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감원에 막힌 합병
1) 금감원, 두 번째 정정 요구
두산그룹은 최근 로봇 제조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와 건설 장비 생산 자회사 두산밥캣의 합병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지난 16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합병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구한 건데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2) 보완 요구한 이유는?
금감원은 신설법인의 가치 평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설 투자 자회사의 가치를 평가한 근거가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죠.
3) 설명도 부족했어
금감원은 의사결정 과정이나 내용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합병 등 구조개편과 관련해 이를 언제, 어떻게 논의했는지, 앞으로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더 상세하게 적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2. 합병까지 첩첩산중
1) 임시 주총 밀리나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3사는 오는 9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안을 의결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정 요구로 인해 다음 달 개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인데요.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일정이 촉박해진 만큼, 10월 말로 주총이 연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2) 교환 비율이 핵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의 핵심 쟁점은 사실 주식 교환 비율입니다. 법률에 따라 시가를 기준으로 비율을 산정했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지나치게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금감원도 이를 대놓고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8일 지배주주인 두산 그룹만을 위한 의사결정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3) 금감원이 과하다?
다만, 금감원의 대응을 두고 비판도 나옵니다. 법적으로 교환 비율 산정의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걸고넘어지면서 인수합병의 허가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을 향한 것이죠.
3. 주주 반발 이겨낼까?
1) 소액주주 집단행동 돌입
금감원의 견제를 이겨내더라도 합병까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됩니다.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소액주주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인데요. 합병으로 손해를 보게 될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을 통해 표를 모으는 집단행동까지 벌입니다.
2) 국민연금도 반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94%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합병 안에 부정적입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도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은 두산 합병 안건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보죠.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를 6,000억 원으로 설정했는데,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중 4.5%만 청구권을 행사해도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 등 주주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뒤, 반대했던 주주가 기업에 본인이 소유한 주식을 매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지분율이 낮아서 의결권의 영향력이 작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만들어진 장치죠.
3) 통과 기대감도
다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두산의 주가는 상승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E&S 합병 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는 소식 덕분인데요. 두산도 SK처럼 합병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겁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지난 27일, 모회사인 두산그룹은 3.75%, 두산로보틱스는 4.27%, 두산밥캣은 4.92%, 두산에너빌리티는 2.47% 상승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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