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2000년대 초반부터 검색 엔진에 AI를 적용해 온 원조 AI 강자입니다. 하지만, 챗GPT의 폭발적인 성장에 맥을 못 추는데요. 얼마 전, 새로운 AI 모델 ‘제미나이’를 공개했지만, 업계 1위 오픈AI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오픈AI뿐만 아니라 MS, 메타, 인텔 등 다양한 기업이 AI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AI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는 추세죠.
오늘은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 생성형 AI시장의 3파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구글의 다양한 전략까지 담아봤습니다.
1.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떨떠름한 시장 반응?
1) 구글의 새로운 AI 모델, 제미나이
작년 12월 6일, 구글이 멀티모달 기반의 새로운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했습니다. 제미나이 1.0은 규모에 따라 제미나이 나노, 제미나이 프로, 제미나이 울트라 세 버전으로 구분되는데요. 원래 세 버전 모두 2024년에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나노와 프로 버전을 먼저 출시했습니다. 구글은 제미나이 프로와 울트라가 각각 GPT-3.5 터보와 GPT-4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갖췄다고 발표했습니다. 제미나이 울트라는 대규모 다중 작업 언어 이해(MMLU, 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에서 GPT-4와 인간 전문가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답률을 기록해 특히 눈에 띄죠.
멀티모달이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해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는 환경
대규모 다중 작업 언어 이해(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 MMLU)이란 인공지능의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로, 약 57개의 주제에 대해 다지선다형 문제를 풀어 정답률을 측정함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시연 영상도 화제였습니다. 제미나이 울트라는 장난감 오리 모형을 보고 고무 재질이라는 점까지 파악했으며, 복잡한 수학 문제에 대한 오답을 첨삭하기도 했습니다.
2) 제미나이, 버전별로 무엇이 다를까?
① 제미나이 나노: 온디바이스(On-Device) 작업에 가장 효율적인 모델로, 구글의 스마트폰 모델 ‘픽셀 8 프로’에 탑재
② 제미나이 프로: 중간 규모의 모델로, 구글의 AI 챗봇 ‘바드’에 탑재
③ 제미나이 울트라: 가장 큰 규모의 모델로, 2024년 초 출시할 ‘바드 어드밴스드’에 탑재
3) 과대 홍보에 차가운 시장의 반응
기대치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 구글의 시연 영상이 실시간 영상이 아닌 짜깁기 편집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장의 반응도 차갑게 돌아섰습니다. 구글이 제미나이의 성능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가도 함께 내려갔죠. 자체 성능 테스트에 대한 의구심도 잇따랐습니다. 출시 후 진행한 첫 외부 테스트에서는 제미나이 프로가 GPT-3.5 터보의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4) 바드 출시 때도 비슷했다
작년 2월, 구글은 AI 챗봇 바드를 출시했을 때도 한껏 올려놓은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바드는 챗GPT의 대항마라는 수식어를 달고 시장에 공개됐지만, 막상 시연회에서는 터무니없는 오답을 제시했습니다. 그 여파로 이틀 동안 무려 시가총액 150조 원이 증발했죠. 구글은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성급하게 미완성 모델을 내놨다는 평까지 받았습니다.
5) 이게 다 오픈AI 때문
구글이 질타 속에서도 계속해서 미완성 상태의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이유는 빠르게 돌진하는 오픈AI에 뒤처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현재로서 생성형 AI시장의 선두 주자는 두말할 것 없이 오픈AI인데요. 이는 오픈AI가 베타테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입니다. 구글이 제품 공개를 완제품 수준이 나올 때까지 미뤘다면, 오픈AI는 베타 수준의 제품을 먼저 공개하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발전시켰죠. 베타테스트라는 명목하에 시장의 기대 수준은 낮추고 접근성은 높인 오픈AI는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급속도로 성장한 오픈AI를 따라잡기 위해 급하기만 한 구글의 모습에 시장의 반응은 차가울 뿐입니다.
2. 생성형 AI 경쟁의 삼각 구도, 현재 상황은?
