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분위기까지 소비하는 경험 경제의 열풍 (feat. 흑백요리사와 미슐랭)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10. 9.
반응형

분위기까지 소비하는 경험 경제의 열풍 (feat. 흑백요리사와 미슐랭)
분위기까지 소비하는 경험 경제의 열풍 (feat. 흑백요리사와 미슐랭)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요리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유명 셰프 20명 (백수저)과 명성은 낮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평범한 요리사 80명 (흑수저)이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인데요.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글로벌 톱 10 TV에서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동네 숨은 고수와 미슐랭 요리사가 맞부딪힌다는 계급투쟁적 설정,

 

40명이 동시에 요리할 수 있는 오징어게임 같은 자본 집약적 세트장, 방영 후 이어질 수밖에 없는 레스토랑 예약 마감 행렬까지 상업적으로 완벽히 무장한 콘텐츠입니다. 흑백요리사에서 백수저의 상징은 단연 미슐랭 요리사입니다. 보기 드문 미슐랭 요리사가 무려 5명이나 출연합니다. 더군다나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는 미슐랭 3스타 출신인데요. 참가자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수군댑니다.

 

왜 우리는 미슐랭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미슐랭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은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과 분위기가 주는 경험까지 소비하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오늘날 불고 있는 경험 경제 열풍. 미슐랭이 어떻게 그 중심에 섰는지 그 현장 속으로 깊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1. 미슐랭 형제의 외침 "자동차는 곧 삶이다"

미슐랭은 사실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기업인 미쉐린이 매년 봄에 발간하는 식당 여행 가이드 북입니다. 프랑스어로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으로 발음하는데요. 그래서 한동안 미슐랭 가이드로 썼습니다. 하지만 한국 지사인 미쉐린 코리아가 한국어 공식 발음을 ‘미쉐린’으로 결정하면서 미슐랭 가이드의 공식 발음 역시 ‘미쉐린 가이드’가 됐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분들이 타이어는 미쉐린, 레스토랑 평가는 미슐랭으로 말씀하시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혼동을 방지하고자 편의상 이 규칙을 따르겠습니다.

 

1) 30년 청년들의 혁신적 창업

잠시 시간을 1889년 프랑스로 돌려보겠습니다. 30대 청년인 앙드레 미슐랭과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고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펑크 난 자전거 타이어를 수리하는데 3시간이 꼬박 걸렸습니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2년 뒤 창업한 것이 미쉐린 타이어입니다. 세계에서 첫 분리 가능한 공기 타이어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전역의 자동차 대수는 고작 3000대 남짓.

 

자동차는 몇몇 부유층의 장난감 수준이었고, 타이어 산업은 보잘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슐랭 형제는 막 태동한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포지션을 찾고자 했습니다. 바로 자동차 정보의 중심입니다. 두 형제는 1890년 처음으로 399페이지에 달하는 미슐랭 가이드를 발간합니다.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들로 가득 찬 안내 책자입니다.

 

2) 미슐랭 가이드 오리지널...

첫 장부터 타이어 교체 방법이 33페이지나 차지했고, 주유소는 아직 등장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약국 주소를 수록했습니다. 또 도로에는 아직 조명이 없었기 때문에 해가 지는 시간까지 나열한 표를 수록했습니다. 이뿐 아니었습니다. 자동차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수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수리점이 어디에 있고 언제 문을 닫고 여는지 적었습니다.

 

① 앙드레 미슐랭과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 ② 1926년 산타클라라에서 촬영한 미쉐린 마스코트 ③ 세계 첫 공기 주입형 타이어를 알리는 미쉐린 타이어 광고

 

해가 갈수록 미슐랭 가이드는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로에 번호를 붙이자”라고 제안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당시에는 도로에 고유 번호가 없었는데, 에두아르 미슐랭이 헛갈린다면서 정부를 설득했습니다. 또 호텔을 상대로는 무료 주차를 제공하라고 압박했습니다.

 

3) 자동차는 삶이다

책자는 당초 무료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지불한 것만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1922년에 7프랑을 받고 팔았습니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오늘날 약 90만 원에 달하는 값비싼 책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책자에 호텔과 레스토랑 목록을 추가합니다. 대신 책 발간을 위해 재정적으로 필요했던 광고를 없앴습니다. 발행 부수는 날로 커져, 10만 부를 달성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미쉐린 타이어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마케팅 도구였습니다. 미슐랭 가이드 1924년 판본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자동차가 있으면 새벽 5시에 기차를 탈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차가 있으면 가족생활에서 더 즐거운 일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부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하고 프랑스 전역을 운전하면 할수록, 미슐랭 가이드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레드 가이드: 1926년부터 레스토랑에 별점을 부여했습니다.

