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침체 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경영 상의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권 내외의 중견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요. 또한 올해 들어 벌써 109곳의 종합건설사가 폐업 신고를 하는 등 건설업계의 위기가 체감되고 있습니다.
개별 건설사들은 유동성 관리, 선별 수주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경기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규체 철폐와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건설사 법정관리 신청 현황과 연이은 법정관리 신청의 이유, 업계의 요구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2025년 법정관리 신청 건설사 현황
지난 2024년, 시공능력평가 16위(2023년 기준) 태영건설이 연초부터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가 혼란에 빠진 바 있었죠. 그런데 올 초에도 시공능력순위 58위의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외의 건설사 6곳이 뒤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요. 이는 중견 건설사들이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다른 건설사들처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업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4년 시공능력평가는 국내 85,642개의 건설사 중 85.2%에 해당하는 73,004개 사에 대해 이뤄졌는데요. 7만 3천여 개의 건설사 중 100위권 내외에 오르는 *1-2군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건설사 등급은 조달청의 등급별 유자격 명부 등록 및 운용 기준에 따른다.
1군: 시공능력평가액 4,200억 원 이상(2024년 기준 1~77위)
2군: 시공능력평가액 1,400억 원 이상~4,200억 원 미민(2024년 기준 78~192위)
1) 신동아건설 (시평 58위, 현장 26곳, 공사 146건)
시공순위 58위인 신동아건설은 지난 1월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신동아건설은 지난 2010년에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죠. 2019년 11월, 10년 여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5년 2개월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데요. 2023년 연결기준 부채 7,981억 원, 자본 1,861억 원을 기록해 부채비율만 428.7%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워크아웃 졸업 5년 만에 신동아건설이 다시 기업회생에 돌입한 것은 공사미수금 증가, 분양실적 저조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되어 대규모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요. 일부 사업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고, 공사미수금이 쌓이면서 지난해 12월이 만기였던 60억 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할 정도로 현금흐름이 악화되었습니다.
2) 대저건설 (시평 103위, 현장 17곳, 공사 157건)
시공순위 103위인, 경남 지역 2위인 대저건설도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대저건설도 대규모 미분양과 미수금 증가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는데요. 2023년 기준 공사미수금은 779억 원, 분양 미수금은 6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사비를 받지 못한 현장 중에는 신동아건설과 공동시공을 맡은 현장(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도 있었죠.
이에 더해 경남 창원시 A2BL 공공주택 건설사업에 공동시공으로 참여한 남양건설이 지난해 6월 법인회생을 신청하면서 남양건설의 채무를 인수해야 할 상황에 처했는데요. 채무를 감당할 여력이 없던 대저건설도 해당 사업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3) 삼부토건 (시평 71위, 현장 18곳, 공사 118건)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면허 1호로 잘 알려진 삼부토건(시공능력순위 71위)도 지난 24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요. 법원은 6일 삼부토건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삼부토건의 경영위기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우세한데요. 2020년부터 영업적자를 내오던 삼부토건은 2024년 9월 기준 부채비율이 838.5%를 기록하기도 했죠. 지난해에는 네 차례에 걸쳐 임직원 월급 지급이 지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삼부토건의 위기도 역시 지방 미분양 증가와 공사미 미수금 누적이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삼부토건은 복합개발 건설사업에 참여했으나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 안강건설 (시평 138위, 현장 8곳, 공사 64건)
시공능력평가 138위인 안강건설도 24일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는데요. 안강건설의 경우 2023년 기준 매출액 2,300억 원, 부채비율 157%를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평가받았는데요. 하지만 책임준공 의무에 따른 채무 미이행으로 83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인수하게 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또한 경기도 광주 테라스하우스, 안산 지식산업센터 등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공사 미수금이 대거 발생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행사의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으로 금융기관의 가압류까지 진행되자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5) 삼정기업 (시평 114위, 현장 2곳, 공사 79건)
시공순위 114위의 삼정기업도 지난 27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요. 삼정기업은 최근 화재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의 시공사이기도 합니다.
