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이언을 계기로 저는 왜 우리가 넥스트 스마트폰을 찾아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1. 테크 세계의 중심에 소비자 디바이스가 있다
지금 주변에 어떤 전자제품을 갖고 계신가요? 제 앞에는 삼성 랩탑이 있고, 오른쪽에는 로지텍 마우스가 있습니다. 왼쪽에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귀에는 QCY 이어버드가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이 정도뿐이지만, 여러분의 집에는 게임이나 고성능 작업을 위한 데스크탑이 있을 수 있고요. 태블릿 PC나 스마트 TV가 집에 있을 수 있죠.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분도 계실 것이고, 앞으로는 스마트 링도 나온다죠? 이런 디바이스들을 우리는 소비자 전자제품(Consumer Electronics)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이 아닌 개인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거죠.
지금 소비자 전자제품은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돌아갈 수 있는 일종의 컴퓨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랩탑 같은 컴퓨터로 통합이 되는 추세이고, 기존의 독립적인 전자제품도 점차 범용적인 컴퓨터로 발전하고 있어요(스마트 TV). 그런 점에서 소비자 전자제품은 애플,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세 가지 생태계 중 하나에 속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생태계에는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개인 컴퓨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윈도우 기반 데스크탑과 랩탑을 뜻하는 PC와 구분되는 정말로 개인을 위한 컴퓨터라는 거죠. 이걸 B2C 컴퓨터라고 부르면 될까요? 개인 컴퓨터의 핵심 부품은 반도체(프로세서와 메모리), 배터리,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이죠. 물론 개인 컴퓨터가 컴퓨터의 전부는 아니에요. 기업용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 서버용 컴퓨터는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고 있어요.
우리가 전자산업 혹은 ‘테크’라고 부르는 산업은 개인 및 기업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부터 완제품, 컴퓨터의 OS와 이 OS위에서 작동되는 소프트웨어까지를 모두를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과 기업 두 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이 커지면 결국 기업용 컴퓨터 시장이 커지게 됩니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게임회사가 운영하는 서버가 많아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죠.
2. 개인 컴퓨터 시장은 40년간 성장만 했다
1977년에 나온 애플의 컴퓨터 '애플2'의 성공이 개인 컴퓨터 시장을 열었다는 것 알고 계시죠? 그러나 애플 2의 지배력은 오래가지 못했고, 승리는 1982년에 나온 IBM호환 PC 생태계로 넘어갑니다. 이 생태계의 OS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도체는 인텔이 만들면서 첫 번째 '개인 컴퓨터'시대의 승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PC디바이스를 제조하지는 않았지만 인텔과 함께 PC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죠.
두 번째 '개인 컴퓨터 전쟁'은 첫 번째 전쟁의 패자였던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시작됩니다(30년 걸렸네요). 바로 스마트폰 혹은 모바일 PC의 시대. 마이크로소프트는 패배했고 이 시장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가 서로 나눠 가졌습니다.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이 최소 1대 이상은 소유하는 개인 맞춤형 디바이스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규모는 더 컸어요. PC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PC의 최대 라이벌이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은 TV같은 기존의 가전제품도 대체하고 있어요. 소파에 앉아 TV를 통해 비디오를 보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랩탑으로 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아졌으니까요. 이에 맞춰 가전들도 점차 '개인 컴퓨터화'가 됐죠. 한편, 연산능력과 저장공간이 한정적인 스마트폰은 기존의 PC때보다 더 많은 서버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했어요. 이는 클라우드 인프라의 폭발로 이어졌습니다. B2C 컴퓨터 시장의 성장이 기업용 데이터센터 시장(B2B 컴퓨터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된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혁명에서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클라우드의 성장에서는 자리를 차지하면서 부활할 수 있었죠. MS 오피스 등 기존에는 패키지로 판매하던 제품을 클라우드로 옮겨 월구독 상품으로 바꿨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PC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에 올라타면서 성장했어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같은 완제품도 만들었지만, D램과 낸드메모리,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LG전자도 마찬가지. 한국기업들은 플랫폼과 생태계를 지배하지는 못했지만, 완성된 제품을 제조하거나, 전자제품에 부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계속 성장했어요.
1) 생성형AI는 디바이스 시장에 기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성장은 항상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했어요. 재밌고 성능 좋은 게임이 나오면 사람들이 더 좋은 성능의 PC를 샀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1980년대부터 시작된 컴퓨터산업(테크산업)의 성장사이클은 지금까지 한 번도 축소하거나 후퇴한 적이 없습니다.
2020년대 테크산업은 정체 기간에 들어갔어요.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1인 1대가 보급되고, 제품의 교체주기가 길어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신박한 앱들도 거의 다 나와버렸습니다.
이는 애플을 비롯해 삼성전자까지 모든 기업들에게 위기로 느껴졌죠. 또한,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가 도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컴퓨터 성능의 계속적인 향상은 반도체 성능의 계속적인 개선 덕분이었는데, 이제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으로는 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컴퓨터 자체의 발전도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챗GPT와 생성형AI의 부상은 디바이스 시장에는 큰 기회처럼 느껴졌어요.
