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가 살짝 서프라이즈로 나왔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의 예상을 살짝 상회한 데 대해서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준이 눈여겨본다고 얘기했던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 즉 주거비와 상품 가격을 제외한 서비스 업 관련 물가 지표의 상승세가 살짝 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높아도 상관없는 것이 주식 시장의 반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장의 시장 반응보다는 향후 물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를 보는 게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준은 물가를 세가지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서 보고 있습니다. 상품, 주택, 그리고 서비스 물가가 그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 부문의 물가는 이미 상당 수준 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파월 의장 역시 지난해 1월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면서 상품 부문의 물가가 빠르게 내려왔음을 말했던 바 있습니다. 올해 1월이 아니라 지난해 1월입니다. 벌써 14개월이 지났다는 이야기입니다. 23년 1월 FOMC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을 말하면서 시장은 환호했습니다. 이제 인플레 거의 끝나가는 거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당시 파월은 상품 쪽은 양호하고 주택 부문은 시간의 문제이지 시차를 두고 내려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데 이게 임금과 관련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상품 부문의 물가가 하락한 원인에 대한 연준 보고서가 있습니다. 거기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품 물가 하락에는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었다는 겁니다. 22년 상반기 배럴 당 140불까지 치솟던 국제 유가가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셰일 기업들의 영혼까지 끌어올려 쏟아내는 원유의 증산이 합쳐지면서 국제 유가를 70불 밑으로 찍어 눌렀습니다. 상품 관련 물가의 안정은 사실 수요 쪽의 요인보다는 공급의 확대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중국 쪽의 경기가 되살아나거나 중국의 물가 압력이 지금보다 살짝 높아진다면 달러 당 7.3위안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불안감을 야기하던 중국 위안화가 7.1위안 수준에서 안정되면서 반대급부로 달러 약세가 진행된다면 달러 약세는 수입 물가의 상승을 말합니다. 어찌 보면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디플레 압력 확대가 미국의 상품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연준 통화 정책에는 숨 쉴 공간을 주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의 셰일 기업들의 생산량이 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무리한 것도 있습니다. 오일을 시추하는 오일 리그의 신규 숫자가 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리그에서 상당히 많은 오일을 빼낸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동일 유전에서 뽑아내는 원유의 양이 제한되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상품 물가의 하락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3월 국제유가는 배럴 당 70불 수준이었습니다. 그 1년이 지난 지금은 배럴 당 80불 수준입니다. 에너지 사이드의 물가 하락 압력은 전년 기준으로는 되려 높아지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상품 사이드, 혹은 에너지 사이드의 물가 하락 압력은 조금씩 약해져 갈 수 있겠습니다. 그럼 주택 관련 부문과 서비스 관련 부문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주택 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모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고점을 넘어섰습니다. 지금의 높은 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이 치솟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가 주택의 가격이 크게 뛰면서 톨프라더스와 같은 고급 주택 건설 업체 주가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고급 주택이 좋으니 건설사들은 마진이 남는 고급 주택 공급을 늘리게 됩니다. 고급 주택 쪽은 향후 공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의 경우는 공급 부족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모기지 이자 부담도 커지고, 인플레 압력이 커져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듭니다. 그래도 주택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부담이 있기에 사람들은 집을 사려고 합니다. 그럼 비싼 고급주택보다는 저가 주택에 집중하게 됩니다.
다음은 상기 내용과 관련한 신문 기사 중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미국 주택 가격 고공행진에 저가주택이 주된 매수 대상이 되고 있다. 고금리까지 겹쳐 수요자들이 비싼 집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으로 풀이됐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 중개회사 레드핀이 14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주거용 부동산 매물 중 저가주택은 총 26.1%가 구매됐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가 주택은 15.9%가 팔렸다.
레드핀은 "투자자들은 주택 가격과 대출 비용(모기지 금리)이 계속 상승할 때 저가 주택에 매력을 느낀다"며 "주택 구입 여력이 지금처럼 제한되면 저가 주택의 가시 상승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4분기 전체 주택 거래 중 저가 주택은 총 46.5%를 차지했다. 고가 주택은 28.8%다. 이 기간에 미국 주택 매매 건수는 4만 6천41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0.5% 감소했다.
레드핀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올해 후반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더 많은 투자자가 주택 시장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가 주택 가격의 상승은 서민 주거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면 임차 주택으로 가게 되고 이는 렌트비 부담을 늘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가 주택을 갖고 있어도 이 주택을 빼서 임대를 살게 되었을 때 부담해야 하는 간주 임대료(OER)의 경우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불안감 속에서는 쉽사리 내려오지 않습니다. 주택 가격이 너무 뜨거우면 주거 부문의 인플레 역시 안정까지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용된 기사의 마지막 문단을 보면 금리를 인하하면 더 많은 투자자가 주택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나옵니다. 금리 인하가 혹시 주택 시장을 자극한다면 다시금 인플레이션의 부메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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