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국내 배달 업체 1위인 배민이 입점 업체의 중개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안 그래도 배달 요금 등으로 가맹 업주의 비용 부담이 큰데,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는 소식에 외식업계는 물론 소비자와 정부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배민이 수수료 인상에 나선 이유와 최근 배민의 실적, 배민의 수수료 인상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경쟁사 쿠팡이츠의 빠른 추격에 대한 내용까지 담아봤습니다.
1. 배민의 수수료 인상, 갑자기 왜?
1) 배민1 중개 수수료 인상
지난 7월 10일, 배달의민족(배민)이 8월부터 ‘배민1플러스’의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상된 수수료율은 9.8%로, 기존보다 3%P나 높은데요. 부가세까지 고려하면 10%를 넘기는 셈입니다. 중개 수수료 외에도 배달 요금과 결제 정산 이용료 등을 내야 하는 외식업주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죠.
주문금액 1만 원 1만 5천 원 2만 원 2만 5천 원
중개 이용료 980원(680원) 1,470원(1,020원) 1,960원(1,360원) 2,450원(1,700원)
업주 부담 배달비 2,900원(3,200원) 2,900원(3,200원) 2,900원(3,200원) 2,900원(3,200원)
결제 정산 이용료 300원(300원) 450원(450원) 600원(600원) 750원(750원)
부가세 418원(418원) 482원(467원) 546원(516원) 615원(565원)
총액 4,598원(4,598원) 5,302원(5,137원) 6,006원(5,676원) 6,710원(6,215원)
차이 변동없음 165원 330원 495원
2) 포장 중개수수료 부과
이번달부터 배민은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배달 주문에만 수수료를 부과했지만, 포장 주문도 배민 앱을 통해서 주문이 발생하는 만큼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신규 입점 업체에 우선 6.8%의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고 내년 4월부터 기존 입점 업체까지 범위를 확장할 방침입니다.
3) 모회사 DH 결정이라고?
업계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이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합니다. DH가 치열한 배달 경쟁 속 수익성 강화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는 건데요. 배민이 성장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성장률은 점차 둔화하는 추세기 때문입니다. 지난 2일, 이국환 배민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DH의 피테얀 반데피트가 임시 대표직에 선임됐는데요. 수수료 인상을 밝히기 직전에 인사 변동이 생긴 만큼, 배민이 수수료 인상 결정과 관련해 모회사와 갈등을 빚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4) 다른 뚜렷한 묘안도 없다
현재 배민은 매출을 늘리기에도 비용을 줄이기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많은 점주가 배민을 사용해 신규 가맹점주를 찾기 어려운 데다, 배민의 상품 매출을 담당하는 B마트의 비중도 아직은 전체 매출의 25% 정도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배달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라이더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구조적 문제점도 당장 해결하기 어렵죠. 이에 따라 기존 점주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5) 업주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
대신 배민은 수수료 인상 과정에서 늘어나는 업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합니다. 수수료를 인상하는 대신 업주가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씩 인하해 기존 2,500~3,300원 수준이었던 배달비를 1,900~2,900원으로 낮출 예정이죠. 이와 더불어 주문 중개 서비스인 ‘울트라콜’의 환급 정책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울트라콜은 월 8만 원에 원하는 지역에 가게를 노출하는 일종의 광고 상품인데요. 월정액 요금을 지불하고 울트라콜을 사용했는데도 배달 주문 수가 50건에 미치지 못하면 20%의 요금을 환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 2년 연속 흑자 달성한 배민, 비결은?
1) DH 인수 후의 빠른 성장
지난 2019년 DH가 배민을 인수한 후, 배민은 빠른 성장을 이어 왔습니다. 2019년 5,057억 원이었던 서비스매출은 2023년 5배 이상 증가한 2조 7,187억 원을 기록했으며, 배민B마트 사업을 포함하는 상품 매출도 511억 원에서 6,881억 원으로 훌쩍 뛰었는데요. 영업이익 역시 대폭 증가했습니다. 2021년만 해도 영업손실이 757억 원에 달했지만, 2022년 첫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는 6,9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죠.
2) 업주와 고객 모두를 잡았다
2023년 배민이 역대급 호실적을 달성한 건 배민B마트와 알뜰배달을 통해 고객의 주문을 유도하고, 다양한 광고 상품을 통해 업주의 홍보를 도운 영향이 큽니다.
3) 배달커머스, 배민B마트의 성장
배민B마트는 도심 내 유통센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생필품과 식료품을 배송하는 창고형 매장 사업인데요. 지난 2023년, 배민은 B마트 사업에서 매출 증대와 비용 효율화 모두를 달성했습니다. 사업 초기 대비 2023년 B마트 고객의 평균 주문 금액이 3배 가까이 늘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졌고, 물류 시스템을 효율화한 덕분에 운반비와 보관비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죠.
4) 자체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의 활약
2023년 4월 배민이 새로 도입한 알뜰배달 서비스도 수익성 증대에 기여했습니다. 알뜰배달은 동선의 효율성을 고려해 묶음 배달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기존 대비 낮은 배달 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배달비 부담은 낮추고, 최적의 경로를 통해 여러 배달 건수를 한 번에 처리해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죠. 실제로 알뜰배달 서비스에 가입한 업주의 주문 수는 가입 전 대비 20%가량 증가했습니다.
