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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거시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 (feat. 빅사이클)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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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시장의 고점은 1989년 12월이었고, 일본 경제는 1990년대부터 꺾였다는 게 중론입니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용어도 그래서 나왔고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수시로 언급됩니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 경제는 우리가 따라가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지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 강연에서 언급한 설명한 몇 가지 사실들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의 지나온 30년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만 있더라도 꽤 성공한 역사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우리는 피해 가야 한다고 생각하던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설명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한데요. 우리나라의 어떤 요인들이 그런 우울한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는 건 중요한 일이니 한번 체크해 보겠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 (feat. 빅사이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 (feat. 빅사이클)

 

1. 일본을 20~30년 늦게 따라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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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90년대의 일본과 매우 흡사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비슷하게 둔화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현재 고령화 속도도 그 무렵의 일본과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요. 일본은 1994년부터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고령사회가 됐습니다. 3년 후에는 우리나라의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본은 이미 2006년에 이를 경험했습니다. 인구 구조가 경제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는 일본을 약 20~30년 정도 늦게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크게 틀린 가정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3만 3000달러)은 2020년에 일본(4만 달러)을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30년 정도 늦은 게 아니라 거의 비슷하게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가를 감안한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는 한국이 4만 5,000달러, 일본이 4만 3,000달러로 일본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잘하면 일본의 전철은 밟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 (feat. 빅사이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 (feat. 빅사이클)

 

2. 두 지표가 차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차라리 부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이 나오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두 가지 중요한 지표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1) 대외순자산 꺾이기 시작한 한국

첫째가 대외순자산이라는 지표입니다. 이건 쉽게 말하면 그동안 벌어놓은 돈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무역 등을 통해 돈을 벌면 그 돈을 달러로 쟁여놓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나라는 대외순자산이 계속 쌓여가기 마련입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0년에 대외순자산이 이미 세계 1위였고 그 규모도 1조 달러가 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대외순자산 순위가 세계 13위 수준이고 그 규모는 5,000억 달러에도 못 미칩니다.

 

참고로 대외순자산은 외환보유액과 유사한 지표입니다. 다만,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따로 갖고 있는 외화 주머니라면 대외순자산은 가계와 기업, 정부의 외화자산 전체에서 가계와 기업 정부의 외화부채 전부를 뺀 숫자입니다. 외채가 1000억 달러이면서 외환보유액도 1,000억 달러일 수 있지만, 대외순자산은 부채와 자산을 통산한 개념이므로 그 상황에서 대외순자산은 0입니다.

 

이런 차이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면서 경제가 꺾이기 직전 20년 동안 부지런히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달러를 잘 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부채를 다 갚고 달러를 벌어들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벌써 꺾이기 시작한 탓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강연에서 언급한 '일본은 부자 노인 한국은 가난한 노인'이라는 표현은 일본 노인들이 부자고 한국 노인들은 가난하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곧 초고령 국가가 될 테니 둘 다 노인인 건 마찬가지인데, 일본은 그래도 대외순자산을 많이 쌓아놓은 부자 노인이고 우리나라는 대외순자산이 별로 없는, 그냥 가난하기만 한 노인이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일본의 현재 대외순자산은 4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2) 자원의 빈약

둘째는 부족한 대외순자산을 만회할 자원이 더 빈약하다는 데 우리나라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의 30년은 일본의 지나온 30년에 비해 더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인구 구조가 그 나라 경제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는 부양비입니다.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와 비교해 나머지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게 낮을수록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은 전성기 부양비가 46%였고 지금 66%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이 41% 정도인데 앞으로 30년 후에는 놀랍게도 100%에 육박하게 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 (feat. 빅사이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 (feat. 빅사이클)

 

3. 일본, 인구 감소 고려하면 경제성장률 양호한 수준

지난 30년간 일본의 경제성장이 더디긴 했지만, 그건 나라 전체의 GDP 규모가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지표를 보면 일본만큼 부지런히 뛰어온 나라도 없습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그렇게 낮지 않습니다. 2000년의 GDP를 100으로 볼 때 지금 미국과 영국은 약 140, 독일과 프랑스는 120이 된 반면, 일본은 113 정도에 그칩니다. 이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비웃지만, 생산가능인구 1명당 GDP의 추이를 보면 2000년을 100으로 놓을 때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모두 120 수준이지만, 일본은 135입니다.

 

한국은 생산성 높이려는 노력 부족
한국은 생산성 높이려는 노력 부족

 

4. 한국은 생산성 높이려는 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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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일본은 고령화의 고통을 치열한 생산성 향상으로 버텨왔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고령화가 시작되기 전에 벌어둔 대외순자산이 그 고통을 줄이는 완충재가 되어온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완충재도 부족하지만,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게 이창용 총재의 지적입니다.

 

국가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건 매우 냉혹합니다.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을 구조조정하고 그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의미인데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그런 시도를 계속하면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런 시도는 고통스러우니 다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서 이 위기를 벗어나자고 한다는 게 문제(관련 기사)라는 진단입니다.

 

옳은 지적으로 들리지만, 그 고통을 구조개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집단이 반발하게 될 텐데 그게 정치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카드인지도 의문입니다. 구조 개혁의 대상이 대부분 기득권이거나 표가 많은 유권자 집단입니다.

 

또한, 그런 시도도 경제가 견뎌낼 수 있는 시기에 해야 하는데 이미 한국은 그 단계를 지나 병든 노인이 된 상태여서 그 시도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걱정도 나옵니다. 아무튼 우리의 고령화는 일본보다 더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높고 그러지 않기 위해 해야 할 개혁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굳이 희망을 찾자면 그래도 일본의 젊은이들보다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더 나아 보인다는 게 한국은행 총재의 한국 경제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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