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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기의 재산분할 이야기 (feat.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

by MINK1016 2024.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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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재산분할 이야기 (feat.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
세기의 재산분할 이야기 (feat.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

 

대한민국 언론을 집중시킨 법원의 판결이 있습니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입니다. 막대한 규모의 재산 분할 판결이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재판부는 약 4조 110억 원으로 추정되는 최 회장의 재산 중 1조 3,808억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노 관장이 SK그룹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그룹 총수 재산의 35%를 받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금액은 국내 재산분할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665억 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2심에서 재산분할 규모가 20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재판부는 왜 이런 판결을 했을까요? 이 판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1. 순탄치 않았던 ‘세기의 결혼’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의 갈등은 사실 정말 오래된 이야기이고, 꽤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결혼 생활이라는 게 워낙 사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이번 판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은 그야말로 ‘세기의 결혼’이었어요. 최 회장은 재벌 총수의 장남이었고, 노 관장은 현직 대통령의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유학 중 만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1988년에 청와대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자녀 셋을 두고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두 사람의 관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2009년에는 별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최 회장이 2015년에 한 언론사에 직접 보낸 편지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고백했습니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노 관장과의 관계가 오래전부터 좋지 않았고, 다른 여성과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왔다고 인정한 겁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노 관장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노 관장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관계가 이어지다가 2018년부터 두 사람의 이혼소송이 시작됐습니다.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노 관장은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뒤 2019년 12월에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완전히 뒤집힌 판결

노 관장은 1심 재판에서 최 회장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K 주식 중 절반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현금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아버지인 선대 회장에게서 상속‧증여를 통해 물려받은 것인데, 이렇게 취득한 재산들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아니어서 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 판결에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고, 노 관장은 결국 이번 2심에서 자신이 요구했던 것에 가까운 판결을 받아내며 승리를 거뒀습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완전히 달랐어요.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한 노 관장이 SK그룹의 성장과 경영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고, 최 회장의 SK 주식도 모두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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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법원 판단이 달라진 이유

재판부의 판단은 장기간 지속된 결혼 생활 외에도 ‘SK그룹의 성장 과정’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은 최 회장과 노 관장 결혼 이후 빠른 성장을 이뤘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절에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했고, 이동통신 사업에도 진출해 훗날 SK의 핵심 계열사가 된 SK텔레콤을 키워낼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SK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라고 판단했습니다. SK가 성장 과정에서 사돈 관계인 노태우 전 대통령 덕에 기업 가치를 늘릴 수 있었다고 본 겁니다.

 

또한 노 관장은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343억 원이 SK의 증권사 인수와 SK 주식 매입에 사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선경그룹에 빌려주고 받은 300억 원어치 약속어음 사진도 재판부에 처음으로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에 취득된 것이고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가치 증가에 관해 1991년께 노태우로부터 최태원 부친에게 상당 자금이 유입됐다”라고 했습니다.

 

추적할 수 없도록 관리된, 불법적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큰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의 종잣돈 역할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재판부가 ‘정경유착’을 사실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는 겁니다. 대통령과 재벌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부조리한 행위들을 했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고 이미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관련 수사를 받을 때도 확인된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이 추측에 근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오히려 당시 사돈이었던 대통령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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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기의 재판’이 가져올 여파

이번 판결은 향후 SK그룹과 법조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상고하면,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볼 수 있긴 합니다. 다만 가사 재판의 경우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의 의미는 꽤 크다고 합니다.

 

1) 발등에 불 떨어진 SK

일단 SK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최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부터 나왔습니다. 최 회장의 재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지주회사인 SK(주)주식인데, 이걸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온 겁니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인 SK(주)의 최대주주입니다. 주식 1297만 5472주(17.73%)로 SK그룹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의 형제 등 밀접한 관계의 특수관계인이 가진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25.57%입니다.

 

그리고 이 SK(주)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C, SK네트웍스,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의 대주주입니다. SK(주)에 대한 영향력을 잃으면 그룹 전반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최 회장이 SK(주)의 주식을 팔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지주회사의 지분은 건드리지 않고, 다른 재산을 총동원할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최 회장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인 SK실트론 주식을 팔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잃지는 않겠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급한 과제가 생겨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2) 바뀌는 이혼소송 분위기?

국민적 관심을 받은 이번 판결이 향후 이혼소송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재산 분할 금액과 위자료를 보수적으로 책정해 왔던 법원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판결이 가사를 맡은 배우자의 재산 증식 기여도를 크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액 자산가나 기업가들의 이혼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받은 건 ‘위자료’입니다. 재산 분할의 경우 전 대통령의 자녀라는 특수성이 반영됐다지만, 정신적 손해를 기준으로 정한 위자료도 정말 크게 책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재산 분할과 별도로 20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기존에는 배우자가 외도 등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위자료가 1억 원 이상으로 책정되진 않았습니다. 보통은 아주 많아도 3,000~5,0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노 관장이 1심에서 인정받은 금액도 1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무려 20배가 넘는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법적 혼인 관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한 행위를 한 최 회장을 질타하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헌법이 존중하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일반인 이혼소송에서도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합니다. 1조 원이 넘는 재산 분할로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킨 세기의 이혼소송, 앞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거쳐 SK그룹과 우리나라 법조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이번 판결이 과연 큰 변화 없이 유지될지, 그리고 그 여파는 어느 정도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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