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어 버린 부동산 시장 열기
1) 아파트값 상승 멈췄다
22주 연속 이어지던 아파트 가격 상승 행렬이 멈췄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11월 둘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건데요. 서울(0.07%→0.06%)과 수도권(0.05%→0.03%)의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줄었습니다.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한국부동산원이 중개업소의 매물 호가와 실거래 데이터를 결합해 매주 산출하는 아파트 가격 지수입니다. 지역별, 주택 유형별로 가중치를 부여하며, 비정상적인 거래는 제거 후 주간 변동률을 지수로 환산하는데요. 단기적인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호가와 거래량 부족으로 인한 왜곡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죠.
2) 서울 아파트값은 떨어졌다고?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하락했다는 통계도 발표됐습니다. 지난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1% 하락했습니다. 작년 12월(-1.19%) 이후 9개월 만입니다. 노원·도봉·강북이 포함된 동북권(-0.42%), 마포·서대문·은평이 속한 서북권(-0.90%)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실거래가격지수는 실제로 성사된 부동산 거래의 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최근 거래와 이전 거래를 비교해 지수화한 것입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실제 시장 상황을 잘 드러내지만,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될 때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3)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
아파트 거래량 역시 급감하는 흐름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90건에 그쳤는데요. 지난 7월(9,181건)이나 8월(6,474건)과 비교하면 크게 저조한 수준이죠.
4) 분양가보다 싸게 팝니다
일부 지역에선 분양가보다 싼 값에 아파트를 처분하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까지 등장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자이르네 전용면적 42㎡ 매물은 7억 3천만 원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분양가 대비 1억 3,700만 원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2. 대출 규제 통했나?
1)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최근 부동산 시장 열기가 사그라든 건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이 큽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월 1일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인데요. 한국은행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은 8월 8조 2천억 원에서 9월 6조 천억 원, 10월 3조 6천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대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부동산 매수세가 멈춘 것이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란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스트레스 DSR이란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낮추는 제도인데요. 과도한 가계대출 확대를 막고 가계부채 질적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도입됐죠. 9월부터는 스트레스 금리 적용 비율이 25%에서 50%로 상향됐고, 은행권 신용대출과 2 금융권 주담대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2) 대출 조이는 5대 은행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유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은행을 압박하자, 주담대뿐 아니라 전세대출, 대환대출, 심지어 신용대출에도 제한이 걸렸는데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는 연말까지 비대면 대출을 아예 닫기도 했습니다.
3) 금리 불확실성 증가
금리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미국의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졌고 자연스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들었는데요. 이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줄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는 더 위축했습니다.
3. 경매 건수·전월세 수요도 늘어
1) 쏟아지는 아파트 경매
대출 축소로 아파트 경매도 급증합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집을 처분하기 어려워지면서 경매로 넘어간 집이 늘어난 것인데요.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중심으로 고가 낙찰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낙찰가율이 상승하기도 했죠.
2) 전월세 가격지수 상승
매매 시장 부진은 곧 전월세 시장 호황으로 이어집니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다들 주택 구매를 미루고 전월세 매물을 찾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전세 가격지수는 0.16%, 월세 가격지수는 0.13%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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