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안성과 충남 천안 경계에서 교량 연결 작업 중이던 서울세종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붕괴되면서 작업자 10명 중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교각 위에서 상판을 받치는 보 역할을 하는 거더를 설치하는 중 거더 인양 및 설치 장비인 런처를 옮기다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사고 원인을 파악 중에 있지만, 해당 공사에 적용된 DR거더 런칭 가설공법 시스템 조작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개선 요구 및 안전 점검, 개별 기업의 안전 강조 등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금주에는 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현황과 논란이 되는 DR거더 런칭가설 공법, 건설업 중대재해 예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발생
지난 25일 오전 9시 49분경, 충남 천안시 입장면과 경기 안성시 서운면 경계에 위치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위 *거더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 교각 위에는 거더 설치 작업 중이던 작업자 10명이 있었는데요. 작업을 마치고 거더 설치 장비인 런처를 철수하던 중 거더가 중심을 잃으며 무너졌습니다. 이때 10명의 작업자가 거더와 함께 52m 아래 지면으로 추락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거더(girder): 교각과 교각 사이를 잇는 콘크리트 빔으로, 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 현재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를 다루는 언론 보도에서 상판, 빔, 철 구조물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칭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에서 해당 구조물을 ‘거더’로 지칭하고 있다.
이에 관계기관도 빠른 대처에 나섰는데요. 소방청은 사고 당일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했고, 국토부는 금일(28일)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또한 경찰도 금일(28일) 해당공사의 발주처인 도로공사와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하도급사인 장헌산업과 강산개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죠.
1) 시공사 및 공사 현황
사고 발생 현장에서 진행되던 공사는 고속국도 제29호선 9공구 세종~안성간 건설공사인데요. 사고 발생 지점은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안성구간으로, 서울세종고속도로는 경기 구리와 세종을 연결하는 134km 규모의 고속도로입니다. 해당 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 범양건영 컨소시엄이 수주했는데요.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이 50%, 호반산업과 범양건영의 지분은 각각 30%, 20%였습니다.
사고 발생 지점은 천용천교 건설현장으로, 해당 구간의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인데요. 하도급사는 DR거더 기술을 보유한 중견 토목 업체 장헌산업과 상판 거치를 담당한 강산개발입니다. 사고 당시 해당 구간의 공정률은 63.2%로,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죠.
2) 사고 경위
이번 사고는 교각 위에 거더를 설치하는 중 장비를 옮기다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데요.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작업자 10명(장헌산업 소속 8명, 강산개발 소속 2명으로 구성)은 최고 52m 높이의 교각에서 왕복 6차로 도로공사를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10명 중 2명은 세종 방향 교각 위에서 빔 설치 확인 작업을, 나머지 8명은 포천 방향에서 빔 거치 작업을 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죠.
현대엔지니어링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 무너져 내린 거더는 지난 6일 거치가 완료됐는데요. 거더 거치는 상행선 방향에만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상행선 교각 위에 거더를 거치하는 작업을 하고, 이를 고정하기 위한 철근 용접 및 가로보 설치 등의 후속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상행선 거더 거치의 후속 작업을 마치고, 하행선 작업을 위해 런처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해당 공사에 투입된 10명(한국인 7명, 중국인 3명)의 근로자 중 사망자는 한국인 2명(40대 1명, 50대 1명), 중국인 2명(50대 1명, 60대 1명)으로 확인됐는데요. 부상자 중 5명은 중상을 입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중국 국적 근로자 1명은 경상을 입어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사고 발생 구간의 시공을 맡은 현재엔지니어링 측은 공사 현장에 안전관리 요원 1명을 상주시켜 매일 안전 점검을 실시했고, 이달 초 본사 차원에서 실시한 안전 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사고의 생존자 중 한 명인 중국인 근로자도 작업 시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를 늘 착용했고,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안전검사도 매일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사고 원인은 무엇인지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 논란이 되는 DR거더 런칭가설 공법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없어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안성 고속도로 건설에 적용된 ‘DR거더 런칭가설 공법’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1) DR거더란?
거더는 교각과 교각을 연결하는 콘크리트 빔으로, 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고 설명드렸는데요. 안성 고속도로 현장에서는 DR거더라는 특수 거더가 사용되었습니다.
DR거더는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SC) 거더의 일종인데요. PSC 거더는 콘크리트가 균열 없이 더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콘크리트 내부에 인장력을 미리 도입한 거더를 말합니다. 콘크리트 거더가 날씨와 하중의 영향을 받아 균열이 생기는 것을 미리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건데요. DR거더는 여기에 긴장재의 이완과 재긴장이 가능한 장착시스템을 추가한 것으로, 일반 PSC거더보다 수명을 증징시킨 공법입니다.
