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표면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그간 시행사와 건설사의 문제로만 다뤄졌습니다. 무책임하게 돈을 빌려준 금융업계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 부동산 PF와 관련된 비리 행위가 적발된 증권업계가 요주의 대상이 됐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개발이익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대출받는 기업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기존 대출과 달리 사업의 수익성을 기준으로 하므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시행사도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1. 비리? 무슨 비리?
1) 증권사 PF 비리 적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증권사 임직원이 부동산 PF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서 사익을 편취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습니다.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5개 증권사(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및 현대차증권)에 대해 부동산 PF 기획검사를 실시하면서 발견한 겁니다.
2) 500억 원을 가로챘다고?
A 증권사 임원 B 씨는 비공개 부동산 개발 정보를 이용해 500억 원에 가까운 PF 사업수익을 가로챘다가 적발됐습니다. B 씨는 우선 자신이 지배한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수천만 원에 취득했습니다. 이후 해당 시행사가 본 PF 2천억 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준 뒤 CB를 500억 원에 매각했는데요.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직무 관련 정보 이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채를 말합니다. 전환권 행사 이전에는 확정이자를 받는 사채로 존재하다가, 전환 후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식으로 전환돼 사채의 안정성과 주식의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주식연계채권입니다.
3) 이자율 20% 넘기기도
또한 B 씨는 일하면서 알게 된 사업장에 개인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총 700억 원을 빌려주고 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40억 원을 챙겼습니다. 이 중 일부는 현행법상 최고 금리인 연 20%를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4) 직접 부동산 산 사람도 있어
증권사 직원이 직접 부동산을 사들인 사례도 있었습니다. C 증권사 임원 D 씨는 부동산 임대 PF 정보를 이용해 900억 원어치의 부동산을 취득하고 일부를 매각해 100억 원의 매매차익을 올렸습니다. 이때 대출을 통해 부동산 취득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알선해 준 부하 직원들에게 10억 원가량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2. 비리 떼놓고 봐도 문제
1) 증권업계 부동산 PF 리스크 확산
임직원 비리와 별개로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작년 9월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6조 3천억 원으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연체율이 13.85%에 달하는데요. 대출 대부분이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저신용 사업장에 나간 것으로, 중후순위 대출이 많아 사업장에 문제가 생겨도 회수가 힘듭니다.
2) 대부분 브릿지론
대출 대부분이 PF 대출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이라는 점도 위험성을 키웁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 착공 전 시행사는 브릿지론을 받아 땅을 사고, 향후 본 PF 대출을 받아 이를 상환합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행사가 본 PF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브릿지론을 돌려받기 힘들어진 겁니다. 결국 경매로 땅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해야 합니다. 현재 경매·공매 시장에서 PF 부지가 시세보다 30~50%가량 싸게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할인율만큼 손실을 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브릿지론(Bridge Loan)은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하기 전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대출 유형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높고, 상환 기간이 짧은 것이 특징입니다.
3) 위기 조짐 현실화
이미 중소형 증권사를 시작으로 PF 위기가 현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기업금융(IB) 부문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80% 넘게 급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들도 작년 말부터 이들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했습니다.
3. 문제, 어떻게 해결할 거래?
1) 사장 책임 묻겠다는 금융당국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도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지난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 10곳의 사장단과 만나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다면 해당 증권사 경영진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PF 사업장에 대해 리스크 분석을 진행하고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2) 비리 행위, 엄단할 것
증권사 직원의 사적 이익 추구를 향한 제재에도 속도를 냅니다. 이복현 원장은 개인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획득한 수익 이상의 금전 제재를 통해 사업장에 제약을 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 자정 노력, 얼마나
한편, 업계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 23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을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았습니다. PF 사업장별 손실 파악, 부실채권 매각, 자금 조달 등 정부 대응에 발맞춰 적극 협조하고, 금융사 내부 통제 기준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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