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기름 한 방울 안 나던 나라에서 산유국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했다는 점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만, 여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1. 동해안에 석유와 가스가?
1)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매장 규모는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로 알려졌습니다. 예정에 없던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2) 그렇게 큰 규모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440조 원)의 5배 규모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대 매장량 기준, 석유는 우리나라 전체가 4년, 천연가스는 2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3) 어떻게 발견한 거야?
이번 발표의 근거는 미국 심해 평가 업체 액트지오(Act-Geo)사의 분석이었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17년간 쌓아온 동해 심해 탐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4) 이상한 회사 아냐?
다만, 액토지오의 본사가 미국 휴스턴의 한 가정집이라는 소문이 떠도는 등 기업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의혹이 커지자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전체적인 규모는 작지만 심해에 관련된 지질 자료 분석에 있어 전문가 보유 숫자가 제일 많다”라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한편, 오는 5일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는 오는 5일 한국석유공사 자문 요청에 따라 한국에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엇갈리는 반응
1) 관련주 폭등
대통령의 공식 발표 직후, 석유와 가스 관련주는 폭등했습니다. 한국석유, 한국ANKOR유전는 3일과 4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석유나 가스 수송관으로 쓰이는 강관(강철파이프)을 만드는 동양철관 역시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었습니다.
2) 고개 드는 신중론
그러나 매장 가능성과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 막 지질조사와 물리탐사가 끝난 단계라 매장 여부와 규모를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물리탐사란 석유 탐사 과정의 하나로 레이더파나 탄성파 등을 활용해 해당 지역에 석유가 묻혀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뜻합니다. 심해에 직접 구멍을 뚫는 탐사 시추 과정을 거쳐야 실제로 석유가 매장돼 있는지, 그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3) 실제 생산까지의 변수는?
정부는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 탐사 시추에 나설 계획입니다. 하나의 구멍을 뚫는 데 최소 1천억 원의 비용이 들고, 시추 성공 확률은 20%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시추에 성공하더라도 채산성이 충분한지는 또 다른 변수입니다.
3. 대통령 발표, 적절했나?
1) 포항 영일만 거짓 소동
이번 대통령 발표가 1976년 ‘영일만 석유 소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가 1년 만에 원유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석유 매장 여부와 규모가 불확실한 상황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게 적절했냐는 주장입니다.
2) 국면 전환용?
야당은 국면 전환용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야당이 특검법 재추진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성급한 발표를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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