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때아닌 추경 논란
1) 추경 검토 보도
지난 22일, 정부가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한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금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생각할 때"라며 추경으로 내수를 살리고 경제 성장을 북돋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입니다.
추가경정예산은 기존에 편성된 정부의 본예산에 추가 또는 수정이 필요할 때 편성되는 예산을 의미합니다. 보통 예상치 못한 재난, 경기 부양, 세수 부족 등으로 인해 기존 예산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경우에 국회 승인을 거쳐 편성됩니다.
2) 정부 정책 기조 바뀐다고?
같은 날 오전엔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 연설을 통해 양극화 타개, 4대 구조개혁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그간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던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꿔 확장 재정정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죠.
3) 추경 아니야
다만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곧바로 내년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추경에 대해 논의한 바도, 검토한 바도 없다고 해명했는데요. 조선일보 보도에 나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필요한 경우에는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언급이었다"라고 설명했죠. 그렇게 추경설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2. 경제가 그만큼 불안한 걸
1) 성장률 쇼크
추경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우리나라의 지난 3분기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0.5%)에 크게 못 미치는 0.1%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하면서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죠.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0.2%, 0.1% P 내린 2.0%로 제시하는 등 내년도 경기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2) 커지는 수출 불확실성
한국 경제의 근간인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1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되면서 수출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액이 304억 달러(약 42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3) 재량 지출 증가율 최저
이에 지출을 통제해 온 정부의 행보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올해 재량 지출 증가율은 0.8%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을 정도로 정부는 지출을 줄여 왔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예상보다 더 나빠진 경제 상황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죠.
재량 지출은 정부와 의회가 매년 심사해 금액을 결정하며, 도로 건설, 국방비, 교육비 등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 가능한 예산으로,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증감될 수 있는 항목입니다. 반대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지원, 기초생활보장비 등과 같은 복지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예산은 법률에 의해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정부 예산으로, 의무 지출에 해당하죠.
3. 그럼에도 추경 쉽지 않은 이유
1) 2년 연속 세수 결손
계속된 감세 정책에 예산을 늘릴 여유가 없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을 만약 추진하고 싶다 해도, 실제로 강하게 밀어붙이긴 곤란한 상황입니다.
2) 국가채무 추가 발행은 부담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인 점도 문제입니다. 추경을 위해선 국채를 더 발행해 빚을 내야 하는데,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는 201조 3,000억 원으로 추가적인 국채 발행에 나서긴 부담이 너무 크죠. 국가채무는 올해 1,195조 8,000억 원, GDP 대비 47.4% 수준에서 내년에는 1,277조 원, GDP 대비 48.3%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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