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이 파격 행보를 이어갑니다. 올트먼 CEO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을 위해 지난 26일 방한한 데 이어,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5~7조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1. 최대 7조 달러 유치한다
1) 올트먼의 원대한 계획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샘 올트먼 CEO가 5조~7조 달러(최대 9,300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국부펀드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와 접촉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10여 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2) 어느 정도 규모인데?
7조 달러 규모의 투자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규모입니다. 기업가치 세계 1,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시가총액 합이 6조 달러입니다. 작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총매출액이 약 5,270억 달러 수준이었고, 매출액 1조 달러도 2030년에야 달성할 전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더 큰 규모입니다.
3)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규모가 큰 만큼 계획의 현실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거액의 자금 조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회사가 TSMC와 삼성전자, 인텔뿐이라는 점, 반도체 산업은 투자만으로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반도체법의 혜택을 받으려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경우 고급인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2. 올트먼은 왜?
1) AI 반도체 공급 부족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트먼이 이번 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AI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입니다. 현재 AI의 개발과 운용에는 대부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합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테크 기업이 자체 AI 개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입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컴퓨터에서 그래픽 연산을 처리해 결과를 모니터에 출력하는 연산 장치입니다. 수많은 단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많은 연산이 필요한 AI 학습에 널리 활용됩니다.
2) 너무 비싼 GPU
공급 부족이 이어지자 GPU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의 출시 가격은 4,800만 원 정도였지만 최근엔 6천만 원대에서까지 거래됩니다. 오픈AI가 막대한 AI 학습 비용으로 연간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내는 만큼, 올트먼은 이번 계획을 통해 GPU 구입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생각입니다.
3) 맞춤형 AI 반도체 필요성
엔비디아 GPU의 전력 비효율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엔비디아의 범용 제품을 사용할 경우, 맞춤형 AI 반도체를 사용하는 것보다 전력 소모와 비용 낭비가 크다는 것입니다. 올트먼은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해 비효율성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3. 주요 기업 반응은?
1) SK하이닉스는 기대감
이번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하이닉스의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AI 반도체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올트먼의 계획이 실현되면 HBM에 강점이 있는 하이닉스의 성장세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는 메모리에서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양(대역폭)을 늘려 기존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고성능 메모리입니다. 대역폭이 증가하면 AI 연산 처리 속도가 빨라지기에, HBM은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힙니다.
2) 1등 노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분야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겠단 방침입니다. HBM 사업에선 앞서 나가는 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이고, 파운드리에선 세계 1위 TSMC를 따라잡겠다는 겁니다. 다만, 올트먼의 오픈AI가 HBM 수급을 SK하이닉스에, AI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긴다면 AI 열풍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리란 우려도 나옵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위탁한 반도체를 생산해 주는 기업을 가리킵니다. 대만의 TSMC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며,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시장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3) 엔비디아는 적극적으로 대응
엔비디아는 올트먼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입니다. 12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반도체 칩 성능 향상 덕분에 AI용 컴퓨터 마련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트먼의 생각과 달리 AI 개발 및 운용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같은 날엔 엔비디아가 고객 맞춤형 AI 반도체 설계를 위한 사업부를 구축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과 더불어 오픈AI와도 맞춤형 칩 제작에 대해 의논했다고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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