첫 번째, 생성형AI는 기존의 소프트웨어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합니다.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사람처럼 말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2022년 이후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십니다.
두 번째, 생성형AI는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합니다. 생성형AI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들죠. 하지만 컴퓨터의 발전은 컴퓨팅 파워의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흘러왔어요.
그렇다면 투자를 통해 컴퓨팅 파워를 낮출 수 있다면, 이 시장은 다시 과거처럼 성장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2) AI는 좋지만 돈은 어떻게 벌까?
하지만 생성형AI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서버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말단 디바이스에서 많은 것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I 관련된 모든 연산을 서버컴에서 계산해서 스마트폰이나 PC에 보내줄 수 없다는 것이죠. 간단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PC에 달린 반도체에서 처리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AI 스마트폰, AI PC 가 갑자기 주목을 받게된 것입니다. 온디바이스AI라고도 부르고요. 스마트폰과 PC에서 생성형AI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죠. 모델을 최적화해 작은 모델로도 좋은 성능을 거둘 수 있게 하고, 더 좋은 성능의 반도체를 탑재해 디바이스 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하이브리드AI가 중요해진 겁니다. 이는 높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바로 소비자들이 AI 스마트폰, AI PC를 사고 싶도록 만드는 킬러앱이 있어야 한다는 것. 단순히 놀라운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추가로 비용을 낼만한 서비스여야 해요. 저는 2022년에 나온 갤럭시S22 스마트폰을 쓰는데요. 최근 들어 몇 번 업데이트를 거쳤더니 ‘갤럭시AI’기능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형 AI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았는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 폰에 AI 기능을 업데이트해 준 것이죠.
제가 가장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녹음한 것을 텍스트로 자동 변환해 주는 기능과 영어 맞춤법을 고쳐주는 기능인데요.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업무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줍니다. 제가 알지는 못하지만 저에게 큰 도움이 되는 AI 기능들이 대체 얼마나 더 많을까요?
하지만 이런 서비스에 대해서 돈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 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현재는 아이폰에 이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아이폰으로 갈아타지 않을 이유는 되겠지만요. 다음 컴퓨터는 과연 페이스 컴퓨터일까요?
3. 스마트 안경이 과연 다음 시대의 '컴퓨터'일까
여러분이 다 알고 계시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메 타의 오라이언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테크 산업이 크게 도약하고 성장한 것은 새로운 개인 컴퓨터의 등장 덕분이었어요. 새로운 개인 컴퓨터에 대한 수요, 그리고 이 새로운 컴퓨터를 기반을 만들어지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그리고 새로운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수요가 플라이휠을 돌리면서 큰 기업을 만들어내고 일자리를 창출해 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메타 오라이언은 모두 ‘페이스 컴퓨터’가 다음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보는 제품들이에요. 최초의 PC가 책상에 앉아서 사용하고 전원이 연결되어야 하는 모빌리티(이동성)가 낮은 컴퓨터였다면, 스마트폰은 손으로 들고 다니는 모빌리티가 매우 높은 컴퓨터라고 볼 수 있죠. 페이스 컴퓨터는 말 그대로 사람의 얼굴에 컴퓨터를 씌우는 것인데요. 이는 기존의 컴퓨터 대비 몇 가지 장점이 있어요.
1) 사람의 시각에 3D 컴퓨터 이미지를 결합시킬 수 있어요.
비전 프로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고 패스스루를 통해 외부를 볼 수 있는 MR(혼합현실)기기. 오라이언은 투명한 안경렌즈에 디스플레이를 띄우는 개방된 AR(증강현실) 기기.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우리의 시각 위에 3D 컴퓨터 이미지를 덮어씌운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이 3D 이미지는 우리의 손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마치 실제 물건을 집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죠. 가상의 레고 블록을 쌓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2) 양손과 보행의 자유가 생겨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써야 해요. 그리고 모빌리티가 높기는 하지만 보행을 하면서 쓰기가 쉽지 않죠(요즘 스몸비라고 보행 스마트폰족도 많긴 하지만요). 하지만 페이스컴퓨터를 쓰게 되면 요리를 하면서 유튜브를 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뉴스도 볼 수 있습니다.
3)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컴퓨터도 보고 듣게 됩니다.
비전 프로와 오라이언에는 카메라와 스피커가 있는데요. 카메라는 내가 보는 것을 찍고, 스피커는 음악을 듣거나, 내가 컴퓨터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보는 것을 컴퓨터가 보고, 내가 듣는 것을 컴퓨터가 듣죠. 이론적으로는 24시간 녹화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 데이터는 나의 맞춤형 AI에게 입력돼서 내 AI를 학습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어요.
