 AI 서비스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가장 좋은 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조합하여 사용하고요. 같은 성능을 낸다고 판단되는 모델 중에서는 가장 비용이 낮은 모델을 선택, 사용하도록 구현했다는 설명입니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핵심이 언어모델에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모델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게 되면 이후부터는 차별적인 데이터가 중요해집니다. 이러한 데이터들 중에는 개인을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도 있겠지만, 어떤 콘텐츠 IP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가 AI 콘텐츠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카카오는 AI 시대에 기술과 콘텐츠 IP 모두를 보유한 국내에서 유일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며, 다가오는 AI 콘텐츠 서비스 환경에서도 차별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신아 카카오 대표
2. 카카오톡에 ‘개인 비서’가 붙었네요?
두 번째로 카카오가 소개한 관계와 연결의 맥락이 담긴 생성형 AI 서비스는 올해 몇 개월 간 테스트를 거쳐 내년 출시 예정인 ‘카나나’입니다. 카나나는 쉽게 말해 카카오톡에 ‘AI 개인 비서(메이트)’가 붙은 서비스라 봐도 무방한데요.
카나나는 개인 AI 메이트 ‘나나’와 그룹 AI 메이트 ‘카나’로 구성됐고요. 카나나 사용자는 마치 카카오톡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듯 이들 AI 메이트와 채팅 및 음성으로 대화를 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습니다. AI 메이트는 과거부터 1:1 및 그룹 대화에 쌓인 여러 대화 맥락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상황에 따른 개인화된 답을 제공할 수 있고요. 심지어 AI 메이트가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하죠.
이런 배경에서 카카오는 카나나를 ‘초개인화된 AI 서비스’라 소개합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사용자들의 대화 데이터를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이고, 이 데이터는 어떤 데이터보다 개인적인 정보와 특성을 투영하기에 사용자 각각에게 최적화된 AI 경험을 주기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카카오가 제시한 개인 AI 메이트 나나와의 대화 화면 연출에 따르면 나나는 일전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부산 컨퍼런스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기에, 사용자가 묻기 전에 어제 컨퍼런스에 잘 다녀왔는지 질문했고요. 또 나나는 대학 동기 모임 대화에도 참석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오간 동기 모임 약속이 있는지 알고 일정을 안내해 줬습니다.
다음으로 그룹 AI 메이트 카나는 그룹 방에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의 대화를 기반으로 도움을 줍니다. 앞서 설명한 나나가 다른 그룹에서 오간 내용까지 모두 기억하는 AI 메이트라면요. 카나는 상주하는 특정 그룹 안의 대화 내용만 기억하는 존재로, 오로지 카나가 참가한 그룹에서 오간 대화와 맥락을 바탕으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그룹 메이트 카나는 카나나 서비스의 핵심이고,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외 AI 서비스들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라며 “챗GPT를 포함한 글로벌 AI 서비스들은 대부분 1:1 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룹 안에서 개인 비서처럼 AI를 쓸 수는 있지만, 그룹 단위로 도움을 주는 AI 서비스는 카나가 글로벌 최초일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카카오가 제시한 카나와의 대화 연출 화면에 따르면 카나는 ‘AI 스터디’ 그룹 대화방 안에서 그간 사용자들이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이들이 퀴즈 풀이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파악했고요. 그룹 참가자들의 메시지가 모두 퀴즈에 대한답변이라는 것을 파악하여 채점을 하고, 이에 대한 해설까지 제공해 줬습니다.
이 외에도 가족 그룹 채팅방, 회사 동기 채팅방 등에서도 카나는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여 여행지 추천, 회식장소 추천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요. 특정 그룹 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여, 과거 후보로 올랐지만 채택되지 않았던 여행지나 회식 장소를 추천해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3. 왜 굳이 별도 앱을 선택했나요?
