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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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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정해진 결승선은 없지만, 출발선은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성공에는 시작점이 있지만, 그 끝에는 한계가 없다는 매우 분명하고 힘찬 메시지인데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모토입니다. 1990년~200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나이키가 지닌 브랜드의 힘을 아실 것 같습니다.

 

끝없는 도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힘찬 전진이라는 나이키가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는 당시 수많은 사람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스포츠 용품 하면 나이키일정도로, 그 위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 앞에 녹아내립니다. 나이키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았습니다.

 

2020년대 들어 나이키 앞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알로요가 짐샤크 부오리 호카 룰루레몬과 같은 애슬레틱웨어(운동복)과 레저웨어(일상복)의 경계를 허물려는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급부상했습니다.

 

1. 조깅과 조던이 키운 60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새 구원투수는 엘리엇 힐입니다. 그는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존 도나호를 대신해, 오는 10월 14일부터 새 CEO로 활동합니다. 힐은 샐러리맨의 신화입니다. 나이키에 1988년 인턴으로 입사한 뒤 소비자 및 시장 부문 사장까지 오른 32년 차 한 우물 베테랑이기 때문입니다. 마크 파커 나이키 회장은 "이사회가 신중하게 승계 절차를 진행했다"며 "차기 CEO는 나이키의 다음 단계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힐을 치켜세웠습니다.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지자, 나이키 주가는 8%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힐 앞에 놓인 장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식어버린 60년 스포츠 브랜드의 위상을 높여야 하고,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경쟁자로 올라온 아디다스와는 지속적인 히트 상품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1) 두 청년이 깨운 도전정신

잠시 시간을 60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1957년 미국 오리건대에는 두 청년이 있었습니다. 육상선수 필 나이트와 코치인 빌 바우어만입니다. 둘의 공통 관심은 운동화였는데요. 이후 필 나이트는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했고, 둘은 다시 의기투합합니다. “선수의 기록을 향상시켜줄 고성능 신발이 필요하다.” 둘은 1964년 블루 리본 스포츠를 설립하고, 트럭을 몰고 대학 운동장을 돌아다니면서 고객들을 만났습니다.

 

아식스로부터 신발을 수입해 팔면서 직접 고객을 만났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신발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신발 유통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1971년 포틀랜드주립대에 재학 중인 그래픽디자인 대학원생한테 단돈 35달러를 주고 로고를 만들고, 사명을 나이키로 변경했습니다.

 

2) 조깅붐과 에어 조던의 성공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신 니케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필 나이트는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라는 목표를 세웁니다. 당시 제일의 스포츠 브랜드는 독일의 아디다스였습니다. 회의 중 나이키의 한 직원이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참석하자, 필 나이트는 그 직원에게 그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나이키라는 사명답게 승리의 여신 니케는 나이키 편이었습니다. 1970~1980년대 미국에는 조깅 붐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안주했습니다. 조깅은 진정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미국에서 조깅 붐이 일어난 것은, 시대상과 무관치 않습니다. 2차 대전 직후 황금기를 누린 미국은 1970년대 들어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경쟁국의 심각한 도전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가난한 근로자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 역시 흔들립니다.

 

3) 결승선은 없다, No Finish Line

조깅은 이러한 흐름에 올라탄 하나의 소셜 무브먼트였습니다.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뛰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다짐하는 일종의 자기 최면 행동이었습니다. 나이키는 <결승선은 없다, No Finish Line>, <그냥 해봐, Just Do It>과 같은 캠페인을 벌이면서 미국인 도전 정신의 중심에 섭니다.

 

또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과 협력해 에어 조던(Air Jordan)이라는 혁신적인 농구화를 출시했습니다. 에어 조던은 농구뿐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끌었고, 나이키를 미국 운동화 시장에서 1위로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4) 1984년 주식 10만 원을 샀더라면

에어 조던 인기에 힘입은 나이키는 이후 타이거 우즈, 코비 브라이언트, 로저 페더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르브론 제임스과 같은 성공한 스포츠 스타와 손을 잡고 브랜드에 스토텔링을 불어넣습니다. 만약 1984년 나이키 주식 10만 원어치를 샀다면, 오늘날 약 6,179만 원이 됐을 겁니다.