글로벌 AI 경쟁은 구글, 오픈AI, 메타의 3파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구글과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동맹 간 양강 구도에 메타까지 합류한 건데요. AI 경쟁도 치열하지만, AI 발전에 따라 구글의 핵심인 검색 엔진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골치 아픈 상황입니다.
1) 생성형 AI모델 경쟁
① 구글
구글은 작년 12월 제미나이 프로와 제미나이 나노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이외에도 ‘생성형 AI 검색(SGE)’ 의료용 AI 검색 엔진 등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구글의 협업 스페이스인 워크스페이스용 ‘듀엣 AI’을 출시해 메타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했는데요. 2024년 초에는 제미나이 프로의 고도화된 버전 ‘제미나이 울트라’를 적용한 ‘바드 어드밴스드’ 출시를 앞뒀습니다.
② 오픈AI
작년 11월, 오픈AI는 GPT 시리즈의 가장 최신 모델인 ‘GPT-4 터보’를 공개했는데요. GPT-4 터보는 한 번에 300페이지 분량의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고, 2023년 4월까지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와 더불어 맞춤형 챗봇 ‘GPTs’도 공개했는데요. 2024년 초에는 GPT 기반의 다양한 챗봇을 공유할 수 있는 ‘GPT 스토어’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③ 메타
메타는 지난 7월 ‘라마(Llama)2’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구글, 오픈AI의 유료 모델과 달리 모두에게 소프트웨어를 개방해 혁신을 끌어내기 위함인데요. 이외에도 언어 번역 AI 모델 ‘심리스M4T’, 이미지 생성형 AI ‘이매진 위드 메타’, 영상 제작 AI 도구 ‘에뮤 비디오’ 등의 다양한 AI 모델을 연달아 출시했죠. 최근에는 라마2의 후속작 ‘라마3’ 개발에 힘쓰는 모습입니다.
2) 클라우드에서 갈린 구글과 MS의 주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후 구글의 주가는 9.51% 떨어졌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증가했지만, 클라우드 부문의 실적이 전망치에 못 미쳤기 때문인데요. 3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84억 1,000만 달러로 전망치보다 2억 달러나 낮았죠. 반면, MS의 클라우드 매출은 전망치를 넘어섰습니다. 애저(Azure)의 매출 증가율은 무려 29%를 달성했죠. 덕분에 MS의 주가도 4%가량 올랐습니다.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클라우드가 AI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AI 학습 데이터와 인프라 확보에 필수적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이 MS 애저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3) 구글의 검색 엔진은 괜찮을까
AI도 중요하지만, AI 챗봇과 검색 엔진의 공존이 어렵다는 점도 큰 위협입니다. 구글의 수익 대부분이 검색 엔진 내 광고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죠. 2023년 3분기 기준 구글의 검색 광고 수익은 440억 2,6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57.4%를 차지하는데요. 만약 AI 모델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이 검색 창 대신 챗봇으로 자료를 탐색한다면, 검색 광고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게는 40% 정도의 웹 트래픽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구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검색 엔진에 AI를 적용한 생성형 AI 검색(SGE) 모델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3. 구글, 자체 AI 반도체 칩 생산에도 본격적이라고?
생성형 AI기술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AI 관련 하드웨어 개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칩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부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요. 반도체 칩 수요가 넘치는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구글을 포함한 여러 빅테크 기업이 자체 반도체 칩 생산에 나섰죠.
