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전해드렸던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논쟁, 기억하시나요? 정부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고용해 가정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본격적인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우선 100명의 필리핀 가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올해 8월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죠.
이 시범 사업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어요. 한 달 동안 이 사업을 둘러싸고 꽤 많은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시행된 지 한 달째인 외국인 가사 근로자 시범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볼게요.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 도입이 처음 제시된 건 2022년 9월이었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출생 대책으로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죠. 현재 가사 근로자는 우리나라 국민이거나 중국 동포(조선족)만 할 수 있어요. 오세훈 시장은 이런 제한을 없애고, 외국인도 가사 근로자로 취업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죠.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가 지금의 심각한 저출생 상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어요. 저출생 상황의 원인을 ‘돌봄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좀 더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었죠.
직장을 다니는 부모 중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경우는 가족이나 보육 기관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어요. 이마저도 여의찮을 경우는 직장에 가 있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해야 하죠.
문제는 비용이에요. 정부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하는 가사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서울 기준 1만 5,000원대라고 해요. 일주일에 52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312만 원이 지출돼요. 우리나라 근로자는 월평균 임금이 300만 원쯤 된다고 하니까,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죠.
만약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가 도입되면,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가사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선택권이 늘어나요. 현재 필리핀 가사 근로자를 하루 8시간씩 한 달간 이용하는 가정이 지불하는 비용은 급여 208만 원과 4대 보험료 등을 합쳐 총 238만 원이에요. 국내 가사관리사를 채용했을 때보다 약 30% 저렴하죠.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부담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1. 그렇게 들어온 100명의 필리핀 근로자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할 가정을 모집했어요. 당시 신청 가구는 모두 731 가구로, 약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어요. 필리핀 현지에서도 지원하는 근로자들의 경쟁률이 굉장했다고 해요. 필리핀 정부가 한국으로 파견될 가사 근로자 모집 공고를 내자, 100명 채용에 1500명이 몰려 경쟁률이 15대 1을 기록했대요.
그렇게 선발된 100명의 가사도우미가 지난 8월 필리핀에서 국내로 입국했고, 이후 4주간 총 160시간의 직무 교육과 한국어 교육 등을 이수했다고 해요. 이 시범 사업은 내년 2월 28일까지예요. 정부와 서울시 등은 향후 대상자 범위를 확대해 본격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2. 하지만 아직도 이어지는 찬반 논란
하지만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인 이 순간에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에 대한 찬반 논쟁은 지속되고 있어요. 양쪽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아요.
1) 찬성 - 사용자: “생각보다 만족스럽잖아...?”
지난 한 달간 가사 근로자 서비스를 사용해 본 사람들에게 만족도를 묻자, 긍정적인 평가의 비중이 작지 않았다고 해요. 한국인 가사 근로자를 쓸 때보다 시급이 낮고,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예상보다 저렴하다는 피드백이 나왔대요.
의사소통 면에서도 오히려 수월하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한국인 가사 근로자는 보통 나이가 많다 보니 세대 차이가 느껴졌는데, 필리핀 가사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에 소통에 불편함이 적었다는 이야기예요. 필리핀 가사 근로자 대부분이 영어에도 능통해 언어의 장벽도 높지 않았다고 하고요.
2) 반대 - 불법 체류자 문제는 “예견된 일”(?)
지난 추석 연휴에는 근로자 두 명이 지정된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아직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예견된 일”이라는 비판을 내놨어요. 가사 근로자들이 숙소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가 불법 체류자를 양산해 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죠.
이탈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사 근로자들의 생활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어요. 숙소 통금 시간이 10시로 너무 빨랐던 데다가,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등장했죠. 정식 근무 전에 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 교육 수당 200여만 원이 지급돼야 했는데, 이 수당이 8월 30일, 9월 6일, 9월 20일 3회에 걸쳐 지급됐기 때문이에요. 정부는 ‘근로자마다 일한 시간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임금을 계산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동안 가사 근로자들이 물가가 비싼 서울에서 살아가기에 힘들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죠.
3. 인권 침해도 여전히 우려되는데...
외국인 가사 근로자의 인권 보장 문제도 숙제로 꼽혀요.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은 월 60만~80만 원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어요. 이들은 의무적으로 가정에 입주해서 숙식을 해결하는데, 제대로 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데, 이런 문제를 사전에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죠.
4. 결국 핵심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가?’
외국인 가사 근로자 시범 사업이 정식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결국 이들의 임금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해요. 그런데 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고용부)의 입장 차이가 분명해지고 있어요.
1) 서울시: 실효성이 없잖아! 금액 낮춰야 해
서울시는 이들의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한 달 238만 원의 급여가 평균적인 맞벌이 부부가 부담하기엔 높은 비용이라는 이유에서예요. 서울시에 따르면, 실제로 시범 사업 신청 가구의 40% 가까이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평균 소득이 높은 지역에 집중됐다고 해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사실상 특정 계층만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는 거예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가사사용인’ 제도를 활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간병, 돌봄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등을 가사사용인으로 고용하자는 건데, 가사사용인은 각 가정에서 1대 1 사적 고용의 형태로 근무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고요.
2) 고용부: 돈을 덜 주는 건 차별이야!
반면 고용부는 임금을 여기에서 더 낮출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어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예요.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만약 여기에서 임금을 더 낮추면,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체류하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가는 것이 목표인데, 만약 지금보다 적은 임금을 준다고 하면 근무지를 이탈하는 근로자들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에요. 김 장관은 임금을 낮출 경우 “지금보다 몇 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밝혔죠.
외국인 가사 근로자 시범 사업이 도입된 건,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보탬을 주기 위해서예요. 문제는, 이 제도가 저출생 현상을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거예요. 불투명한 효과에 견줘 사회적 갈등은 큰 모양새고요. 아무쪼록 정부에서 갈등을 통합하는 절묘한 해법을 제시해 주길 바라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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