 

이런 도전정신은 오늘날 나이키를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나이키의 연간 매출액은 513억 달러(68.5조 원), 순이익은 57억 달러(7.6조 원)에 달합니다. 나이키의 CEO 리더십 역사를 매우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필 나이트 (1964~2004년): 창업 정신의 시대였습니다. Just Do It 슬로건과 마이클 조던을 앞세운 에어 조던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1위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윌리엄 페레즈 (2004~2006년): 본격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꿈꾼 시기였습니다. 특히 페레즈는 가정용품 업체 SC존슨에서 CEO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창업자와 경영 철학을 두고 갈등을 빚고 물러납니다.

 

마크 파커 (2006년~2020년): 누구보다 제품 개발과 디자인에 열정을 가진 CEO로 평가받습니다. 가볍고 튼튼한 플라이니트 (Flyknit) 기술을 도입했고, 제조 과정에서 쓰레기 배출량을 60%까지 줄였습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서서히 도전 정신을 잃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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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늙어가던 나이키, 선택은 디지털전환

2006~2020년 나이키를 이끌던 마크 파커는 달리기 광이자 전설의 운동화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입니다. 디자이너 시절 그의 손을 거쳐 나온 신발만 에어맥스, 페가수스 조던 시리즈였습니다. 나이키에는 사실 독특한 문화가 한 가지 있습니다.

 

핵심 디자인 팀을 공식적으로 HTM으로 명명했는데요. 이는 디자이너인 후지와라 히로시, 팅커 햇필드, 마크 파커에서 한 글자씩 딴 합성어입니다. 혁신과 유산을 결합, 회사의 최신 기술을 탐구하는 팀이었습니다. 파커가 CEO로 활동하면서 나이키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립니다.

 

1) 빅테크 시대에 필요한 변화

하지만 나이키는 4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또 세상은 급변했습니다. 2007년 아이폰이 태동하고 세상은 빅테크 기업이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은 구글이, 광장은 메타가, 시장은 아마존이, 영화관은 넷플릭스가 대체했습니다. 바야흐로 매그니피센트 7, 즉 빅테크의 시대가 펼쳐진 것입니다. 나이키에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나이키는 파커 후임이 필요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시대정신이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 이베이와 서비스나우에서 CEO로 활약한 존 도나호를 전격 영입합니다.

 

도나호는 나이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생각했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것은 D2C 비즈니스입니다. Direct-to-Consumer의 약자인데요. 디지털을 통해 도매상 없이도 소비자에게 직접 물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는 수많은 변혁을 이끕니다.

 

2) "나이키는 곧 플랫폼이다"

나이키의 공식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강화했고, 한정판 스니커즈와 의류를 판매하는 전용 앱인 SNKRS를 런칭했습니다. 이뿐일까요. 소비자가 직접 신발을 디자인하고 주문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인 Nike by you,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발 사이즈를 정확히 측정하는 서비스인 Nike Fit도 선보였습니다.

 

구독경제도 도입합니다. 운동 프로그램과 코칭을 제공하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 나이키 런 클럽을 운영했고, 멤버십 제도도 운영했습니다. 일반 실버 골드 등급으로 회원을 나누고 골드 멤버한테 엄청난 특혜를 줍니다. 골드 멤버는 한정판 상품을 먼저 구매할 수 있고, 특별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으며, 주문 다음날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 니케는 나이키의 편이었습니다. 코로나가 발발했고, 온 세상이 온라인으로 뒤덮였습니다.

 

2022년 회계연도. 나이키 전체 매출에서 웹사이트와 모바일앱과 같은 디지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4%까지 치솟았습니다. 나이키는 일약 디지털 전환의 모범 사례로 등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도나호는 디지털 마케팅과 e커머스를 중심으로 나이키의 미래를 그렸던 것입니다.

 

3) 등을 돌린 승리의 여신 니케

하지만 니케는 더 이상 나이키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팬데믹이 걷히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매장을 찾았습니다. 문제가 터졌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집중했던 탓에 풋 로커나 JD 스포츠처럼 나이키 제품을 대량 매입해 각 지역 소매점에 내려 보내는 이른바 도매 파트너들을 등한시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도매 파트너들은 나이키 제품을 멀리했습니다. 결국 재고 과잉과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주식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2024년 6월, 2분기 실적발표 직후에 시가총액이 하루새 무려 25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분기 매출이 2% 후퇴한 데다,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부문 매출은 오히려 10% 후퇴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주식 시장은 나이키에 대한 ‘심판의 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통렬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나이키 수석 브랜드 디렉터로 나이키에서 22년 근무한 마시모 지운코입니다. 그는 링크드인을 “나이키의 몰락은 과도한 디지털 중심 전략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립니다.

