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물가가 잡히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거라고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데 더해 중국까지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기에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변수까지 겹쳤습니다.
1. 지붕 뚫고 오르는 유가
1) 유가, 어느 정도길래?
올해 들어 유가는 꾸준히 상승합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도 최근 한 달 만에 10.8% 상승했습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지난 5일 90.89달러로 한 주 만에 5달러 넘게 올랐습니다.
2) 산유국의 정세 불안
유가가 오르는 이유는 원유 생산국의 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석유 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석유 생산량 3위인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는 등 중동 정세도 혼란스럽습니다.
3) 멕시코, OPEC+까지
지난 1일,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의 원유 수출 중단 발표 역시 영향을 줬습니다. 오는 6월 2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 멕시코 대통령이 자국 내 휘발유 및 경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출을 중단한 겁니다. 하루 44만 배럴의 원유 수출이 취소되면서 유가상승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3일 OPEC+의 감산 유지 결정도 악재로 꼽힙니다.
OPEC+은 OPEC 회원국에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국을 아우르는 주요 산유국의 모임입니다. OPEC은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집합체인 석유수출국기구입니다. 석유 수출액으로 돈을 버는 국가들의 모임인 만큼, 국제유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원유를 감산하기로 협의합니다.
2. 구리에, 반도체까지 비싸진다고?
1) 구리 가격도 고공행진
오르는 건 기름값만이 아닙니다. 국제 구리 선물가격이 톤당 9,000달러선을 돌파하며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칠레 국지성 폭우로 생산가능일수가 줄면서 세계 최대 구리 업체인 칠레의 코델코의 구리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구리 광석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국 제련소가 감산을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 스마트폰 부품도 비싸진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간재 가격도 덩달아 상승합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인 모바일 AP의 2023년 가격은 전년 대비 30% 올랐습니다. 모바일 AP를 구매해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하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겁니다.
중간재란 아직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최종 소비재 상태는 아니지만, 원자재에서 어느 정도 가공하여 만들어진 제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퀄컴이 모바일 AP라는 중간재를 생산하면 삼성전자가 그 중간재를 구매해 갤럭시 S24라는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겁니다.
3) 석유화학업계도 고심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3월 기준 톤당 719.6달러로 한 달 새 4.8%가량 올랐습니다. 나프타 가격이 손해를 보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작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3. 앞으로 어떻게 될까?
1) 고금리 안 끝난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이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물가가 상승합니다. 이렇게 물가 상승이 고착하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쉽사리 내릴 수 없습니다.
2) 기업 실적도 안 나올 텐데
원유 가격 상승에 지난 3년간 적자를 내며 부채더미에 앉은 한국전력이 전기료를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전기료 부담까지 더해지면 기업으로서는 같은 물건을 만드는 데에 더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셈입니다.
3) 우리나라가 힘들어진다고?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국내 내수시장도 타격을 입습니다. 물가는 내수가 둔화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가뜩이나 현재 고물가∙고금리로 소매판매액이 하락세를 띠고 있는데, 물가가 더 높아지면 소비자가 지갑을 꽁꽁 싸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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