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부실공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며 험난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후 국토부 조사에서 ‘총체적 부실’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며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지난 12월, 국토부에서는 ‘민간과의 경쟁’이라는 파격적인 개혁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한편, 이러한 국토부의 전례 없는 대응은 업계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국토부의 발표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21일, LH는 ‘건설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쇄신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번에는 국토부의 ‘LH 혁신방안’과 LH에서 발표한 ‘건설혁신방안’의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1. 국토교통부 LH 혁신방안 발표와 업계 반응
국토교통부에서는 부실시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감리, 설계 및 시공 간 상호견제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및 품질 중심의 건설산업 시스템 개편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LH 혁신방안’의 주요 내용을 아래에서 알아보겠습니다.
1) 국토교통부 LH 혁신방안
① 공공주택 공급구조 재편
(현행) LH 단독시행 또는 LH+민간건설사 공동 시행
(개선) 민간건설사 단독시행 유형 추가 → LH 영향력 배제, 자체 브랜드 공급
현재 공공주택 사업은 LH 등 공공부문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공공부문에 한정되어 얻는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근래 정부 정책으로 지속적으로 공공주택 물량이 증가하고 있어 LH에서 모든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지난해 국토부에서 시행한 무량판 구조 단지 조사에서 LH와 달리 민간 무량판 단지에서는 철근 누락 등 부실이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국토부에서는 품질 향상을 위해 민간시행 공공주택 유형을 신설하고, LH와 민간 건설사 간의 경쟁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민간시행 공공주택 사업은 「공공주택법」 개정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국토부에서는 분양가, 공급기준 등은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해 공공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민간과의 비교경쟁을 통해 선호도 높은 브랜드의 고품질 아파트를 확보해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② LH 권한 축소 - 업체 선정권한 조달청 이관
현재는 LH가 공공주택 사업 과정에서 설계·감리 용역과 시공업체를 직접 선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관을 통한 이권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이러한 선정권한을 조달청으로 이관합니다.
설계와 시공업체의 선정 및 계약체결 등을 조달청에 위탁하고 LH는 선정된 업체의 용역수행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조달청에서 민간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토교통부가 운영해 공정한 심사방법과 기준을 마련하게 됩니다. LH의 권한이 국토교통부, 조달청으로 나눠지는 것입니다.
③ 전관 카르텔 해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대대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LH의 전관 문제에 대해서도 혁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전관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원천 차단해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 전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LH 퇴직자 재취업 시 적용되는 심사기준을 강화합니다. 심사 대상자를 현행 2급 이상(부장급)에서 3급 이상(차장급)으로 확대합니다. 또한, 재취업 대상이 되는 설계·감리업체에 대한 자본금·매출액 기준을 삭제·완화하여, 대상업체 규모 대폭 확대합니다. 더불어 공공기관 최초로 업무연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부서가 아닌 기관 전체로 두는 ‘기관업무 심사’의 대상을 기존 1급 이상에서 2급 이상으로 확대합니다.
이외에도 전관업체의 입찰 참가 제한이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현재는 LH 자체내규로 5년 이내 퇴직자와의 수의계약을 제한하고 있으나, 건축설계공모 및 경쟁입찰에는 제한이 없었던 상황입니다. 다만, 지난해 일련의 철근누락 사태 발발 이후 심사 과정에서 전관업체에는 감점을 부여해 사실상 배제 중이었습니다. 이를 국토부에서 구체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2급 이상으로 퇴직한 전관이 퇴직한 지 3년 이내에 재취업한 회사는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3급 전관의 경우에는 낙찰이 어려운 수준으로 대폭 감점합니다.
④ 공공주택 건설관리 강화
국토부에서는 감리, 설계, 시공 및 정보공개 전 부문에 대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와 같이, 설계-감리-시공 및 정보공개 등 공공주택 공사의 전 과정에서 법령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안전과 품질을 확보합니다. 한편, 국토부의 이러한 혁신방안 중 업체선정 권한 조달청 위탁 및 감리업체 선정권한 위탁 부문은 올해 2월경 연간발주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나머지 부문은 3월경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2) 업계 반응
전문가들은 이번 LH 혁신방안에 대해 공공주택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연구위원은 민간 개방에 대해 ‘극약 처방’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면 공공주택 품질이 개선되고, LH도 쇄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감리를 독립시키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인증 감리자 선정 등 독립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제시되었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건설업계에서도 공공택지가 대체로 입지나 기반시설 측면에서 괜찮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최근 부동산 PF 이슈로 자금 운용이 어렵고, 건설경기도 좋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바로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또한,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LH와 공공주택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주로 중소 건설사들인데, 민간 개방으로 간다면 대형 건설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 건설사는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 LH ‘건설혁신방안’ 발표
1) LH ‘건설혁신방안’
21일 LH는 부실시공 재발을 방지하고, 주택 품질 상승을 골자로 하는 5대 전략과 44개 과제를 담은 ‘건설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혁신 전략을 기술책임, 품질관리, 건설풍토, 인적자원 및 디지털DX의 5가지로 나누고, 각 영역별로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 현장 중심 품질검수 시스템 강화·디지털 건설 시공 인프라 구축·책임 건설을 위한 상벌체계 개편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① 현장 중심 품질검수 시스템 강화
품질검수 시스템을 현장 중심으로 강화합니다. 이를 위해 본사에 품질관리처를, 지역본부에는 품질전담부서를 신설합니다. 현재 서류·마감 위주인 준공검사를 비파괴 구조검사와 안전검사 보고서를 교차 확인하는 방식으로 현장 방면을 강화하는 한편, 정기 안전점검 횟수도 5회로 확대합니다.
② 디지털 건설 시공 인프라 구축
스마트 건설처를 신설해 건설산업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 3차원 가상공간에 설계, 시공에 필요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BIM 기반 통합 플랫폼을 내년까지 구축하고, AI·IOT를 활용해 전국 건설현장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설계도면과 영상기록을 공개하고, 시공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서버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한, 탈현장 시공 공법인 PC·OSC 공법을 확대 적용하는데요. 철근을 포함한 부재를 전부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진행해 공정을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③ 책임 건설을 위한 상벌체계 개편
공정한 평가와 평가에 대한 상벌을 강화하기 위해 책임건설 체계를 마련합니다. 중대한 구조적 부실을 유발한 업체의 경우, 입찰 시 실격 처리합니다. 또한, 입찰 시 시공평가 배점 차등을 확대해 우수업체·불량업체 간 변별력을 강화합니다. LH 퇴직자가 소속된 업체는 용역 심사에서 최대 감점을 부과해 건설사업 수주를 원천 배제합니다.
2) 국토교통부 ‘LH 혁신방안’ 반영
이번 LH의 ‘건설혁신방안’은 국토부의 ‘LH 혁신방안’ 발표 이후 약 한 달 만에 나온 것으로, 국토부의 혁신 방안이 반영된 부분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비교해 보았습니다.
위 반영 현황을 보면, 국토부에서 발표한 ‘LH 혁신방안’이 이번 LH의 ‘건설혁신방안’에 대부분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5일·19일 인천계양·검단과 화성 건설현장을 연달아 방문해 건설혁신방안에 대한 지속적이고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IoT CCTV를 살펴보고, 영상기록을 시연하는 등 건설혁신방안 중 하나인 디지털 DX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LH의 쇄신 의지가 강력한 만큼,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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