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공매도 금지, 작년 12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의 완화 등을 발표한 정부가 자본시장 규제 혁파 움직임을 계속 이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올 2월 금융투자소득세 백지화에 이어 추가 정책을 내놨는데요. 1,400만 개미 투자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 투자 막는 세금 저리 가
1) 금투세 없애고
지난 17일,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정책을 확정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일, 큰손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피하려 증권 시장 진입을 망설인다며, 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다음 달 금투세 폐지 법안이 발의될 전망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같은 금융 상품에 투자해 연 5,000만 원 넘는 수익이 났을 때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수익의 20~25%가량이 부과됩니다. 대주주에게만 부과되는 주식 양도세를 대체하는 셈입니다. 2020년 여야 합의로 작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에 2025년까지 시행이 유예됐습니다.
2) 증권거래세는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함으로써 증권거래세(거래세)에 대한 부담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세는 매매차익에 상관없이 주식을 매도할 때 내야 합니다. 현재 0.20%에서 올해 0.18%까지 낮추고, 내년에는 0.15%까지 내릴 방침입니다.
3) 감 떨어진다고?
다만, 이런 정부 움직임이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벌어들인 수익에 세금을 물린다는 건 전 세계가 공유하는 조세 원칙입니다. OECD 가입국 대부분은 거래세가 아닌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립니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금투세를 없애고 거래세를 유지하는 방향을 택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 관련 세금 제도엔 대주주를 제외하고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습니다.
2. 개미 여러분, 마음껏 투자하세요
1) ISA 혜택 늘어나니까
정부는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 대상을 늘리고,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올리려 합니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 원(총 1억 원)에서 4,000만 원(총 2억 원)으로, 배당과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2) ISA가 뭔데
ISA는 계좌 하나로 예·적금을 비롯해 주식, 펀드, ETF 및 ELS 같은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관리할 수 있어 ‘만능 통장’으로 불립니다. 여러 투자 상품에 투자하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절세 상품으로도 통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실행되면, ISA 가입자가 누릴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은 최대 약 152만 원까지 예상됩니다.
3) 소액주주도 보호할게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상법 개정도 추진합니다. 전자 주주총회(주총)를 제도화해 소액주주의 편리한 주총 참여를 보장하고, 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3. 근데, 왜 머리가 아프지?
1) 대책이 없네
문제는 세수 감소를 메꿀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금투세 폐지와 거래세 인하, ISA 비과세 혜택 확대로 줄어드는 세금은 1년에 3조 7,000억 원을 넘길 전망입니다. 작년에 걷힌 세금은 이미 정부 예상치보다 59조 원 이상 적었습니다. 올해 역시 361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감세 정책을 내놓은 것에 대한 비판이 뒤따릅니다.
2) 말하는 대로 다 될까
정부의 계획이 실현 가능한지도 물음표가 붙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 대부분은 법 개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투세 폐지는 기존의 여야 합의를 거스르는 결정이라, 야당의 반발이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속내 따로 있을지도
결국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겨눈 선심성 대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건전 재정을 강조해 오다가 총선이 다가오자 돌변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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