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이든정부의 대중 견제정책은 먹힐 것인가?
중국 정책과 관련해 바이든정부는 ‘경쟁’과 ‘억제’가 중심이고 ‘협력’은 일부 영역에서 필요에 따라 보완하려는 태도를 취합니다. 만약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국익과 패권을 위협하지 않고 정치 제도의 대립만 있었다면 미국정부가 중국을 압박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미-중 정치 체제와 지정학적 전략의 대립과 충돌은 정치, 외교 및 군사적 힘겨루기에서 나타나지만, 현 단계에서는 주로 경제 영역에서의 경쟁과 과학기술의 봉쇄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미-중의 가장 큰 변화는 경제, 과학기술 및 산업체인의 긴밀한 융합으로 사실적 공동체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중국정부의 표현에 따르면 경제 무역은 양국 관계의 기본 구축점인데, 이 구축점이 일단 흔들리면 미-중 간 합심의 큰 배가 전복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정부는 이 점을 의식해 전체를 뒤집어 다시 시작하려고 하고 있으나, 두 나라 경제가 너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어 경제 관계를 완전히 끊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미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2. 미국의 첫 번째 전략: 기술 경쟁력 강화
미국은 우선 현실적으로 시간을 두고 부분적으로 의존도를 줄여가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에서 중국에 비해 초격차를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국가 간의 경쟁에서 과학기술이 핵심이며, 특히 4차 산업기술의 경쟁력이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넓은 시장과 빅테이터 및 AI 기술을 이용해 4차 산업 영역에서의 산업화를 포함해 전반적인 영역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데, 미국정부가 이를 국가 이익과 안보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정부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핵심 과학기술 기업을 제재하고 압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이든정부는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트럼프정부의 대중국 규제 조치를 이어가는 것 외에 미국 자체의 경제와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정부처럼 극한의 압박만 하기보다는 미국의 기간산업과 과학기술에 투자를 확대해 미국경제와 기술의 경쟁력을 높여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넓혀가며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3. 미국의 두 번째 전략: 동맹국의 신뢰 강화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때 동맹국들의 협조를 얻으려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 파트너십(PGII)에 모두 참여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경제 협력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IPEF와 칩4는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해 추진되는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우방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한국 정부가 RCEP 회원국인 동시에 IPEF에도 참여하기로 하면서 중국 측에서는 한국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PGII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성격으로 G7 국가들이 함께 뭉쳐서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에서 결성된 것입니다.
4. 미국정부 주도의 산업 지원 정책
미-중 패권 전쟁은 주로 차세대 첨단기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과거처럼 시장의 힘에 맡기기보다는, 정부 주도의 산업 지원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정부는 집권 이후 반도체와 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켜, 반도체와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 자동차 등의 영역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전을 빌미로 미국우선주의를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정부는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해 약 39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미국이 약세인 반도체 제조 부문을 집중 육성하고자 합니다. 1990년대 세계 칩 생산의 40%대를 차지했던 미국의 압도적 우세가 10%대로 하락한 추세를 반전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법에는 미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으려면 미국 내(혹은 북미)에 생산 기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앞으로 10년간 중국에 의미 있는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가드레일 조항’이 있습니다. ‘초과 이익 환수’ 및 ‘생산 시설에 대한 접근 허용’ 등의 조항도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미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핵심기술까지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하는 무리한 요구입니다.
한편 미국은 동맹국들과 민주주의 기술 연맹을 만들어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적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제작 시 부품과 핵심 광물을 나눠 정부 보조금 기준을 발표했으며,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부품과 북미, FTA 체결 국가 및 일본에서 생산되는 핵심 광물을 사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배터리 영역에서 중국기업은 한국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미국정부의 대중 견제정책은 미국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시장 확대를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에는 단기적으로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기업들은 이 기회에 미래 산업에서의 공급망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의 다변화를 빠른 시일 내에 이뤄냄으로써 중국 및 일본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려야 할 것입니다. 첨단 칩 제조 부문에서 이미 디커플링이 시작되었고, 미국이 제시한 ‘가드레일 조항’이 실현되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들이 언젠가는 제대로 업그레이드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디커플링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미국의 규제가 반도체를 넘어 AI나 양자 컴퓨팅 같은 다른 첨단기술로 확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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