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미나이, 포켓몬 블루를 마스터하다
2025년 5월 4일,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짧은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제미나이 2.5 프로’가 1996년 발매된 고전 게임 ‘포켓몬스터 블루’를 직접 플레이해 엔딩까지 클리어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왼쪽에는 AI의 명령어 로그, 오른쪽에는 실제 게임 화면이 나란히 나오며, AI가 실시간으로 게임을 분석하고 전략을 선택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죠.
이 소식은 단순히 AI가 게임을 ‘클리어했다’는 신기함을 넘어, 인공지능이 게임을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며, 계획을 세워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과거 게임 속 NPC(Non Player Character)나 적 캐릭터들이 보여주던 ‘패턴화된 행동’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진화라 할 수 있습니다.
2. 게임 속 AI와 진짜 AI의 차이
많은 게이머들은 게임 속 적이나 동료 NPC의 행동을 ‘AI’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개발자가 미리 짜놓은 스크립트와 조건문에 따라 움직이는 ‘반응형 프로그램’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2의 몬스터들은 체력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도망치는 등, 정해진 조건에서만 반응합니다. 이런 행동은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누구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죠.
진짜 인공지능은 다릅니다. 스스로 환경을 관찰하고, 상황을 분석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전략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개발자가 일일이 규칙을 입력하지 않아도, 시행착오와 학습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죠.
3. AI와 게임의 역사 – 체스에서 바둑, 그리고 포켓몬까지
AI가 처음 게임에 도전한 역사는 컴퓨터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습니다. 1951년, 앨런 튜링은 기계가 체스를 둘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했습니다. 이후 1970~80년대에는 아타리의 ‘퐁’, ‘팩맨’ 등에서 간단한 규칙 기반 AI가 등장했죠.
1990년대에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과 1인칭 슈팅(FPS) 게임에서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NPC가 등장하며, AI는 한층 더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자가 정해준 틀 안에서만 움직였습니다.
2010년대 들어 딥러닝과 강화학습이 발전하면서, AI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게임을 배우는 단계에 도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입니다. 알파고는 수천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바둑의 전략을 스스로 터득했고, 인간 최고수 이세돌을 꺾으며 AI의 진화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죠.
이후 오픈AI의 ‘도타2’ 봇, 딥마인드의 ‘알파스타(스타크래프트2 AI)’ 등 다양한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4. 생성형 AI 시대 – “잘 놀아야 진짜 똑똑해진다”
이제 AI는 단순히 규칙을 입력받아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화면을 ‘보고’,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상황 인식) 기술과 거대언어모델(LLM)의 결합 덕분입니다.
제미나이는 포켓몬스터 블루를 플레이할 때 화면의 체력, 기술, 적의 상태를 인식하고, 포켓몬이 가진 기술 중 어떤 것을 쓸지 스스로 결정합니다. 규칙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AI가 직접 게임을 ‘경험’하며 전략을 세우는 것이죠.
메타가 개발한 ‘시세로’는 보드게임 디플로머시에서 인간처럼 협상, 거짓말, 배신까지 구사하며 연구진을 놀라게 했습니다. AI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인간과 공모하거나, 의도적으로 속임수를 쓰는 모습까지 보여준 겁니다.
5. 왜 빅테크는 AI에게 게임을 시키는가?
게임은 AI 연구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규칙이 명확하고, 보상 구조가 존재하며, 반복 실험이 가능하고, 다양한 변수와 상황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전 게임은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결정적인 선택이 필요한 ‘사칙연산’과 같아, AI의 기본 문제해결 능력을 테스트하기에 적합합니다. 최신 오픈월드 게임은 자유도가 높고 변수가 많아 ‘미적분’에 비유할 수 있죠.
딥마인드의 ‘시마’ 프로젝트처럼, AI가 게임 API나 내부 코드에 접근하지 않고 오직 화면 픽셀 데이터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사람처럼 화면을 보고,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학습해 범용 AI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AI, 게임을 통해 ‘생각하는 기계’로 진화하다
구글 제미나이의 포켓몬스터 블루 클리어는 AI가 단순히 주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비선형 경로를 설계하며, 실패에서 학습해 성장하는’ 진짜 인공지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게임은 AI에게 최고의 놀이터이자 실험실입니다. 앞으로 AI가 더 다양한 게임을 통해 인간과 소통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키우며, 우리 삶에 더 깊이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진짜 ‘생각하는 기계’의 시대, 그 시작점에 우리는 함께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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