 

4) 디지털전환 실패 원인

지운코는 “나이키 비즈니스 본질은 브랜드 중심의 도매 기업”이라면서 “운영면에서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닷컴에만 올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었습니다. 제품군에 대한 무시: 나이키는 제품군을 조깅, 축구, 농구, 피트니스, 트레이닝, 스포츠웨어로 구분하고 각 분야 전문가를 양성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이런 제품군을 성별 연령 중심으로 획일화했습니다.

 

도매 판매에 대한 무지: 디지털 전환을 한다면서 수백 곳에 달하는 도매 파트너와 계약을 끊었습니다. 비용 절감이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오프라인 매출이 늘지 않고 재고관리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브랜드 파워에 대한 무시: 나이키를 이루는 본질은 세 가지 축입니다. 우수한 선수, 품질 좋은 제품, 막강한 브랜드. 하지만 브랜드 마케팅을 버리고, 디지털 마케팅에만 올인했고 그 결과 브랜드 파워가 약화됐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3. 실패를 둘러싼 공방, 디지털 VS 브랜드

나이키 수석 브랜드 디렉터 출신인 지운코의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디지털 전환 탓만 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비판입니다. 나이키라는 브랜드는 이미 늙어가고 있었고, 이를 살리기 위해 한 혁신이 디지털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나이키의 실패 사례는 아날로그 중심 기업이 종전 비즈니스 모델을 살리면서도, 이와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피자 가게에서 나눠준 전단지

AWS 디자인 리드인 파벨 삼소노프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데이터 주도 전략은 예상만큼 쉽게 실행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삼소노프는 “나이키가 개별 제품군을 파괴하고, 모든 제품에 대해 일률적인 데이터 모델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이 문제를 일으켰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치 피자 가게 앞에서 이미 피자를 먹은 사람들에게 다시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과 같습니다.” 나이키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는 방향으로 디지털 전환을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설명입니다.

 

2) 아날로그 VS 디지털

도나호의 판단이 100% 틀린 것 역시 아닙니다. 제품군을 획일적으로 나누는 것은 아날로그적 사고입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힘은 맞춤형 개인화에서 두드러집니다. 인위적인 제품군 칸막이 파괴, 고객 데이터 확보, 머신러닝, 맞춤형 제품 추천이라는 순서가 맞을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기업이 디지털에 도전했다 실패했을 뿐입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1892년 설립된 제너럴 일렉트릭(GE)입니다. GE는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로 한때는 경영의 신 잭 웰치가 이끌던 미국의 자존심 같은 기업입니다.

 

3) GE라는 반면교사

하지만 모든 기업에는 흥망성쇠가 있습니다. 전기 기업에서 출발해 에너지, 항공, 의료기기, 디지털 솔루션, 금융 서비스를 망라하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했지만 욕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2015년 돌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해 세계에서 처음 산업 클라우드 솔루션인 프레딕스(Predix)를 내놓습니다.

 

기계 장비에 각종 센서를 연결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장비를 최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4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고, 이를 판매해 5년 후에는 1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당시 GE는 “앞으로 우리는 MS 애플 구글과 같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산업 기계를 연결하고 IoT 데이터를 통해 공장 운영을 최적화하려고 했지만 종전 코드와 호환이 잘 안 됐던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부서 이기주의였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별동대인 GE디지털이라는 별도 부서까지 만듭니다.

 

4)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하지만 협업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디지털이라는 기치를 내걸자 모든 부서가 스스로 디지털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GE디지털의 힘은 갈수록 빠졌습니다. 온 힘을 쥐어짜서 낸 디지털 전환이라는 승부수였지만 먹히지 않은 것입니다. 이후는 내리막길이었습니다.

 

GE는 가전 사업부를 하이얼에 매각했고, 기업의 모태인 전구사업부를 LED만 제외하고 매각했으며, 철도 사업은 웨스팅하우스 에어브레이크 테크놀로지에 매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수익원인 GE캐피탈까지 손실을 기록하며 총제적인 난국에 빠져듭니다. GE는 2018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구성종목에서 퇴출당하는 참담한 수모까지 겪습니다. 2021년 회사를 항공, 헬스케어, 에너지 3개사로 분할하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놓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낸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기존에 CD로 제공되던 윈도와 오피스 제품군을 과감하게 클라우드로 전환했고 구독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기업 고객의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5) 문제는 리더십이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GE와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에서 잘 드러납니다. 디지털 전환에는 기술적 변화뿐만 아니라 조직의 문화적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리더가 명확한 비전과 함께 조직 전체를 동참시키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소매점포인 타겟(Target)은 전 직원이 디지털 도구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운영했습니다. 타겟이 기술 도입에만 그치지 않고, 조직 내에서 디지털 문화를 확립하려는 장기적인 노력이었습니다. 또 도미노 피자는 디지털 전환에서 주문 프로세스 자동화와 온라인 채널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에만 집중했고, 전 조직을 동원해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냈습니다.

