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년간 이어진 분쟁, 시작은?
1) 75년 동업의 역사
아연, 금 등을 제련하는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의 모기업은 영풍문고가 속한 영풍그룹(영풍)인데요. 지난 1949년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한 이후, 두 가문은 75년간 동업을 이어왔습니다. 고려아연은 최 씨가, 나머지는 장 씨가 경영을 맡아 왔죠.
2) 2년 전부터 이어진 분쟁
하지만, 평화롭던 두 가문의 관계는 지난 2022년부터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후, 두 가문 간에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시작된 건데요. 최 회장이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영풍의 현금 배당 확대 요구를 거부하자 갈등이 시작된 것입니다.
3) 신사업 뭐 하는데?
최 회장은 취임 후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등 3대 신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했습니다. 이런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였죠.
2. MBK의 개입, 극에 달한 분쟁
1)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의 개입
지난 12일,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MBK)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밝히며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앞선 7월에도 고려아연이 45년간 머물러 온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종로 그랑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며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기도 했죠.
사모펀드란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 채권, 기업,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투자 위험도 큽니다. 반대되는 개념으로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으는 공모펀드가 있죠.
공개매수란 경영권으로 주식을 매입하려는 자가 매입 기간, 수량, 가격을 공표해 증권시장 외부에서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것입니다. 보통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주식을 매입하죠.
2) 치열한 지분 다툼
현재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99%,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지분율은 33.13%로 거의 비슷합니다. 이에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을 최소 6.98%에서 최대 14.6%까지 확보해 경영권을 접수할 계획인데요. 공개매수 규모가 2조 원을 넘습니다.
3) 재무건전성 불안?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추진 배경을 재무건전성 불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윤범 회장 취임 후 무분별한 투자로 부채가 2019년 410억 원에서 2024년 상반기 1조 4,110억 원으로 35배 늘었다는 건데요. 글로벌 독립투자 리서치 스마트카르마 역시 MBK의 우려에 동의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죠.
4) 자금 상황 문제없다!
이에 고려아연은 2조 1,277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6%, 차입금의존도는 10%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은 고려아연의 장기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는 점도 고려아연 측 주장을 뒷받침하죠.
부채비율이란 기업의 부채와 자기 자본의 비율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부채비율이 200%라면 빚이 자본보다 두 배 많다는 것을 의미하죠. 작년 기업 국내 법인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02.6%였습니다.
차입금의존도란 총차입금 대비 총자산의 비중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차입금은 은행 대출, 회사채 등 이자가 발생하는 빚을 뜻합니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을수록 이자 지출이 많아 회사 수익성이 크게 저하됩니다. 작년 기준 국내 법인기업의 평균 차입금의존도는 28.8%였습니다.
3. 길어지는 분쟁, 결말은?
1) 고려아연의 대응은
최 회장은 자금 확보를 위한 우군 확보가 급한 상황입니다. 국내외 사모펀드 혹은 투자회사로부터 공개매수 대응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인데요. 한국투자파트너스, 소프트뱅크 등 다양한 설이 나오지만, 아직 확실한 백기사는 없습니다. 한편, 사업적 협력 관계에 있는 현대차, LG, 한화 등의 국내 대기업은 최 회장의 의결권에 힘을 실어줄 듯 보입니다.
2) 치솟는 주가, 공개매수가 상승 전망
주가 급등은 변수입니다. 경영권 분쟁 가열 후, 관련 주가는 MBK의 공개매수가를 넘었는데요. 주가 급등을 기대한 개인의 거래량이 절반을 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면 MBK는 공개매수가를 높일 확률이 커집니다. 지난 20일 기준, 고려아연은 3.96% 오른 73만 5,000원(공개매수가 66만 원)에, 영풍정밀은 3 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만 550원(공개매수가 2만 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3) 정치권까지 참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정치권까지 가세했습니다. 고려아연이 국가 기간산업인 비철금속 제련을 담당하는 업체로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뒤 중국 등 해외 기업에 이를 넘길 경우 공급망에 큰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김두겸 울산시장은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4) 사외이사도 시끌시끌
한편,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 전원도 MBK의 개입에 대해 “적대적 인수 합병”이라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고려아연이 다루는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이자 역량이라는 입장이었는데요. MBK는 고려아연의 이사회 기능이 훼손된 상태라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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