4) 컴퓨터 혁명은 UI 혁명
이런 가능성을 보고 애플이나 메타는 페이스컴퓨터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메타의 오라이언으 기존 제품과 비교해서도 혁신적이었어요.
사람과 컴퓨터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 인터페이스인 것 알고 계시죠?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가 PC의 대중화를 앞당겼고, 터치가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높인 것처럼요. 그런데 페이스컴퓨터가 되면 어떻게 컴퓨터와 소통해야 할까요?
애플 비전 프로는 손과 눈동자로 인터페이스를 개선시켰어요. 우리의 눈동자를 트래킹해 눈으로 보는 곳으로 커서가 움직이고, 전방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것이 선택되는 것. 여기에 음성과 AI도 인터페이스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오라이언은 여기에 근전도 손목밴드를 도입했어요. 이를 통하면 손을 전방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도 클릭과 스크롤 등이 가능해요. 손목밴드 만으로 완벽하게 인터페이스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여러 인터페이스와 결합해 페이스 컴퓨터의 종합적인 인터페이스 품질을 높여줄 것 같아요. 근전도 손목밴드는 기존의 스마트워치와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앞서 잘 설명해 드린 대로 오라이언은 별도의 연산장치(컴퓨팅 퍽)를 통해 무게와 배터리 문제를 해결(이라고 쓰고 우회)했어요. 그런데 이 퍽은 스마트폰 성능의 개선을 통해 스마트폰과 일체형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오라이언은 훨씬 편리한 기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5) 성장과 기회는 새로운 디바이스에서 나온다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은 그 전의 디바이스를 완전히 죽여버리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와도 사람들은 랩탑을 잘 쓰고 있어요. 고성능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데스크탑이 인기입니다. 하지만 사용시간의 비율이 달라집니다.
스마트 안경이 보편화된다고 해도 스마트폰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기로 남아있을 거예요.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서 말이죠. 이는 애플이나 구글이 절대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오라이언이 절대 Next 스마트폰이 될 수 없는 이유. 여전히 많습니다. 너무 비싸고요, 여전히 무겁고요, 안경을 안 쓰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요,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지 않을 거고요.. 등등. 무엇보다 오라이언의 출시는 빨라도 2027년. 대중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제품이 되려면 2030년은 되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앞서 PC와 스마트폰의 역사를 보면, 진짜 큰 시장은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할 때 나왔어요.
물론 오라이언과 같은 페이스컴퓨터가 스마트폰(제1 디바이스)이 될지, 태블릿PC(보조 디바이스)가 될지, 이어버드(지원 디바이스)가 될지는 아직 모른답니다. 하지만 메타의 오라이언은 지금까지 나왔던 수많은 XR기기 중에서는 회의론자들을 가장 많이 설득한 제품이었어요. 한순간에 애플의 ‘비전 프로’가 잘못된 길을 들었던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예요.
4. 인공지능 대모(大母)가 만든 AI 스타트업
인공지능의 대모로 불리는 ‘페이페이 리’교수가 최근 월드랩스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어요. 시드투자에만 3,000억 달러를 받고, 최근 여러 매체에 등장해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월드랩스는 ‘월드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회사예요. 우리가 사용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은 ‘언어’를 이해하는 AI에요. 방대한 언어데이터를 가지고 언어를 이해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이미지와 음성, 영상도 이해하고 있죠.
월드랩스는 AI가 세상을 이해하게 만든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언어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이해가 이뤄져요. 허공에 물건을 놓으면 바닥에 떨어진다던지, 물건에 가려지면 뒤에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던지. 이런 세계에 대한 이해는 시각을 통해 학습됩니다. 그리고 인간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시각을 가진 모든 동물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죠. 이른바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
월드랩스는 이처럼 시각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AI가 있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AI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뛰어난 성능의 로봇을 만들 수 있고요. 더 뛰어난 성능의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고요. 더 뛰어난 성능의 AI를 페이스컴퓨터에 넣을 수 있어요. 사실 월드모델을 만드는 것은 월드랩스뿐만 아니라 오픈AI, 구글과 같은 회사들도 생각해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LLM 성능 경쟁이 이제 성숙단계에 돌입한 만큼 월드모델에 대한 연구는 이들의 새로운 과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VR헤드셋을 만드는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이 2014년. 이번 발표는 일종의 10주년을 기념한 발표였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메타가 10년간 쏟아부은 투자금은 거의 500억 달러 정도가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R기기가 컴퓨터의 미래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해요. XR기기가 10년 후의 미래일지, 20년 후의 미래일지 모른다는 거예요. 아니면 영원히 XR기기는 스마트폰에 종속되는 보조기기로 머물다가 뇌에 직접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의 시대로 세상이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기술이 무엇일 될지, 그것이 상업적으로 현실화가 언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과거를 돌아보고 이런 흐름이 있었다고 후술 할 뿐이죠.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사업화하고, 고객과 끊임없이 만나는 기업에 계신 엔지니어분들이야말로 기술의 미래를 알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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