 

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인턴에서 36년만에 CEO로 나이키의 해법 (feat. 브랜드의 힘)

 

4. ‘더블 딜레마’에 빠진 나이키, 해법을 찾아라

다시 처음 편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이키 이사회가 엘리엇 힐을 새 수장으로 임명한 까닭이 어느 정도 짐작 되셨나요. 힐은 직전까지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마케팅 운영을 총괄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펼친 인물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당장 급한 불인 마케팅과 세일즈를 복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1) 조던을 떼어놓고 나면...

힐은 나이키에서 손꼽히는 세일즈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는 주로 세일즈 부분에서, 2010년 이후로는 소비자 및 시장 부문 사장으로 글로벌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략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그는 부문 사장을 맡으면서, 조던 한정판 스니커즈를 출시하고, 유명 디자이너나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또 그는 조던 브랜드를 북미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로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조던 브랜드는 오늘날 나이키의 핵심입니다. 조던 브랜드 매출만 70억 달러에 달합니다.

 

나이키한테는 몇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에어 조던은 나이키의 핵심이면서도, 극복해야 할 모순적 존재입니다. 나이키는 조던 외에 빈 스카터,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당대 최고의 NBA 선수들과 협업해 제품을 내놓았는데요. 그 어떤 제품도 에어 조던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2) 나이키가 비판받는 이유

이는 조급함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수와 계약을 서두르다 보니 운동선수와 팀을 돈으로 사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비용이 올라가다 보니 값싼 공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 단가를 낮추고자, 아시아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6년 한 잡지의 표지에는 열두 살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의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나이키 스스로한테 족쇄가 됩니다. 조던의 뒤를 이을 선수를 찾을 것이냐, 아니면 조던을 영원한 우상으로 만들 수 있냐는 딜레마입니다. 나이키는 조던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1997-1998 시즌 무렵에 조던 브랜드를 별도 자회사로 떼어내 관리하는 안을 선택합니다.

 

조던의 모든 것을 상업화했습니다. 미국 청소년들이 너무나 조던을 닮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가리켜 파노플리 효과라고 합니다. 특정 물건을 구입하는 순간,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환상을 느끼는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라고 합니다. 조던 신발을 구매하면 마치 NBA 스타가 된 것 같은 마법에 빠지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면 마치 지구를 구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 말입니다.

 

3) 경쟁자는 멈춰 있지 않는다

물론 나이키는 여전히 건재한 스포츠 1위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멈춰 있지만은 않습니다. 브룩스는 2022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러닝화 브랜드로 등극하며 나이키를 제쳤습니다. 또 스트리트 패션, 힙합 아티스트와의 협업 라인을 발표하며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배드 버니, 푸마는 제이 콜과 같은 아티스트와 손잡고 영역 파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적인 편입니다.

 

조던은 나이키의 정체성이기도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한 것입니다. 1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는 때론 광고로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라는 마케팅을 펼쳤는데요. 정상급 스타들이 참여해 “다른 사람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난 절대 만족을 모르고, 힘에 집착하고, 동정심 따윈 없다”라고 외칩니다.

 

오래전 매일 아침 조깅을 하던 80대 러너의 도전 정신을 광고로 보여 준 것과 대비해 너무나 극명한 광고였습니다. 새로운 선장인 힐 앞에는 몇 가지 딜레마가 놓여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가속 VS 오프라인 도매 파트너십 복원, 조던 브랜드 확대 VS 새로운 히트 브랜드 런칭이 바로 그것입니다. 힐은 더블 딜레마에 빠진 나이키를 구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셈입니다.

 

나이키 이사회는 외부 CEO 대신, 내부 출신 CEO를 임명하는 것으로 일단 ‘브랜드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상태입니다. 어쩌면 나이키에 필요한 것은 균형 감각과 추진력을 갖춘 리더십일지 모릅니다. 조직에 피로감을 주지 않는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도 오프라인 파트너십을 복원하고, 조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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