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에서 자산 관리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2019년 투자 자문사 유나이티드 캐피털을 7.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자산 관리 서비스 대상 고객층을 확대하기로 한 지 4년 만에 이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입니다. 해당 이슈를 살펴보면 현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인수로 얻은 해당 플랫폼을 통해 자산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가 넘는 개인 고객들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그 수는 대략 2만 2,000명 정도였습니다. 당시 시장의 평가는 “이제 골드만삭스가 초고액 자산가가 아니라 수백만 달러 정도의 부자도 관리하려고 하는구나”였습니다.
사실 13억 원 수준을 가졌으면 상당한 부자인 것 같은데, 골드만삭스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왜냐면, 골드만삭스의 고객은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를 은행에 맡기는 전형적인 초부유층 고객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십억 원이 아니라, 수백억 원 정도는 있어야 골드만삭스의 고객이 될 수 있다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1. 전 세계 부의 피라미드
지난달 스위스 투자 은행 UBS에서 발표한 전 세계 부자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의 부의 지도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만 달러(약 1,300만 원) 이하를 가진 그룹의 비중은 무려 52%나 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의 총량은 5.3조 달러 수준으로 전 세계 부의 1.2%에 불과합니다. 만약 지구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절반이 가지고 있는 돈을 다 합쳐도 1.2%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반면, 전 세계 인구 중 약 1.1%가 자산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가 넘는 그룹에 속하는데, 이들이 보유 중인 자산 규모는 208조 달러 수준으로 전체 부의 45.8%나 됩니다. 지구에 100명만 살고 있다고 가정할 때 1명의 자산(208조 달러)이 하위 50명이 들고 있는 자산(5.3조 달러)의 40배나 된다는 의미입니다.
2. 상위 1% 버리고 다시 0.1%에 집중하는 골드만삭스
그런데 놀랍게도 골드만삭스가 매각한 사업부가 다루던 고객은 이 상위 1%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초고액 자산가가 되려면 백만 달러가 아니라 다시 수천억 달러는 있어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골드만삭스의 선택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 상위 0.1%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상위 1%가 들고 있는 자산의 몇 배는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미국 재무부의 노동조합에 관련한 코멘트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노조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부각하고 싶었던 자료였지만, 내용을 보면 이 또한 심각한 양극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심화하는 양극화
노조 가입 비중은 2차 대전 직후 35% 수준에서 최근 10%까지 급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80년대 10% 수준에서 20%까지 꾸준하게 늘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양극화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상황의 심각성이란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점점 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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