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혹시 ‘줌’이라는 회사를 알고 계시나요?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줌’은 지난 코비드 기간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큰 관심과 함께 상장한 회사입니다. 한때는 시가총액이 500 억 달러를 넘기도 했습니다. 코비드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줌의 연례행사인 ‘줌토피아 2024’를 시작으로 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줌이 공개한 AI 컴패니언 2.0
미국 산호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줌의 고객 및 파트너 행사인 줌토피아. 줌은 이날 AI컴패니언 2.0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줌이 AI 컴패니언을 서비스하고 있었어? 그리고 컴패니언 2.0을 줌 독스(Zoom Docs)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죠. 저는 또 생각했습니다. 줌이 문서 서비스도 하고 있었어?
그랬습니다. 컴패니언과 독스 모두 지난해 줌토피아에서 공개된 서비스. 그런데 줌의 전략적인 위치를 보면 이는 당연한 방향입니다. 가장 큰 경쟁자가 바로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기 때문이죠.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Teams)’라고 하는 화상회의 서비스가 있고, 구글에는 ‘미트(Meet)’라고 하는 서비스가 있죠. 또, 시스코의 화상회의 서비스인 ‘웹엑스(Webex)’도 경쟁자. 줌의 창업자 겸 CEO인 에릭 위안은 웹엑스의 초기 창업팀 중 한 명으로 웹엑스에서 15년을 일했죠.
팀즈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미트는 구글 워크스페이스 제품 군의 일부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오피스 제품군’이라고 불렀는데요. 요즘은 이를 ‘생산성 소프트웨어(productivity software)’라고 부르고 있어요. 메일부터 시작해 워드, 엑셀, 슬라이드, 메신저 등이 하나로 묶여있는 서비스에 ‘화상회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생산성 소프트웨어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줌도 독스를 비롯한 오피스 시장에 진출한 것이죠. 줌을 유료로 사용하게 되면 메일, 캘린더, 독스 등이 함께 서비스됩니다. 줌 독스의 경우 노션과 유사한 형태로, 직장 동료들과 문서를 공유하고 이곳에서 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줌 워크플레이스’
AI컴패니언도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것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생성형AI를 도입하면서 가장 처음 적용한 곳이 마이크로소프트 365, 구글 워크스페이스 같은 생산성 툴이기 때문이죠.
2. 생산성 소프트웨어는 가장 치열한 AI 전쟁터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공개했습니다. 오픈AI의 생성형AI를 생산성 소프트웨어로 가져온 최초의 시도였죠. 반면 구글은 1년 정도 늦은 2024년 2월에 제미나이를 구글 워크플레이스에 적용합니다. 기본적인 컨셉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동일해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생성형AI가 비서가 되어 직장인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 현재 코파일럿과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AI는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이메일을 다시 써주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화상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대화를 실시간 번역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줌 워크플레이스와 여기에 도입된 AI컴패니언도 365 코파일럿이니 제미나이 포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동일합니다. 다만 줌은 화상회의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특징이죠. 화상회의 내용을 문서로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이를 바탕으로 동료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기업들이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생성형AI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실제 생성형AI가 직장인들의 생산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에요. 당장 저만해도 챗GPT의 도움으로 영어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이 간편해졌어요.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녹음한 영어 대화를 한국어로 바꾸는 것도 아주 편해졌습니다.
생산성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큰 장점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개인이 아닌 이들을 고용한 기업이라는 것인데요. B2C를 대상으로 하는 AI에서는 고객의 주머니를 여는 것이 어려운데, 여기에는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도입되는 생성형AI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론이 있어요. 테크 매체에서도 이를 몇 차례 보도하기도 했죠. (디인포메이션, 월스트리트저널)
1) AI와 소통은 협업툴을 중심으로
혹시 처음으로 엑셀을 사용해봤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아니면 처음으로 파워포인트로 무엇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엑셀이나 워드 같은 생산성 소프트웨어는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생산성의 향상 차이가 엄청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당 소프트웨어가 가진 기능의 1% 정도만을 사용할 뿐이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AI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AI로 인해 엄청나게 생산성을 높이지만요. 어떤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인 기능만을 사용하게 될 겁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도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성형AI를 어떻게 직장인들의 워크플로우에 통합시킬 것인지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고민이에요. 사람들이 일을 하는 방식에 생성형AI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면, 엑셀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듯이 교육기간이 필요 없을 테니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코파일럿 2.0'을 공개하면서, 노션과 비슷한 ‘페이지’라는 서비스를 내놨어요. 이 협업페이지를 기반으로 AI에이전트가 활동하도록 했죠.