 

2. 관광객을 위한 성경, 엘리트주의를 표방하다

미슐랭 형제는 사람들이 유달리 파인 다이닝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책자를 두 개로 쪼갭니다. 빨간 책과 초록 책. 초록 책은 자동차 여행안내 책자인 그린 가이드이고, 빨간 책은 우리가 아는 맛 집 정보를 수록한 미슐랭 가이드입니다.

 

1) 미스터리 다이너 팀

두 형제가 새롭게 신설한 것이 있었으니 비밀 손님을 뜻하는 속칭 미스터리 다이너(mystery diners) 팀입니다. 처음에는 식당 정보만 수록했는데요. 1926년부터는 팀원들이 손님으로 가장해 식당을 찾아가 별점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엄격하게 별0개부터 3개까지 준 것이, 파인 다이닝을 갈구하던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에 힘입어 2008년 판매량만 130만 부가 넘었습니다. 그동안 4만 개가 넘는 레스토랑을 평가했고, 누적 판매량은 3000만 부를 넘었습니다.

 

미슐랭에서 독특한 점은 평가가 여행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차를 몰고 방문해 들를만한 식당인지 말이죠.

 

3스타: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할 가치가 충분한 식당

2스타: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1스타: 요리가 훌륭한 식당

 

이밖에 지금은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인 플레이트 (Plate), 합리적 가격으로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식당인 빕 구르망 (Bib Gourmand), 식재료의 윤리적 환경적 기준을 갖는 그린스타 (Green Star) 등급이 별도로 있습니다. 물론 논란도 있습니다.

 

3스타 기준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충분한 식당”이라고는 하지만, 1스타만 되더라도 해당 레스토랑은 사실 평생 매출이 보장될 정도로 명성을 얻기 충분합니다. 3스타가 가장 많은 국가가 프랑스인데, 그 숫자는 고작 30개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딱 1개로 3스타 레스토랑은 사실 레전드가 됩니다.

 

평가 역시 맛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재료 수준, 풍미에 대한 완벽성, 창의성, 합당한 가격, 메뉴의 일관성인데요. 분위기와 서비스는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2016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음식 값이 고작 1.85달러에 불과한 치킨과 누들 노포가 별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정작 이런 식당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초창기 광고 ①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미쉐린 타이어와 함께! ② 미쉐린 타이어는 장애물을 삼킨다!

 

2) 관광객의 성경

1952년 타임지는 미슐랭 가이드를 가리켜 ‘관광객의 성경’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당시에는 GPS나 내비게이션이 없었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객들의 미슐랭 의존도는 더 컸었습니다. 단지 맛 집만 찾는 것은 아니니까요. 연합군이 2차 대전 당시 길을 찾고자 미슐랭 가이드를 갖고 노르망디에 상륙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어 미슐랭 가이드 역시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오늘날 인쇄본을 찍고 있기는 하지만 콘텐츠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유통합니다. 콘텐츠 역시 다이닝, 트래블, 피플 등 고급 잡지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3) 미슐랭의 엘리트주의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엘리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쉐린 타이어의 캐릭터는 이집트 미이라가 연상되는데요. (사실은 두꺼운 타이어층) 이름은 비벤덤(Bibendum)입니다. 비벤덤은 “마시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초기 포스터에는 로마시대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가에서 차용한 "Nunc est bibendum"라는 문구를 적었습니다.

 

“지금은 마실 때다!” 미쉐린 타이어가 겪을 문제들은 술을 마시면서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사 제품에 비해 수리가 간단하다는 메시지. 또 비벤덤은 한 때 검투사와 킥 복서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입에 시가를 물고 사교계를 전전하는 포스터는 돈 많은 상류층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오늘날 미슐랭 가이드에도 엘리트주의가 은근히 남아있습니다. 맛만 보고 평가를 한다고는 하지만, 별을 받은 미슐랭 레스토랑은 살펴보면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집들이 대다수입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처음부터 프랑스 최고 레스토랑 12곳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고요. 오늘날에도 저가 음식점은 빕 구르망 (4만 5,000원 이하)이라는 카테고리로 별도로 묶고 있습니다.

 

고든 램지: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사. 런던 첼시에 1997년 'Restaurant Gordon Ramsay'를 연 이후 2001년 미슐랭  3스타를 받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반응형

3. 고급 레스토랑으로 중국 타이어를 물리치다

미쉐린은 미슐랭 가이드를 철저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미쉐린은 매출액이 283억 유로 (약 41조 원)로 전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14.8%를 차지하는 1~2위 기업입니다. 주요 경쟁사인 브리지스톤, 굿이어, 콘티넨탈, 한국타이어 등과 경쟁하고 있는데요. 미쉐린 타이어의 매출액을 뜯어보면 승용 부문이 70%, 트럭 상용부문이 15%, 항공기 등 특수 부문이 13% 정도입니다. 약 2%가 비타이어 부문이나, 고분자 복합 솔루션 등이 주류를 이룹니다.