삼정기업과 자회사인 삼정이앤시는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양사를 합해 2,500여 억 원의 미회수 채권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장기 프로젝트 개발사업의 차질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고 밝혔는데요. 또한 최근 발생한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 화재로 잔여 공사비 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졌으며, 금융기관의 추가 자금 조달도 전면적으로 중단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6) 대우조선해양건설 (시평 83위, 현장 6곳, 공사 156건)
시공순위 83위의 대우조선해양건설도 지난 27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요. 법정관리 개시 명령을 받고 정상화 절차를 밟은 지 2년 만에 다시 경영 위기에 빠졌습니다.
202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부동산 개발업체 스카이아이앤디에 인수되어 경영 정상화를 이뤘는데요. 하지만 건설경기 악화로 사업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스카이아이앤디가 인수 및 운영을 포기하면서 다시 경영난에 처했습니다. 2023년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채비율은 838.8%에 달했는데요. 현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을 맡은 현장 중 착공 단계에 있는 현장은 6곳 중 5곳이며, 진행 중인 공사는 10건인 것으로 파악되는 바, 빠른 시일 내에 경영 정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7) 벽산엔지니어링 (시평 180위, 현장 30곳, 공사 105건)
시공순위 180위의 벽산엔지니어링이 지난 4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그 뒤를 이었는데요. 벽산엔지니어링 역시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 468.3%를 기록, 높은 부채비율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2021년 수주한 몽골 아이막 지역난방 개선사업 관련 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늘어난 매출채권이 유동성 악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는데요. 해외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차입 규모는 증가했지만, 영업 적자로 인해 현금흐름이 악화되어 결국 법정관리 신청에 이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2. 도미노 도산 우려 나오는 이유는?
이렇듯 2025년 새해가 밝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7곳의 중견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요. 1-2군의 중견 건설사들이 잇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미수금 증가와 채무 부담으로 인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의 도미노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1) 미수금 증가
미수금은 공사를 진행했고,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했지만 아직 돌려받지 못한 금액을 말하는데요. 계정 상으로는 매출채권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매출채권을 보면 해당 건설사의 미수금 비율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죠.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은 10~20%가 적정하다고 평가되는데요. 하지만 최근 10대 주요 건설사 중 7곳의 매출채권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만큼 미수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수금이 증가하는 이유는 지방 중심의 미분양 적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5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 72,624호 중 52,876호가 지방 몫일만큼 지방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급감했고, DSR 등의 규제 적용으로 지방 미분양 적체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 주택 사업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중소·중견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에 비해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대형사만큼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일부 사업장의 미분양이 큰 타격이 될 수 있죠. 미분양으로 인한 미수금 증가는 일부 건설사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건설업계 공통의 문제인 만큼 이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 PF 부실, 책임준공 채무 인수 등 금융비용 증가
또한 현재 건설사들은 PF 우발채무 및 책임준공 채무 인수 등 금융비용 증가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다 보니 PF대출을 끼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증가로 PF 부실 사업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의 채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32조 5,000억 원에 달하는데요. 그런데 최근 금감원이 부실 PF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어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부담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책임준공 기한 도과에 따른 채무 인수로 경영상 위기를 겪는 경우도 있는데요. 책임준공 의무는 PF 대출 시 시공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약속된 기한 내에 준공할 것을 보증하고, 이를 어길 경우 그에 따른 채무를 모두 갚아야 하는 특약을 말합니다. 안강건설의 경우 준공 기한을 하루 넘긴 탓에 830억 원의 채무를 떠안게 되자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인데요. 현재로서는 책임준공 연장 사유가 전쟁 등 천재지변에 한정되어 있는 탓에 건설사들은 채준 미이행에 따른 채무까지 떠안게 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3. 건설업계 요구사항
이렇듯 건설업계 전반이 유동성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지방 부동산 수요 진작을 위해 정부가 스트레스 DSR 대출 규제 완화 및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절반으로 급감한 점, 지방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가산금리까지 더해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 등을 들어 DSR 대출 규제의 한시적 유예 또는 지방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 상향 강행이 중소 건설사의 시장 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부동산 개발 사업의 경우 수백수천 억 원이 투입되는데, 그중 자기 자본비율을 20%까지 상향할 경우 자본력이 약한 중소·중견건설사는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건설업계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금은 규제 강화가 아닌 완화로 건설경기 진작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달 만에 7곳의 중견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체력이 고갈된 건설사가 많다는 방증인데요. 건설업은 특성상 한 업체의 도산이 다른 업체와 금융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중소·중견 건설사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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