즉, 생산성 소프트웨어에서 AI와 사용자가 소통하는 중심은 ‘협업툴’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메신저를 통해 회사 동료들과 많은 얘기를 하죠? 그런데 그 대화상대 중에 AI가 들어와 있는 겁니다. 나를 도와주는 부하직원에게 간단한 조사나 반복적입 업무를 맡기는 것처럼 AI를 활용하는 것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본 365 구독요금($7.2~$26.4)에 추가로 월 30달러의 코파일럿 요금을 내야하는 구조예요. (기업 고객 기준)
구글은 기업고객의 경우 워크스페이스 구독요금(6~18달러)에 추가로 20~30달러의 제미나이 구독요금을 내야했는데요. 최근 사실상 이를 무료로 워크스페이스 고객에게 제공 중.
줌도 기존 유료구독자에게 무료로 AI컴패니언을 서비스해요. 줌의 경우 월 구독요금이 $16~$22 정도를 내야하고, 줌 독스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3. 다윗 줌이 골리앗과 싸우는 법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두 개의 민족(ethnicity)이 있다면 바로 인도와 중국계 사람들이에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곳이 두 국가인데,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에 몰려드는 만큼 이들이 가장 많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CEO가 중국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CEO는 인도계입니다. 이 회사들의 임원을 보면 중국계와 인도계가 합쳐서 절반은 아마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이곳의 인도와 중국계 사람들은 막 이민을 온 1세대도 있고,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와 이곳에서 자라서 영어나 사고가 미국화된 1.5세대, 모국어를 전혀 모르고 미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2세대까지 매우 다양해요.
중국계만 해도 오래전부터 미국에 와서 정착한 중국계, 대만에서 온 중국계, 홍콩에서 온 중국계, 중국 본토에서 온 중국계, 동남아 화교인데 미국으로 온 중국계까지 다양해요. 인도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힌디어를 사용하는 인도 사람들, 인도 남부계 사람들, 무슬림 인도 사람들, 시크교도 사람들까지 너무 다양한 인도계 사람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줌토피아에 참석하면서 만난 줌의 임원들을 보면서, 이곳은 중국계와 인도계가 잘 협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자 겸 CEO인 에릭 위안은 중국 본토출신의 1세대 이민자. 지금은 귀화를 통해서 미국인이 됐지만 강력한 중국식 액센트가 있는 영어를 구사했습니다. 반면 사장인 벨카미 산카린감. 이 분은 인도 출신으로 에릭 위안 CEO와 웨벡스에서 함께 일했고, VM웨어에서 일하다 상장 직전에 줌에 합류했죠. 또한 COO인 아파르나 바와, CPO인 스미타 하심 모두 인도계.
반면 줌의 CTO와 CDO는 모두 중국 출신. 줌의 많은 임원들이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시스코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1) 고객에 집중하고 빠르게 움직여라
줌은 어떻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시스코 같은 기업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경쟁사들이 빅테크 기업이어서 그렇지 줌은 사실 작은 기업은 아닌데요. 시가총액은 약 30조 원, 연간 매출은 6조 원, 순이익은 7,000억 원 정도가 나오는 회사입니다. 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고객. 경쟁사들에 비해 고객의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는 것. 또, 줌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여전히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줌은 어떻게 생성형AI의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해결하고 있을까요. 벨카미 사장에 따르면 줌은 여러 회사들의 AI모델을 함께 사용하는데요. 이를 ‘연합 모델(Federated Model)’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줌은 앤스로픽의 클로드와 퍼플렉시티의 모델을 사용하고, 자체 소규모 모델도 개발해서 이 세 가지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연합모델과 자체모델을 섞어서 사용하는 것은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해서인데요. 하나의 모델에 의존하지 않으면 필요에 따라 가장 저비용의 모델을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을 자체 서버와 GPU를 통해서 돌리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서, 생성형AI의 비용을 고정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2) 줌토피아2024에서 제가 받은 인상
이제 생성형AI 모델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가능해졌고, 이를 얼마나 싸게 서비스할 것인가, 그리고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것인가가 중요해졌습니다. 'AI 모델은 이제 커머디티가 됐다'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말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입니다.
요즘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쓰는 '인공지능(AI)'이란 인공신경망(뉴럴네트워크)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4년 딥러닝의 폭발 이후 지난 10여 년간 혁신을 만드는 요소기술로 우리의 삶 여기저기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석유, 전기, 클라우드 같은 요소기술이 인간의 삶과 산업에 적용되면서 큰 변화와 혁신을 만든 것처럼 말이죠. 이것이 AI가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이유죠.
저는 AI가 직장에서도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글 '노트북LM의 팟캐스트 생성 기능'처럼 깜짝 놀랄 기능을 사용해 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죠. 하지만 이런 큰 변화는 툴을 만든 빅테크가 아니라 툴을 99% 까지 사용할 수 있는 유저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죠. 새로운 AI 기술이 여러분들의 삶에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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