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소득이라면...
개개인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정기적으로 주는 정책을 말해요. 지급 주체에 따라 조건, 현금 or 현물 지급 여부, 지급 주기 등이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큰 틀은 비슷하죠.
사실 이러한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나온 지 꽤 된 이야기인데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그간 기본소득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강조해 왔다고 해요.
1)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해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나눠주기에, 받는 사람들의 자산을 조사할 필요가 없는데요. 복지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행정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거예요.
2) 근로 의욕 유지하는 복지야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소득이 낮은 사람들만 지원해 주는 기존 복지 정책들의 경우, 소득이 오를수록 혜택이 적어지기에 근로의욕을 감소시킨다고 볼 여지가 존재해요. 반면 기본소득은 이런 문제가 없죠.
3)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버려
기존 복지 시스템으로 지원받지 못하던 이들*을, 기본소득은 한 번에 커버할 수 있어요.
*복지 사각제대 일자리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 기초 생활 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 가구 등
4) 일자리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기술이 발전하다 보면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전체 일자리 수가 줄어들 수 있어요. 이 경우 불가피하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 사회 전체의 소비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본소득이 사용될 수 있어요.
2. 나름의 논리는 있는데, 정작 도입한 나라는 없지 않아?
아직까지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거든요. 대표적으로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게 되면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 의욕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요. 모든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소득을 주기 위한 그 많은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지적도 나와요. 빈곤 가구 중심의 선별적인 복지 정책이 보편적인 복지 정책(기본 소득 등)으로 바뀌면서, 역으로 빈곤 가구로 가는 지원의 절대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죠.
이러한 우려와 걱정 때문에 그간 기본소득은 실험 차원에서 작게 시도되고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기본소득 주장이 힘을 살짝 더 받았다고 해요.
3. 기본 소득 주장이 힘을 살짝 더 받았다고?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 때문이에요. 이들은 각각 인간의 정신적인 업무, 육체적인 업무를 크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최근의 일부 사례를 살펴보자면
1) AI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 측 조사에 따르면, 2030년에는 현재 형태의 일자리의 약 90%에서 직무의 90%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대요. AI 기술이 발전하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쓸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 건데요. 나아가 한국경영자총협회 측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8%가 이미 생성형 AI를 회사 차원에서 도입했다고 하죠. AI를 도입한 기업의 85.7%가 AI로 업무 소요시간을 줄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업무를 유의미하게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다만 전문인력 확보, 업무영역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체 일자리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해당 조사에서 나오기도 했어요.
*AI를 도입(예정 포함)한 기업 중 75%
2) 로봇의 경우
테슬라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년부터 자동차 공장에서 활용하겠다고, 일론 머스크가 X(구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산업용 로봇이 요긴하게 쓰이는 분야로 꼽히는데요. 여기에서 아예 인간의 자리를 대체해 버리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거예요. 실제로 BMW, FAW 폭스바겐, 니오,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기업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계획을 밝히며 연구/투자/협업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현대자동차 역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에 도입할 것으로 보여요.
4. 흠... 근데 기본 소득, 진짜 효과가 있긴 해?
OpenAI*의 CEO, 샘 올트먼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 사람들 중 하나인데요. AI 발전으로 소수가 부를 독점하게 될 수 있다며, 기본 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죠. 그런 그가 지원하던 미국 내 기본소득 프로젝트의 결과가 최근 나왔는데요. 매달 1000달러(약 138만 원)를 지원받았던 참여자들의 결과를 살펴보자면...
*챗 GPT 등을 개발하는 AI 회사
1) 사치엔 관심 없어
참여자들의 지출이 크게 늘어난 품목은 식품, 임대료, 교통비 등이었어요. 사치나 유흥에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항목 위주로 지출을 늘렸다는 거예요.
2) 건강 챙겨!
비교군에 비해 지난 1년 새 치과 진료를 받을 확률이 10%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의료비 지출을 늘렸고, 문제성 음주를 하는 비율이 20%가량 감소했고, 처방받지 않은 진통제를 사용하는 일수를 53%가량 줄였다고 하죠. 이전보다 건강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3) 일자리는 골라갈래
취업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가능성은 비교군에 비해 10% 높았지만, 정작 실제로 지원하는 횟수는 적었다고 해요. 운영진 측에서는 이들이 일자리 필수 조건으로 흥미롭거나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봤어요. 이 외에도 근로시간 + 취업 가능성 등이 상대적으로 살짝 낮아지며 가계소득이 5% 감소했죠.
이 외에도 교육/직업 훈련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14% 정도 높았고, 예산을 세워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과 그렇게 행동할 확률 또한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하죠. 여유가 생기며 남을 돕는 성향도 나타났고요. 창업 가능성도 살대적으로 살짝 올랐다고.
이 외에도 과거 이뤄졌던 핀란드, 인도, 나미비아에서의 실험 역시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줬다고 하죠. 핵심은 현금이 유연성을 부여했다는 건데요. 매번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삶의 선택지를 늘려준다는 거예요.
다만 기본소득 실험 대부분이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만큼, 사실상 선별 복지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요.
① 목적성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이뤄져요.
② 충분한 재원을 확보한 후에 이뤄져요.
③ 저소득층 등 일부 인원을 선별해서 이뤄져요.
④ 짧은 기간, 좁은 지역 내에서 이뤄져요.
이런 조그만 실험으로는 진짜 기본소득을 시행했을 때 발생할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거죠. 사실상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실험이었다는 것. 투입한 재원 대비 효과가 별로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죠.
5. 기본 소득, 우리나라 도입 현황은 어때?
기본 수당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특정 집단에게 주는 수당*이 있긴 해요. 출산율 상승, 농촌 인구 유지, 청년 구직 지원 등 특별한 목적성을 가지고 집행되는 것이 특징이죠.
*아기를 가진 가정에 출산·보육수당을 줘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사짓는 이들에게 농민 수당을 주죠.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수당을 운영해요.
한편 서울시에서는 안심소득이라는 것을 운영하는데요. 중위소득 85% 대비 미달액의 50%를 매월 급여로 지급해 주는 정책이에요. 이는 기본수당과 비교되는 아이디어인 음의 소득세**를 실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일을 열심히 해서 소득을 올릴수록 혜택이 줄어드는 형태라서 근로의욕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죠.
**저소득 가구에게 보조금을 줘서, 근로 소득이 적어도 전체 소득이 00원은 넘도록 하한선을 만드는 정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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