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 증시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속 하락했습니다. 주간 하락 폭은 3%에 이릅니다. 오늘은 과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1. 중국 부동산과 미국 금리
중요한 이유로 중국의 부동산 문제와 미국의 금리 문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 문제는 가장 최근까지 업데이트된 이 뉴스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요약하자면, 중국의 부동산 개발 회사 비구이위안이 부도 위기에 처했고 여기에 돈을 대던 금융회사들의 투자신탁 상품도 원금과 이자 지급이 어려워졌다는 내용입니다. 아파트가 안 팔리니 아파트 파는 회사가 어려워지고 아파트 파는 회사에 돈을 빌려줬던 투자자들도 함께 어려워지는 구조인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문제는 요즘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른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인데 최근 4.3%를 넘으면서 계속 오르고 있고, 여기에 연동해서 움직이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도 7%를 넘어섰습니다. 금리가 연 7%가 넘으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층의 주택 매수 의지를 빼앗아 버릴 수 있습니다.
2. 미국 금리 문제가 더 심각
이 두 가지 문제 중에 좀 더 심각한 문제를 고르라면, 지금 당장은 중국 부동산보다는 미국의 금리 상승 문제가 더 심각하고 파장이 커 보입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부동산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입니다. 또한 그 충격과 파장은 크겠지만, 중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깨비방망이 같은 해법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긴 고통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당장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3. 장단기 금리 역전
오히려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미국의 금리입니다. 일단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면,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는 5.5%입니다. 그런데 국채 10년물 금리는 4.3%입니다. 하루만 돈을 빌리더라도 금리가 연 5.5%라는 뜻인데, 10년을 빌려줘야 하는 10년물 금리가 4.3%라는 건 좀 이상합니다. 보통은 단기 금리가 낮고 장기 금리가 높기 마련인데 미국은 거꾸로 됐습니다. 이걸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1년만 살겠다고 하면 월세를 100만 원을 내라고 하는 집인데 10년을 살겠다고 하면 월세로 70만 원만 내고 10년을 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마음속에 '지금은 기준 금리가 높아서 5.5%나 되지만 좀 지나면 계속 낮아질 수 있어 10년물 금리가 4.3%라면 꽤 높은 금리라고 볼 수 있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월세로 설명하자면 지금 월세 100만 원은 너무 높은 월세이고 앞으로는 계속 월세가 내려갈 거라는 생각이 있어야 그런 10년짜리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셈입니다.
4. 10년물 국채 금리, 15년 새 가장 높은 수준
그런데 최근 며칠 동안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계속 더 올랐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연말 이후 계속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2023년 어느 때인가부터는 기준금리도 내리기 시작할 테니 10년물 국채금리도 그만 오를 때가 됐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오르기 시작해 1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15년이면 2008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로 가장 높다는 뜻입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는 걸 불안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물가도 슬슬 안정되고 있어 물가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끌어올렸던 금리가 곧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는데, 다시 올라가고 있으니 당황스러운 것입니다.
5. 재정 지출 늘린 정부에 힘입어 미국 경기 과열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는 요즘 미국 경기가 너무 뜨거워서 금리를 당분간 내릴 일이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사람들이 이상하게 소비에 미쳐있다. 아무도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다’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정부가 계속 돈을 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도 유례없는 현금 살포를 감행했던 미국 정부가 요즘은 친환경 산업을 중심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달러를 찍어서 쓸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인식에 이제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들이 모두 돈 풀어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졌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2011년에는 GDP 대비 92%이던 미국 정부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GDP 대비 120%가 됐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돈을 풀면 돈이 흔해지니 금리가 낮아져야 할 텐데 금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채권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자금 시장에 공급되는 자금보다 미국 정부가 빌려 가려는 자금의 규모가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채 금리를 계속 높여서 발행해야 겨우 자금 조달이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조달한 빚을 시중에 계속 풀면서 돈을 쓰면 그 돈이 돌면서 소비를 자극하고, 다시 물가가 올라가고,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흐름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덕분에 금리가 너무 높아져 미국 경제가 경착륙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의 대중적인 쇼핑몰들은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더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6. 국내 주식 시장엔 악재 겹쳐
미국은 더할 나위 없이 뜨겁고 그러니 금리는 내려가지 않을 것 같고, 내려가지 않는 높은 금리는 자산 시장을 추락시킬 것 같다는 걱정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계속 흔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유례없이 차갑게 식고 있는 상황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악재입니다. 이번주 내내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6 거래일 연속 하락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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