해당 기술은 사고가 난 공사구간의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이 동부건설, 한맥기술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지난 2009년 건설 신기술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DR거더 공법은 2016년과 2017년 최다 실적을 기록할 만큼 널리 쓰이는 기술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2) 런칭가설 공법이란?
사고 현장의 거더 거치 작업은 런처라는 장비를 통해 진행됐는데요. 런처는 빔이나 거더 인양 및 설치에 활용되는 중장비를 말합니다. 이번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파란색 장비가 바로 런처입니다.
지면으로부터 수십 미터 위에 있는 교각에 빔을 거치할 때는 보통 크레인을 활용하는데요. 하지만 빔의 크기가 크거나, 지형 상 크레인이 진입할 수 없을 때는 런처가 투입되곤 합니다.
런처를 활용한 거더 런칭 공법은 지면에서부터 거더를 들어 올려 거치하는 게 아닌, 거더를 산비탈에 먼저 올려놓은 후 거더를 밀면서 교각 위에 얹는 방식인데요. 이때 런처는 교각 위를 앞뒤로 오가며 거더를 미는 역할을 합니다.
런칭가설 공법은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고, 교각 아래 도로나 하천이 있거나, 지형이 복잡한 곳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일반 크레인 가설 공법에 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더를 한쪽에서 밀어 넣는 방식이기 때문에 중간 지지가 없어 교량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처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3) 지나치게 긴 거더가 문제?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에 적용된 DR거더 런칭가설 공법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길이 50m가 넘는 장경간 *I형 거더를 사용한 것이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가 길어지면 본래 3개가 있어야 할 교각을 2개로 줄일 수도 있고, 그 효과로 공간 차지도 줄어들어 교량 아래 공간 활용도도 높일 수 있는데요. 때문에 최근에는 길이가 긴 장경간 거더를 사용하는 현장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 I형 거더: I자 모양의 거더. 콘크리트 거더는 일반적으로 I형 거더와 박스형 거더로 나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거더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거더가 휘는 좌굴이나 횡만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는데요. 또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I형 거더 복부를 슬림화 하는 추세가 횡만곡과 좌굴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사에 투입된 근무자 전원이 교각 위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없어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 등 관계 기관의 신속한 사태 파악이 시급해 보입니다.
3. 정부 대응과 DR거더 적용 현장
1) 정부, 유사 공법 적용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
정부는 DR거더와 런칭가설 공법 모두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26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와 동일한 DR거더 공법 또는 유사한 거더 런칭 공법이 적용된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오송지선(전동교), 서산아산고속도로 대산당진 2공구(대호지교), 함양합천고속도로 5공구(하금천교)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국토부는 안전성 검증을 거쳐 공사를 재개하도록 조치하는 등 교량 공사장 관련 안전점검을 강화할 계획인데요. 또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업자 명단 공개도 재추진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대책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2) DR거더 공법 적용 현장
현재 정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현장은 3곳뿐이지만, DR거더는 최근 널리 쓰이고 있는 공법인만큼 다양한 현장에서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가 발표한 고속도로 건설현장 3곳 외에도 DR거더 공법이 적용된 공사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헌산업 공사정보를 살펴봤는데요. 확인 결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면서 DR거더 공법이 적용된 현장은 13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024년 10월, 스마트 그린산업단지로 지정된 화성 송산그린시티 남측지구 조성공사에도 DR거더가 쓰임을 알 수 있었는데요. 공사정보에서 해당현장의 공정 진행률과 현장의 정확한 위치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DR거더 공법이 적용된 고속도로 건설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만큼 DR거더 공법이 적용된 현장의 관계 기관 및 기업은 안전관리 강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4. 중대재해 발생 건설사, 패널티는?
현재 우리나라는 산재나 사고로 1인 이상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 중인데요.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총 4명이 사망한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의 책임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하도급사인 장헌산업 등 관련 업체의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만약 붕괴사고의 원인이 시공사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소홀로 밝혀질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요. 다만 현대엔지너링 측이 공사 현장에 안전관리요원 1명을 상주시켜 매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힌 만큼 정확한 사안은 정부의 합동감식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건설업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정기적인 현장 안전점검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 안성 고속도로 붕괴와 같은 중대재해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최전선에서 주거시설 및 국가 인프라 건설을 위해 땀 흘리는 건설근로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안전의식 제고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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