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떠도는 격언 중엔 ‘강남불패’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더라도 강남 집값은 꾸준히 우상향 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요. 최근에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됩니다. 지방 부동산뿐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와중에도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집값은 신고가를 기록할 정도로 고공 행진 중인데요. 오늘은 강남 집값 상승 요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대체불가능한 강남의 입지
1) 강남 입지, 뭐가 좋길래?
강남 지역은 단연 한국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그만큼 경제, 교육, 문화 중심지로서 입지가 독보적이기 때문인데요. 1976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건설, 1984년 2호선 완공 등으로 시작된 강남의 전성기는 1980년대 말 절정에 달합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강북 도심에 있던 기업이 하나둘 강남으로 옮겨오기 시작했고, 강남을 가로지르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이 형성되기 시작했죠.
현재 강남은 지하철 2호선, 3호선, 7호선, 9호선 등 다수의 지하철 노선과 광역버스, 수도권 광역철도(GTX)가 연결된 그야말로 교통의 중심지입니다. 거기에 GBD로 불리는 업무지구에는 대기업 본사, 금융기업이 밀집해 있어 직주근접을 원하는 고소득층의 주택 실수요도 상당합니다. 서초동 역시 대법원을 중심으로 법률사무소가 대거 몰려있기도 하죠. 이에 강남 3구의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2) 8학군을 중심으로 한 교육 인프라
강남이 부유층과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지역이 된 이유 중 하나는 강남 8 학군이라고 불리는 최상위 학군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말부터 경기고·서울고·휘문고 등 강북 명문고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뛰어난 학군이 형성된 건데요. 거기에 대치동,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지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린 점도 영향을 미쳤죠.
교육열이 특히 높기로 유명한 한국에서는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곧 강남 아파트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주요 요인입니다.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방배동 등 학군지의 경우엔 특히 자녀 교육을 위한 주택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다는 점에서 부동산 침체기에도 집값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3) 편의시설도 단연 1등
서울권 내에서도 강남 3구의 인프라는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지하철역은 물론 국공립 어린이집, 도서관 등의 개수가 많고 접근성도 좋은데요. 강남 3구의 평균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65.6개, 나머지 22개 자치구(57.4개)에 비해 많았고, 집이나 직장에서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5분 넘게 걸리는 ‘지하철역 소외인구’의 평균 비율의 경우 강남 3구는 83.8%였지만, 다른 22개 구는 86.5%에 달했죠. 게다가 1인당 공원 및 녹지 면적 역시 강남 3구(20.24㎡)가 나머지 자치구(18.69㎡) 보다 넓었습니다.
2. 말은 제주로, 사람은 강남으로?
1) ‘강남’이 주는 상징성
2000년대, 5만여 가구의 저층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강남 집값은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합니다. 이 시기를 거쳐 현재는 ‘강남 부동산’ 자체가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라면 강남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강남 아파트의 프리미엄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사람들은 항상 더 쾌적한 주거 공간, 더 나은 주거지역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른바 ‘필터링 업’ 현상인데요. 그런 면에서 주거 사다리 최정점에 위치한 강남은 언제나 뜨거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주택이 신분을 상징하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강남에 집을 사는 일만큼 성공을 상징하는 것은 없는 거죠.
2) 강남 아파트, 일종의 명품?
그런 점에서 강남 집값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베블런 효과(명품 효과)를 꼽을 수 있습니다. 명품은 가격이 상승할 때 오히려 수요가 같이 오르는, 일반적인 수요-공급 원리를 거스르는 재화입니다. 남들이 살 수 없이 비싼 재화를 구매하면서 과시욕, 신분 상승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데요. 강남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살 수 없는 고가의 주택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한 채에 220억 원이 넘는 가격이 거래된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아파트가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정부 정책도 영향 있다?
1) 정부 규제, 오히려 역효과 냈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을 안정하기 위한 조치가 되레 강남 집값을 올리는 역효과를 낸 건데요. 당시 문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최고 75%까지 높였는데, 이에 다주택자들이 오히려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이에 따라 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사라졌고, 가격이 올랐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종부세 부담 완화 등의 정책이 나오자 강남 아파트 시장은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2월 13일, 서울시가 강남 3구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등 집값에 불이 붙었는데요. 3월 둘째 주(3월 10일 기준)까지 강남 3구 부동산 집값은 6주째 상승세를 이어갑니다. 송파구(0.72%), 강남구(0.69%), 서초구(0.62%) 모두 2018년 초반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2) 공급 부족이 가져온 가격 상승
이미 대부분의 필지가 개발이 완료된 강남은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재건축·재개발이 대규모 공급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루트인데요. 다양한 규제에 막혀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거죠.
최근 들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며 재건축·재개발을 장려하지만, 높은 인건비와 천정부지로 솟은 건축비 등은 또다시 발목을 잡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급 부족은 시장에서 강남 아파트 희소성을 높이고 집값 상승을 부추깁니다.
4. 그래서 앞으로 더 오를까?
1) 재건축 줄줄이 시작
그럼에도 몇몇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강남 지역 집값이 다시 요동칩니다. 강남 압구적 현대 아파트, 반포 주공 1단지 아파트, 잠실 주공 5단지 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데요.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된 데다가 워낙 집값이 높다 보니 공사비 인상에도 타격을 덜 받았기 때문이죠.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부동산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근 지역에 위치한 구축 아파트 가격까지 상승하는 효과가 예상되는데요. 조합원 분양권,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면서, 재건축 추진 지역의 가격 상승 폭은 더 클 전망입니다.
2) 금리 인하, 시장에 호재
올해 들어 국내외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부동산 시장엔 호재입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부담이 줄어들면서 주택 및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강남 아파트는 고가 주택이 많아 대출 규제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이미 금리 인하가 본격화된 2월부터 시중 은행의 신규 주택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는데요. 2월 신규 주담대 액수는 7조 5천억 원가량으로 한 달 전(5조 5,700억 원)에 비해 34% 넘게 급증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시중 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데다가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내내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즉, 강남 집값도 계속 오를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은 대체불가능한 입지와 문화적 상징성, 정부 규제와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함축하듯 강남 집값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지언정 장기적으로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죠. 한때 강남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분당, 광교 등의 신도시 역시 강남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인데요. 과연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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