 

1) 회사의 비전, 일반인의 인식

미슐랭 가이드가 어떤 재정적 기여를 했는지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마케팅 채널에 가깝습니다. 워싱턴대 마케팅 교수인 나탈리 미직은 이런 말을 남겼는데요. “홍보의 핵심 가치는 회사의 비전을 일반인의 인식과 일치시키는 데 있습니다.” 레드불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후원하고, 미쉐린 타이어가 미슐랭 가이드를 철저히 이용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타이어의 평균 교체 주기는 3만~5만 km로 3~5년입니다. 고객이 한 번 구입하더라도 다음에 같은 타이어를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반면 콘텐츠는 매우 빈번하게 접하는 창구입니다. 미슐랭 가이드야말로 미쉐린의 비전을 전달하기 좋은 수단인 것입니다. 덴버대의 마케팅 교수인 비키 레인은 미슐랭 가이드를 콘텐츠 마케팅의 선구자로 엄지 척!

 

2) 아시아 첨병 역할을 하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쉐린 타이어와 미슐랭 가이드가 같은 회사 제품과 서비스라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랍니다. 미쉐린 타이어의 대변인조차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미쉐린 타이어는 미슐랭 가이드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입니다.

 

미쉐린은 1988년 중국에 타이어 생산 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아시아 공략을 펼쳤는데요.

 

이후 링롱 타이어와 에올루스 타이어와 같은 중국 타이어들이 급부상하며 아시아 시장을 점령해 오자, 미슐랭 가이드를 적극 활용해 고급 브랜드 전략을 펼쳤습니다. 대표적으로 와인 안내 책인 로버트 파커 가이드 지분 40%를 인수한 뒤, 아시아 전역에 펼쳐져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테이스팅 이벤트를 펼쳤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미쉐린은 2023년 가장 가치 있는 타이어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3)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다

“와인과 타이어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할 수 있지만, 전임 CFO인 마크 헨리는 “첫 차를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신흥 시장에서, 미슐랭 가이드가 우리 타이어의 브랜드 매력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업체 나틱시스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파운도키디스 역시 “미쉐린은 다른 경쟁사와 달리 거의 모든 국가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브랜드 평가 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가 조사한 타이어 브랜드 순위에서 미쉐린은 부동의 1위입니다.

 

사실 별점을 매기는 것은 미슐랭 가이드뿐만은 아닙니다. 네이버나 구글에서도 수많은 일반인이 식당에 별점을 줍니다. 또 옐프나 캐치테이블 같은 레스토랑 앱에서 조차 별점이 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미쉐린은 테이블 예약 스타트업인 북테이블을 2016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북테이블은 미슐랭뿐 아니라 트립어드바이저나 조마토 등에서도 레스토랑 예약 엔진으로 사용됩니다.

 

4) 따라올 브랜드는 없다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 담당 부사장 출신인 돌란 클라우젤은 이에 대해 “별점을 주는 포털이 전혀 위협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클라우젤은 “가짜 리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브랜드의 신뢰성 진지함 품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슐랭 별점을 따라 올 브랜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입니다.

 

하드록카페: 1971년 창업한 하드록카페는 대표적인 경험 경제를 표방한다. 식사는 물론 라이브공연, 록앤롤 기념품을 판매한다. 전 세계에 200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

 

분위기까지 소비하는 경험 경제의 열풍 (feat. 흑백요리사와 미슐랭)
분위기까지 소비하는 경험 경제의 열풍 (feat. 흑백요리사와 미슐랭)

 

4. 경제의 마지막 단계? Experience Economy

미슐랭 레스토랑은 대표적인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 사례입니다. 경험 경제라는 용어는 B.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가 1998년에 처음 소개한 단어인데요. 소비자들이 단순 제품보다는 감정적인 연결과 지속적인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경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1) 발전하는 생일 파티

파인과 길모어는 오늘날 경제 발전을 생일 케이크에 빗대 크게 네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1998년 사례이기 때문에, 화폐 단위가 낮긴 합니다.

 

첫 단계: 농업 경제 시절에는 밀가루, 설탕, 버터, 달걀과 같은 농산물을 구입해 생일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다. 재료값은 매우 저렴했다.

둘째 단계: 산업 경제가 발전하면서 미리 혼합된 재료를 구입해 케이크를 만들었다. 비용은 1~2달러가 들었다.

셋째 단계: 서비스 경제 시대가 오면서 많은 부모들이 제과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케이크를 주문했다. 비용이 10~15달러가 들었다.

넷째 단계: 경험 경제 시대가 펼쳐지면서 부모들이 직접 생일 파티를 열지 않고, 체험형 놀이공간을 빌리고 케이크를 제공받았다. 생일 파티라는 경험을 구매.

