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소속 7명의 애널리스트가 모여 작성한 66페이지짜리 보고서의 영향으로 테슬라 주가가 10%나 상승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시가총액이 대략 100조 원 정도 증가한 셈입니다. 해당 보고서에는 테슬라 목표 주가를 250달러에서 400달러로 60%나 상향 조정하는 이례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이 있었길래 만만치 않은 매크로 환경에서 이렇게 큰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슈퍼컴퓨터 도조 영향
우선 해당 보고서의 핵심 아이디어는 테슬라가 도입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도조(Dojo)가 장기적으로 테슬라의 가치를 5,000억 달러(약 660조 원)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먼저 5,000억 달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야 합니다.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8,000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가총액의 대략 62%나 되는 엄청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파급력이 컸던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슈퍼컴퓨터 도조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숫자로 확인시켜 줬기 때문입니다.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테슬라 주가는 10%나 상승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가 아마존의 아마존클라우드서비스(AWS)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WS는 아마존 영업이익의 70%에 도달할 정도로 큰 현금 흐름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도조가 그 역할을 해준다면, 정말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고민했던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인지 테크 회사인지에 대한 의문이 의미 없어지는 날이 올 겁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이기도 하지만, 빅테크 회사라는 것을 도조가 증명해 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도조가 모빌리티(로보 택시)와 네트워크 서비스(SaaS)에 빠르게 채택되면, 테슬라는 10조 달러 가치가 있는 시장에서 ‘비대칭적인 우위(An Asymmetric advantage)’를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비대칭적 우위라는 개념이 어떤 내용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바꾸면, ‘압도적 경제적 해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테슬라가 이 시대의 진정한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인지를 5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해 줍니다.
1) 무한대로 조달할 수 있는 자본(Unlimited Access to capital)
모든 기업은 주식이든 채권이든 관계없이 자본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 조달이라는 말 앞에 ‘무제한(Unlimited)’이라는 수식어를 감히 붙일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얼마 되지 않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정부와 거의 같은 금리(정확하게는 0.3% 차이)로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최근 시장에서 빅테크를 미국 정부 수준으로 믿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테슬라도 그 정도 급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하드웨어(HW)까지 통합(Vertical Integration)
이번 보고서에서 강조했던 것은 소프트웨어지만, 테슬라는 하드웨어회사이기도 합니다. 이런 회사는 애플 정도를 제외하면 없습니다. 테슬라가 애플이 될 수 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도조를 계기로 테슬라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영상을 한 번 보면, 이렇게 대단한 공장을 가진 회사도 없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3) 압도적으로 많은 데이터 보유(Massive amount of data capture)
테슬라의 큰 경쟁력 중 하나는 바로 압도적으로 많은 주행데이터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도조 서비스가 반영된 이후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가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4) 최고의 천재들(World’s Top talent)
최근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서는 미국이 나치보다 핵무기를 빨리 만들기 위해 사상 논쟁에도 불구하고, 천재들을 불러 모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오펜하이머가 천재들을 모아 핵무기를 매우 단기간에 완성했던 것처럼 지금도 천재들은 미국에 모이고 있는 것 같은 상황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산타나델라(인도),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인도), 엔비디아의 젠슨 황(대만), 그리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남아공)까지 세상을 움직일 만큼의 혁신을 만들고 있는 기업의 CEO들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테슬라에는 어떤 곳보다 많은 천재가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천재들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겁니다. 아마도 그들에겐 새로운 지적 자극이 필요한데, 천재들끼리 모여 있으면, 서로에게 엄청난 자극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5)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World’s Hardest Compute/Software Problem)
“자율주행을 완성하고 로보 택시를 가능하게 하겠다”라는 주장은 사실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가 결국 그 어려운 문제를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달러와 유가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연준이 9월은 아니더라도 11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매크로 환경은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연말~연초에는 다시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자본과 데이터 그리고 인재들을 모아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테슬라가 가진 경쟁력이 깨질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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