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경제의, 정확히는 미국 경제의 미스터리가 몇 가지 있습니다.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고, 최근 1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준으로 금리가 뛰어올랐습니다. 물가도 생각만큼 내려가지 않고 고용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1. 미 국채 10년물 금리, 4.8%까지 상승
물론 금리를 올린다고 물가와 고용이 바로 꺾이는 것은 아니니 좀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아무리 기다려도 물가와 고용이 꺾이지 않을 수도 있고 물가와 고용이 식더라도 금리는 계속 높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강하게 베팅 중입니다.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4.8% 수준까지 다시 뛰어오른 게 그 증거입니다.
10년 후의 금리가 적어도 그 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금리가 이렇게 높은 데도 불구하고 그 고금리의 부작용인 물가 하락과 고용 둔화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금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인데,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합니다. 지금까지 알던 공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어서 마치 달로 이주한 지구인처럼 지금까지 경험했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된 듯한 상황입니다.
2. 이상 현상의 이유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유명한 경제 전문가들이 어떤 설명을 하고 있는지 일단 들어보면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현상들의 이유를 유추하는 것입니다.
1) 금리의 약발이 과거보다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나쁘거나 물가가 낮을 때 금리를 낮춰도 경기가 쉽게 좋아지지 않고 물가도 좀처럼 오르지 못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경기가 너무 뜨겁거나 물가가 높을 때 금리를 올려도 그 약발이 쉽게 먹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추측되는데, 미국의 경제 활동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제조업 위주가 아니다 보니 금리가 낮아져도 투자가 그리 강하게 살아나지도 않습니다. 금리가 높다고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지도 않습니다. 요즘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인공지능 분야는 어차피 장기적으로 계속 투자해야 하는 분야여서 금리가 높아졌다고 그 투자가 멈추거나 위축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식히려면 금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 특히 이런 변화는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인상의 약발이 과거보다 더 약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경기가 더 좋아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냐면 금리 인상으로 예금 이자 수입이 늘어나는 계층은 오히려 소비를 더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은 별로 없습니다. 많은 경우에 이미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을 팔고 다른 집을 구매하면 기존 주택에 적용되던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이 사라지고 새로운 집에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므로 매우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주택의 매물이 급감하고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가며 주택 소유자들은 그로 인해 지출을 더 늘릴 이유를 하나 더 갖게 됩니다.
3) 고성장은 고금리, 저성장은 저금리라는 공식도 깨질 수 있습니다.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는 이유는 과거보다 부채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저성장 시기에도 부채의 만기는 계속 돌아오고 그 이유로 돈을 빌려야 하는 수요는 계속 강하니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가 유지됩니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에 따른 부채 증가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니 빚을 빚으로 돌려 막아야 하는 정부가 자금 시장에서 계속 강한 수요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고금리 장기화의 근거입니다. 특히 저성장 시기에는 정부의 지출이 더 늘어나야 하며, 그 자금의 공급원은 적자 국채일 가능성이 높으니 역시 저성장은 고금리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부 부채의 증가로 인한 파국을 걱정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에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상황이 오면 금리는 매우 높아질 텐데 이렇게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 정부 부채의 증가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시장은 그걸 두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4)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의 중앙은행(연준)이 자금 공급원이 되어야 하는데 연준은 코로나 시기에 풀어놓은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오히려 양적긴축을 통해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를 계속 사들이는 주체였던 일본도 자국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엔화 대출을 통한 미국 국채 매수 수요가 감소했습니다.
5)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전통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이면서 그 흑자로 인해 생긴 달러를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에 투자했던 나라들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그 여파는 미국 국채의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원인이 이런 것들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타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처방은 다양합니다.
1) 미국 연준이 양적 긴축을 멈추고 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금 갈증으로 인한 고금리 현상이 누그러질 것입니다. 달라진 상황을 연준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2) 이상 기후와 유사한 이상 고금리 현상은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듯합니다.
만약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미리 마련해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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