 

파인과 길모어는 경험을 서비스의 상위 단계로 보았습니다. 우리가 받는 수많은 서비스들보다, 경험의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는 주장입니다. 경험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사고 팔 수 있는 원자재와 같은 실체적 제공물이라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모든 기업이 경험 경제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험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2) 브리티시에어웨이의 변신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 직원이라면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정시에 가장 낮은 가격으로 사람을 수송하는 것을 서비스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리티시에어웨이의 CEO를 역임한 콜린 마셜경은 1995년 항공사를 기능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그가 부르짖은 모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여행경험!

 

마셜경은 런던 공항에 프리미엄 고객을 위해 패스트트랙 출국 통로를 설치했고, 라운지를 대폭 개방했으며, 더 많은 마일리지를 제공했습니다. 이를 본 파인과 길모어는 경험 경제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했습니다. X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객 참여 정도를 표기합니다. 극장에 온 고객은 직접 연극을 하지 않는 수동적 경험자입니다. 반면 스키장에 온 고객은 적극적으로 경험을 하는 적극적 경험자입니다.

 

3) 네 가지 종류의 경험경제

Y축은 흡수와 몰입으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경마를 보는 관객은 위에서 밑을 보면서 분위기를 흡수합니다. 반면 야구장 내야석에 앉은 고객은 광경 소리 주변 냄새에 몰입을 하게 됩니다. 경험은 이렇게 사분면으로 구성됩니다. 콘서트에 온 고객은 수동적이면서 흡수적이지만, 골프를 치러온 골프장 고객은 적극적이면서 몰입적인 경험자입니다. 그래서 경험 경제의 서비스는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공연 관람처럼 수동적 참여를 통해 관객이 내용을 흡수하는 경험입니다.

교육(Educational):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며, 배우고 흡수하는 형태의 경험입니다.

탈출(Escapist): 가상현실처럼 능동적으로 몰입하는 경험으로, 사용자가 실제로 참여해 다른 환경을 체험합니다.

심미(Esthetic):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몰입하는 경험입니다. 감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며 몰입하는 형태입니다.

 

4) 경험경제를 설계해 보자

결국 경험 경제를 설계하는 사람은 “우리 회사는 어떤 구체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파인과 길모어는 경험 디자인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주제가 있어야 합니다. 하드록카페, 플래닛 할리우드, 레인포레스 카페 등. 이름만 들어도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할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대다수 소매업체는 쇼핑 경험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어떤 경험을 줄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강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디즈니 테마파크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세 번째는 부정적 신호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 내에 쓰레기통은 고객에게 불쾌한 경험을 주기 쉽습니다. 냄새도 나고 고객이 직접 치워야 합니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면, 자동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캐릭터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네 번 째는 굿즈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기념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서인데요. 유명한 브랜드들이 값비싼 사은품에 인색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끝으로 파인과 길모어는 시각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할 수 있는 종합적 경험을 만들 것을 추천했습니다.

 

멋진 정찬인 파인 다이닝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요. 단순히 고급 요리를 맛보는 것을 넘어, 경험 경제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파인 다이닝의 핵심은 맛있는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사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미각뿐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을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을 적극 공유합니다. 식사 전 음식 사진을 촬영하고, 주변 풍경을 기록하는 이유 역시 그 순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기억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물론 레스토랑들의 요금 인상 경쟁은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는 경험 경제에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시인 마야 안젤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I've learned that people will forget what you said, people will forget what you did, but people will never forget how you made them feel.

 

우리가 굳이 맛 집을 찾아다니는 이유도,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아 나서는 이유도 좋은 감정과 경험을 갈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감각적 자극과 정서적 연결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경험 경제의 핵심입니다.


 

 

11월에 결정되는 이재명 대표의 잘잘못 (feat. 민주당 대표)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무죄일까요, 유죄일까요? 이를 가리는 선고 공판이 곧 열려요.① 허위사실공표 혐의 (11월 15일), ② 위증교사 혐의 (11월 25일) 1. 이재명에게 어떤 혐의가 걸려있었더라이재

mkpark01.tistory.com

 

 

궁지 몰린 배달의민족, 결국 상생안 제시 (feat. 차등 수수료)

1. 배달의민족, 차등 수수료 상생안 제시1) 상생안 제시한 배달의민족지난 6일, 배달의민족(배민)이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상생안을 내놨습니다. 정부가 배달앱과 입점업체의 상생을 도

mkpark01.tistory.com

 

 

저출생 늪에 빠진 한국 경제 (feat. 2023년 합계출산율 0.78명)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20년 넘게 저출산은 우리 사회 중심 의제로 다뤄져 왔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노인 부양 문제, 학령인구 감소, 병역자

mkpark01.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