5) 다양한 광고 상품
배민이 제공하는 다양한 광고 상품은 외식업주를 끌어들이는 데도 효과적이었습니다. 배민은 울트라콜, 오픈리스트 등의 차별화된 광고 상품을 제공합니다. 업주는 울트라콜을 통해 부가세 포함 월 8만 8천 원에 설정한 주소를 기반으로 가게를 상시 노출할 수 있으며, 오픈리스트를 통해 각 테마에 적합한 고객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데요. 업주의 세분된 광고 수요를 공략한 덕분에 배민의 입점 업체 수는 2022년 말 약 30만 개에서 2023년 말 약 32만 개까지 증가했습니다.
6)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
외형 성장과 내실 다지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배민은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배민의 영업이익률은 20.5%에 달했죠. 같은 기간 경쟁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적자를 기록한 걸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익률인데요. 같은 유통업계에 해당하는 신세계,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영업이익률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7) 탄탄한 충성고객까지
배민이 확보한 충성고객 기반도 탄탄한 편입니다. 충성고객을 나타내는 지표인 선불충전금 규모는 2023년 3분기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증가해 왔는데요. 2024년 1분기 선불충전금이 또 한 번 전 분기 대비 3.4% 증가한 302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죠. 배민선물하기 및 배민페이 서비스가 그만큼 성장한 건데요. 이는 배달 서비스 시장에서 배민이 견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불충전금이란 이용자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의 대가로 선불업자에 지급한 금액으로서 대금결제, 양도, 환급 등에 사용한 금액을 차감한 잔액을 뜻합니다.
3. 배민의 수수료 인상, 과한 것 아닌가?
1) 수익성 이미 충분한 것 아닌가
배민이 계속해서 호실적을 기록해 온 만큼 이번 수수료 인상을 두고 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릅니다. 배민은 이미 국내 1위 배달 서비스인 데다, 역대급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기준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63%로, 2위 쿠팡이츠(20%)와 3위 요기요(16%)의 점유율을 합쳐도 배민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데요. 이 때문에 배민의 수익성 강화 정책이 후발업체와의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배를 불리기 위함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2) DH의 이익 실현을 위한 것
업계에서는 모기업인 DH가 2019년 배민을 인수한 후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지난 2023년 DH는 배민으로부터 4,127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는데요. 전체 당기순이익 중 81%를 몽땅 가져간 거죠. 배민이 흑자 전환하자마자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을 챙긴 DH의 행보에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DH가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수수료 인상 정책 역시 DH가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는 겁니다.
3) 정치권의 거센 비난
소비자와 가맹점주 등을 고려하지 않은 배민의 독단적인 정책에 정치권에서도 거센 비난이 이어집니다. 지난 2022년 기준 배민의 중개 수수료는 이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평균 영업이익률(6.6%)의 1.5배에 달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외식업주에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대형 플랫폼의 횡포라고 본 거죠. 실제로 배민의 기존 가맹 업주 중 배민의 수수료 인상 발표에 가맹 포기를 결정한 업체도 나옵니다.
4) 횡포가 아닌 요금 체계 정상화
빗발치는 비난에 배민은 수수료 인상이 결코 횡포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지금껏 출혈 경쟁으로 어쩔 수 없이 낮게 유지해 온 수수료율을 이제야 정상화하는 거라는 입장이죠. 수수료 인상 전 배민의 수수료율은 6.8%로, 쿠팡이츠(9.8%)와 요기요(12.5%)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요. 2년 연속 흑자로 어느 정도 안정성을 확보했으니, 경쟁을 위해 무리해서 낮은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배민은 요금 체계 정상화로 업주와 고객 혜택을 확대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 거센 쿠팡이츠의 추격, 잡아먹느냐 먹히느냐
1) 2위로 올라선 쿠팡이츠
한편, 지난 3월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국내 2위 배달 플랫폼에 등극했습니다. 이후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지난 6월에는 역대 최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를 기록했죠. 6월 쿠팡이츠의 MAU는 771만 명으로, 요기요의 592만 명을 앞섰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쿠팡이츠가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입니다. 쿠팡이츠는 지난 2023년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에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2024년 3월부터는 무제한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요기요도 이에 대응해 멤버십 서비스인 ‘요기패스X’의 구독료를 낮추고 혜택도 확대했지만, 천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쿠팡의 와우멤버십을 당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2) 쿠팡이츠의 무료 정책 확대
요기요를 따라잡은 쿠팡이츠는 업계 1위인 배민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무료 정책을 펼칩니다. 기존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의 제공 지역은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지방의 주요 지역에 그쳤는데요. 지난 5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나섰죠. 지난 7월 1일에는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배민이 7월부터 신규 입점 업체에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인데요. 이에 따라 주요 배달 서비스 3사 중 쿠팡이츠만이 유일하게 모든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포장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남았습니다.
3) 그럼에도 지속적인 성장은 미지수라고
하지만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지금만큼 빠르고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엔 이릅니다. 쿠팡이츠의 고객이 쿠팡 와우멤버십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쿠팡이 와우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면서 언제든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죠. 또, 많은 사람들이 배민 플랫폼에 락인돼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과기부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사용자가 배민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라 친숙하기 때문인데요. 이미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배민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배민의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
게다가 배민도 쿠팡이츠에 맞서 지난 5월부터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을 도입을 시작했습니다. 배민클럽 표시가 있는 가게에서 주문하면 알뜰배달은 무료로, 한집배달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데요. 거리에 따른 추가 배달비도 없고, 타 쿠폰도 중복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체험 기간인 만큼 주요 광역시 및 세종시 등에서만 배민클럽 혜택이 적용되지만, 체험 기간 종료 후에는 배민클럽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텐데요. 배민이 음식 배달 외에도 B마트, 배민스토어 등까지 멤버십 혜택을 확대하면 배달 플랫폼 간 구독 멤버십 경쟁 역시 심화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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