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주가가 최근 빠르게 반등하면서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4월 147달러까지 떨어진 주가가 최근 250달러로 복귀. 테슬라 버블의 정점이던 2022년 400달러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한 것 같아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X에서 갑자기 한국의 테슬라 투자자들을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회에 테슬라의 역사를 간단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1.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창업자 맞다? 아니다?
테슬라의 최초 창업자가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는 것. 이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테슬라의 원래 이름은 '테슬라 모터스'였고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 두 사람이 창업했습니다. 1996년 GM이 내놨던 전기차 EV1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탄소배출이 적은 '전기차'를 살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계속 있었고, 이런 움직임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모터스의 두 창업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순간 가속력이 뛰어난 전기차의 특성을 살려 스포츠카(로드스터)를 먼저 만들어 시장의 관심을 얻고, 이후 양산차로 넘어가야 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죠. 이런 테슬라 모터스의 비전을 공감했던 한 젊은 부자가 아이디어만 있던 회사에 7500만 달러를 투자하는데요. 그가 바로 일론 머스크. 그는 이베이에 페이팔을 매각하고 젊은 나이에 갑부가 됐고, 이 돈으로 2002년 우주로켓 회사 스페이스 X를 설립해 CEO로 일하고 있었죠. 그는 테슬라모터스의 최대주주 겸 회장이 됐고 회사 경영에도 많이 관여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론 머스크는 '공동 창업자'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요. 테슬라 회사 페이지는 그를 '공동창업자 겸 CEO'로 표시하고 있어요. 물론 위키피디아를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은 머스크가 공동창업자인걸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 맘에 안 들어 그냥 내가 직접 할래
테슬라 로드스터는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등 유명인들이 투자자 겸 첫 구매자로 참여합니다. 하지만 막상 생산 준비에 들어가자 마틴 에버라드의 역량이 기대에 못 치지 못했어요. 테슬라 이사회(=일론 머스크)는 그에게 사임을 요청합니다. 이후 일론 머스크는 에버라드를 대신할 CEO를 두 명이나 모셔오지만 금방 떠나게 됩니다. 이들이 떠난 이유가 전기차 생산이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론 머스크 밑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어서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2008년 대주주이자 회장이었던 일론 머스크가 직접 CEO를 맡게 되는데요. 그는 스페이스 X와 테슬라 두 회사의 CEO를 겸직하게 됩니다. 머스크의 수많은 '겸직'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3. 테슬라를 키운 건 벤츠와 도요타
일론 머스크가 CEO가 된 테슬라는 로드스터를 2008년 출시하는데요. 문제는 다음단계인 대중차량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로드스터는 소량생산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협력으로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었는데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차량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직접 공장도 운영하고, 협력사들도 관리하고, 배터리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모두 돈. 돈. 돈.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에 개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마침 스페이스 X도 로켓 실험을 계속 실패해서 힘들던 시기였죠. 거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쳐서 돈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
테슬라를 구해준 건 기존의 자동차 대기업들이었습니다. 독일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마트포투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데 이어, 벤츠로부터 5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습니다. 당시 테슬라 지분 9%를 주죠. 또,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프레몬트 공장을 4200만 달러라는 헐값에 인수합니다. 도요타로부터도 투자도 유치합니다.
공장부지도 생기고 자금도 생기면서 2010년 나스닥 상장을 할 수 있었고 2억 2600만 달러를 조달합니다. 그전에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4억 6500만 달러 저금리 정책자금을 대출받기도 합니다.
이 돈으로 테슬라의 첫 대중차인 모델 S가 2012년 세상에 나왔고, 모델 S는 그해 수많은 '올해의 차'를 수상하면서 테슬라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게 됩니다. 자동차 내부 계기판을 디지털 스크린 터치패드 하나로 통합해 버리는 충격적인 디자인도 이때 처음 등장합니다.
4. 모델 3 양산 성공으로 주가 폭. 등.
모델 S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테슬라는 본격적으로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전기차 개발에 나서는데요. 10만 달러 정도인 모델 S의 절반 가격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죠. 2016년 모델 3을 처음 공개합니다. 당시 사전 주문만 32만 5000대가 들어오는데요. 2017년부터 고객들에게 인도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생산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최대한 로봇을 많이 공장에 설치해 사람을 줄이고 싶어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생산 속도를 늦췄다고 합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주 5000대는 생산해야 하는데 초기에는 분기당 260대 밖에 만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생각을 바꿔서 로봇을 줄이고, 공정을 뜯어고치면서 2019년부터는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모델 3 생산 초기에는 이를 배송할 능력이 부족해서 테슬라의 팬과 주주들이 직접 나서서 신규 고객에게 배송을 해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2020년 모델 3 기반으로 만든 SUV 형태의 모델 Y가 세상에 나오는데요. 당시 사람들의 취향은 세단에서 SUV로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델 Y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모델 Y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22만 3000대가 판매되면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통합 전 세계 판매량 1위 차종이 됩니다.
