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슬라, 3분기 실적 악화
테슬라의 3분기 실적 악화되었습니다. 흉흉합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상황이 말입니다. 테슬라의 현재 상황이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펼친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증대됐지만, 이익이 시장의 기대보다 현저히 악화됐습니다.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꾀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테슬라는 11월 그동안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출시할 예정이긴 합니다. 모델 Y 이후 3년 만에 신차를 내놓는 것인데요. 사이버트럭에서 이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최소 1년에서 최대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적 발표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폭풍이 몰아치는 경제 상황에서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경제 상황을 고려해 멕시코 기가팩토리 공사를 늦출 수 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나소닉이 30일(현지 시각) 북미 지역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생산을 줄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직후부터 그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던 테슬라 주가가 결국 주당 200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도 부정적 영향
다른 완성차 업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GM은 테슬라를 제치고 북미 지역 전기차 판매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혀 왔습니다. 작년 중반부터 2년 동안 4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현재는 그 계획을 축소했습니다.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한 전기차 공장의 가동 시점도 1년 미루기로 했습니다.
포드는 3분기 전기차 사업에서만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실적 악화에 전기차 관련 투자 예산 120억 달러(약 16조 원)를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SK온과 합작해 미 켄터키주에 건설할 예정이었던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의 가동 역시 예산 감축으로 연기됐습니다.
그로 인해 배터리 산업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3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LG에너지솔루션만 봐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7,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작년 3분기보다 40% 이상 급증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 전기차 시장 포화 예상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대표적인 이유는 일단 남들보다 앞서 전기차를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의 확산의 형태를 설명해 주는 ‘로저의 적응/혁신 커브’(Rogers adoption innovation curve)란 개념이 있습니다. 적응혁신 커브에 따르면, 소비자는 소비성향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됩니다. 이때 초기 시장은 가장 먼저 신제품을 소비하는 2.5%의 혁신가와 13.5%의 얼리 어답터에 의해 형성됩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혁신가와 얼리 어답터들은 대부분 구매하면서 초기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있는 34%의 소비자군인 얼리 머저리티입니다. 쉽게 말해 얼리 어답터까지는 아니지만, 신제품을 일찍 사는 편에 속하는 다수입니다. 이들까지 소비가 확산돼야 본격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전기차 시장으로 넘어오게 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거시 경제 상황의 악화, 높은 전기차 가격, 충전 인프라 부재 등입니다.
4. 노사 갈등, 정치 리스크도 산재
공급 측면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테슬라를 제외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그간 전기차 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음에도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상대적으로 생산 인력과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노조와의 갈등을 고조시킨다는 점은 큰 부담입니다.
정치적인 리스크도 공급 측면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수산화리튬, 흑연,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단기적으로 이 구조를 탈피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은 거의 악몽 급입니다. 민주당 정부가 펼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주요한 시장 성장의 동력이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련 정책 전반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친환경 트렌드와 빠른 기술 발전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상황은 그저 일시적인 정체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는 시각도 여전합니다. 이미 전기차가 대세가 된 마당에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단기적인 혼란을 피해 갈 수 없겠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란 입장입니다. 여러모로 전기차 시장 상황이 흉흉한 만큼, 향후 시장의 향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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