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최근 한 달 동안 60원가량 올랐습니다. 금요일에는 1324.9원에 거래를 마치며 5월 말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왜 오르는지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계 경제의 몇 가지 불안한 요인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환율이 오르는 직접적인 원인은 투자자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달러를 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국내 주식을 한 달째 계속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이 주식 판 돈을 환전해서 달러를 빼 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고 있느냐는 겁입니다.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분위기가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 미국의 물가안정과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미국의 물가가 안정(관련 기사)되기 시작하면서 기준금리도 더 오를 가능성보다는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굿 뉴스는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인 주요국 증시에 이미 반영됐습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 오르려면 그 이상의 호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2. 중국의 경기 침체
그러나 그 이상의 호재보다는 오히려 걱정스러운 변수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일단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너무 나쁩니다. 요즘 중국 경기 침체는 중국 정부가 내수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부족한 재정 여력을 미-중 대립의 최전선에 있는 기술 관련 기업들에 쏟았기 때문입니다.
3. 미국의 고금리 유지 예상
주식 시장은 금리 하락과 물가 안정을 미리 반영해서 올랐는데 미국의 금리는 물가 안정 이후에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4. 미국의 재정적자
미국의 재정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1년 전보다 정부 지출은 10% 늘었고 세금 수입은 10% 정도 감소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 차이를 국채 발행으로 메운다면 시장에는 국채 매물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금리는 상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장기물 국채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미국 금리가 오르는 것은 달러화 강세의 원인이 됩니다. 참고로 미국의 장기물 국채 금리는 4.1%대로 올라섰습니다.
5.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도 달러 강세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얼마 전에 국채 금리가 조금 올라가더라도 용인하겠다는 정책 변화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금리가 오르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일본계 자금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미국의 국채를 살 만한 자금 공급원이 감소하게 되면 미국의 국채 금리는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환율은 시장의 모든 이슈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요즘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배경을 짚어가다 보면 최근 금융 시장의 이슈가 어떤 것들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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