이처럼 카나나는 카카오톡과 유사해 보일 수 있는 개인 및 그룹 대화가 가능한 메신저 플랫폼이지만요. 기존 카카오톡과는 다른 UI/UX 정책을 채택했기에 별도의 신규 서비스로 출시했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예컨대 카나나는 친구가 아닌 이들과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과는 달리 친구 관계가 된 이후에야 1:1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있도록 했고요. 또 카나나는 그룹 채팅방에 곧바로 누구나 초대할 수 있는 카카오톡과 다르게, 초대 링크를 통해서만 대화방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카카오가 카나나 앱에서 오가는 모든 메시지가 아는 사람들의 대화를 기반으로 한 ‘유용한’ 정보임을 바라기 때문에 채택한 정책이라고 합니다.
“카카오에서 AI 서비스를 낸다고 했을 때, 당연히 카카오톡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나요? 이미 전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에 기대어 가면 될 텐데 왜 굳이 별도 앱을 출시하는지 궁금하진 않으셨나요?
그 이유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AI 메이트와의 연결, 그리고 이를 통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카카오톡이라는 기존 틀을 과감하게 깨는 실험적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UI, UX, 그리고 정책까지 모두 포괄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면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한 결과, 기존 카카오톡 메신저의 익숙함과 장점을 계승하되 AI 기술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신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결정했습니다” -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
4. 그래서 돈 되는 거 맞아요?
하나 카카오가 제시한 새로운 AI 서비스의 청사진과는 다르게 ‘카나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인 모습입니다. 당장 카카오의 주가는 이번 카나나 서비스를 발표한 22일 전일 종가 대비 약 5% 급락했고요. 증권가에서도 기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에 비해 차별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카카오가 자랑하던 ‘모델 오케스트레이션’도 결국 기존 시장에 있는 기술들을 재사용하는 개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부정적 평가도 찾을 수 있었죠.
실제로 이날 카카오는 발표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 모델은 제시했으나,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수익’을 이끌 것인지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예컨대 정 대표는 커머스 측면에서 ‘AI 커머스 MD’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빠르면 다음 달 중 일반 사용자도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는데요. 카카오가 밝힌 AI 커머스 MD는 카카오톡 지인에게 선물을 줄 때 이전 주고받았던 선물 리스트, 생일, 집들이, 졸업, 결혼과 같이 선물을 주고받는 맥락을 트렌드를 기반으로 분석하여 선물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입니다.
그러니까 AI 커머스 MD는 일종의 선물하기에 특화한 개인화 추천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사실 주요 커머스 플랫폼이 대부분 구현하고 있는 AI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고요.
더군다나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카카오톡 ‘쇼핑탭’ 개편을 통해 톡스토어 상품에 대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후 톡스토어가 의미 있는 수준만큼 성장했는가를 고민한다면 수익성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남습니다. 카카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선물하기 등 일부 시장 지배적 서비스의 실적을 공개할 뿐, 톡스토어의 개별 거래액 성장세를 공개하진 않고 있거든요.
또 정 대표는 모빌리티 측면에서 AI를 통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요.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판교, 그리고 대구와 제주까지 국내 여러 도시 다양한 교통 환경에서 11대의 ‘자율주행 택시’를 테스트 운영하며 자율주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히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니라 고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자율주행 택시 플랫폼까지 향해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카카오가 국내에서 자율주행 모빌리티, 나아가 자율주행 물류 플랫폼에 있어서도 가장 가까운 사업자라 볼 수 있지만요. 완전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먼 미래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인 만큼, 카카오의 자율주행 실험이 당장의 ‘수익성’으로 연결된다고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요컨대 카카오는 단순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트렌드를 따라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요. 이를 어떻게 수익화로 연결시킬 것이냐에 의문에 답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생성형 AI는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안 하면 안 될 정도로 투자가 과열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돈을 버는 기업은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말곤 찾아보기 힘든데요. 카카오가 앞으로 출시할 서비스를 통해 그 ‘답’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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