5. 글로벌 확장에 성공한 테슬라
2014년 한 중국인이 테슬라 중국지사에 입사하는데요. 모델 S를 중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충전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습니다. 여기서 인정을 받아 곧 테슬라 중국 지사장이 되죠. 바로 지금 테슬라 이인자인 톰 주(샤오통)입니다.
2018년 테슬라가 상하이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발표하면서 톰 주의 업무는 공장건설과 가동까지 확대됩니다. 중국의 전기차 확대 전략에 따라 테슬라는 외국 자동차 기업 중 유일하게 합작사가 아닌 단독으로 공장을 설립하게 됩니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모델 3 생산이 시작되면서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차량의 절반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2022년에는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도 생산을 시작하죠. 지난해 차량 생산량 184만대로 판매대수에서 전체 자동차 그룹 중 순위 1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수는 14위지만 시가총액은 전 세계 자동차 기업 중 압도적인 1위죠. (테슬라 8000억 달러, 도요타 2760억 달러)
6.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로 무엇을 할까
지금의 테슬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자율주행과 태양광 패널을 사용한 충전인데요.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테슬라 차량을 충전하고 남는 전력을 대형배터리에 보관하는 것은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적인 '넷제로'에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 차량은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인택시'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차량 대수를 줄일 수 있는 묘수였죠.
일론 머스크는 2016년 '마스터플랜 파트 2'를 공개하면서 이런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테슬라는 2014년 모델 S에 오토파일럿 기능을 탑재할 정도로 주행보조 기능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고객들의 실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AI학습을 시키게 됩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FSD(완전자율주행) 베타서비스는 적어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완성'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법적인 규제가 명확해지고, 실제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논란만 피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올해 8월 8일 테슬라는 로보택시를 공개할 예정인데요. 웨이모처럼 특정지역에서만 운행하는 택시형태가 될지, 아니면 개인이 소유한 테슬라를 로보택시로 공급하는 것까지 가능할지가 관건입니다. 또한 서비스지역이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인지 아니면 양쪽 모두인지도 관심사.
7. 로봇에 미디어까지 하는 '머스크 그룹'
스페이스 X CEO를 하던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CEO를 겸직하면서 테슬라는 지금의 모습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요. 이때 이후로 일론 머스크는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합니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로 로봇 사업에 진출한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스페이스 X가 이미 세계 최고의 우주기업이 됐고, 사람의 뇌에 칩을 바로 연결하는 뉴럴링크도 본격적으로 궤도에 돌입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옛 트위터를 인수해서 X라는 강력한 미디어 기업을 소유하게 됐고, xAI를 설립해 LLM 중심의 AI 전문회사까지 차렸죠.
일론 머스크는 21세기에 나타난 '재벌'일까요? 카리스마가 넘치는 창업자의 주도아래 새로운 분야로 계속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 미국 기업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개발도상국의 대기업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까지 일론 머스크는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이런 '머스크 그룹'의 계열사들에 대해서 일론 머스크가 일상 경영에서는 점차 손을 떼고 그는 비전제시와 기술개발에만 집중할 것 같기도 합니다.
테슬라의 역사를 보면 결국 일론 머스크의 비전과 리더십이 지금의 테슬라를 만들어냈어요. 새로운 자동차 회사, 그것도 전기차만 만드는 회사가 이렇게 단기간에 자동차 시장의 주류에 올라온 것은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도 함께 경영하고 있었죠. 머스크는 의도적으로 보일 정도로 스스로와 직원들을 벼랑 끝에 몰아놓고 거기서 기적적으로 반전을 만들어냈습니다. 드래곤볼이라는 유명 만화에 나오는 '초사이어인'같은 일이 반복된 것.
물론 일론 머스크 본인이 문제의 원인인 경우도 많았다고 해요. 날개형으로 양쪽 문이 열리는 모델 X의 디자인, 미래적인 것을 넘어 투박한 사이버트럭의 디자인 같은 것이 그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디자인이라고 하죠. 특히, 그가 소셜미디어에 몰두한 이후 그의 말 한마디한마디는 회사의 리스크가 되었습니다.
애플, 테슬라에서 일하고 '나는 테슬라에서 인생 주행법을 배웠다'라는 책을 내신 박규하 작가님은 테슬라는 What 이 아닌 Why를 질문하는 회사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큰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가 확고한 Why를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성에 인류를 보낼 수 있는 로켓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인공지능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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