1) 반도체 칩 자체 생산하는 구글
구글은 2014년부터 자체 반도체 칩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을 개발해 왔는데요. AI 경쟁 가속화에 따라 자체 반도체 칩 개발을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현재 AI 반도체 칩 시장의 90% 이상을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데요. 엔비디아에 모든 반도체 칩 수급을 의존할 경우 오랜 기간이 걸릴뿐더러 비용도 만만치 않죠. 2023년 4월, 구글은 4세대 AI 반도체 ‘TPU v4’를 공개했습니다. 4세대 제품은 이전 세대 대비 10배가량 높은 성능을 자랑하며 에너지 효율도 훨씬 높은데요. TPU v4를 탑재해 만든 AI 개발용 슈퍼컴퓨터 ‘팜(PaLM)’도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납니다. TPU v4를 적용한 제미나이에 드는 비용도 6개월 사이에 반으로 줄었죠. 아직 반도체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구글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2) 경쟁사도 자체 칩 생산에 열중
구글의 여러 경쟁사도 자체 반도체 칩 개발에 힘씁니다. 지난 5월,메타는 자체 AI 반도체 칩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를 공개했습니다. MTIA는 AI 모델의 추론 기능을 지원하는데요. 메타의 AI 소프트웨어인 ‘파이토치(Pytorch)’에 접목해 메타버스 및 생성형 AI관련 작업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MS도 지난 11월 자체 개발한 AI GPU ‘마이아 100’을 선보였습니다. 마이아 100 개발에는 MS의 가장 강력한 협력사인 오픈AI가 함께했는데요. 마이아 100 역시 MS의 AI 기반 소프트웨어 및 애저에 활용될 계획입니다.
3) 한국에서 우수 인력 조달 노린다
2023년 6월, 구글은 한국에 반도체 연구팀을 만들었습니다. 일명 ‘TPU 아키텍처 팀’인데요. 신설된 팀은 TPU의 설계도 개발을 담당합니다. 구글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 연구 조직을 만든 이유는 한국에 우수한 반도체 인력이 많기 때문인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회사가 자리 잡고 있고 그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도 많죠. AI 관련 기업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자체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전략입니다.
4. 앞으로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구글의 미래에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올해부터는 제3자 쿠키 차단과 더불어 AI 도입에 따른 광고 인력 대체로 광고 사업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인데요. 다가오는 2030년까지는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1) AI 기술 도입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작년 12월 19일, 구글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습니다. 광고 사업에 도입한 AI 모델이 고객사별 최적의 광고 상품 제안을 담당하면서 기존 광고 판매 인력을 대체한 건데요. 구조조정 규모는 약 3만 명으로 어마어마합니다. 구글은 광고 담당 인력 특성상 다른 부서 재배치가 어렵기 때문에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죠. 구글의 경쟁사 X(구 트위터), 메타, 테슬라 등에서도 AI의 인력 대체가 끊이지 않는데요. 앞으로도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인력 대체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2) 제3자 쿠키 차단 본격화
구글은 올해 안으로 제3자 쿠키(Third-Party Cookie) 차단 기능을 전면 확대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1월 4일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전 세계 사용자 1%를 대상으로 새로운 추적 방지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올해 3분기까지는 이 기능을 모든 사용자에게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구글의 제3자 쿠키를 활용해 수익을 낸 매체의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죠. 반대로 구글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제1자(First-Party) 데이터 활용에 유리해집니다.
제3자 쿠키(Third-Party Cookie)란 여러 사이트에 걸쳐 일어나는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 타겟팅에 사용하기 위해 추가하는 쿠키
3)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도한다
구글은 양자컴퓨터 개발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해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로, 기존 컴퓨터보다 복잡한 연산을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하죠. AI 분야는 물론 의료, 금융 등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구글은 2030년까지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데요. 2023년 2월에는 자체적으로 설립한 양자컴퓨터 상업화 로드맵 6단계 중 2단계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5월에는 양자컴퓨터 연구 개발을 위해 시카고대학교에 5,000만 달러(약 658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IBM과 MS도 양자컴퓨터 연구에 적극적인데요. 앞으로 세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구글이 AI 시장에서 겪는 여러 경쟁 상황과 그 속에서의 구글의 전략, 앞으로 구글이 마주할 미래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올해 초 ‘제미나이 울트라’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구글이 오픈AI의 기술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데요. 반도체 칩 생산부터 생성형 AI고도화, 클라우드 사업과의 연계까지 AI 사업에서의 수직계열화를 꿈꾸는 구글이 변화하는 시장에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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