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 (feat. 국내 주식시장 역사)

검은 월요일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 (feat. 국내 주식시장 역사)

 

지난 월요일을 기억하시나요? 국내 주가지수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와 미국 9·11 테러 때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던 날이에요. 언론에선 일제히 이날을 검은 월요일로 부르며 기사를 내보냈죠.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8%나 급락했는데, 국내 주식시장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해요.

 

다음 날부터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국내 주식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요. 불과 1~2개월 전까지 ‘인공지능(AI) 대세론’에 힘입어 상승세였던 걸 고려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거예요. 일본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 주식시장도 검은 월요일의 급락세는 면치 못했어요.

 

1. 금리 인하 신호탄의 위력

주가 급락 사태는 미국이 곧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발생했어요. 침체를 우려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고요. 이런 전망이 나온 탓에 아시아 주가가 폭락하기 전 미국 주가지수도 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어요.

 

중요한 건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정도에 대한 전망이 매우 구체화 됐고, 대세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다음 기준금리 결정 시기인 9월과 11월에 각각 0.5% 포인트씩 금리를 내릴 거라는 전망을 내놨어요. 3개월 사이에 1% 포인트나 내리는 급격한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이로써 지난 2022년 3월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과 고금리 유지 기간이 사실상 끝날 것으로 보여요. 이제 침체에 대비할 때라는 뜻이에요. 빠른 금리 인하를 준비할 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거예요.

 

2. 금리와 경기 흐름의 관계

잠시 물가와 경기 흐름의 관계를 정리해 볼게요. 연준이 지난 2022년부터 5% 포인트가 넘는 금리 인상에 나섰던 건 너무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이에요. 금리를 올리면 예금을 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대출을 받는 사람은 적어져서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들거든요. 돈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소비나 투자가 감소한다는 뜻이에요. 확실히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그만큼 커져요. 그런데도 고물가 현상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연준은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어요. 실제로 2022년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9.1%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꾸준히 낮아져 지난달(7월)엔 2.9%를 기록했어요.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2%대 물가 상승률이에요. 이제 충분히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물가 안정에 집중한 정책의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할 조짐이 보이니, 다시 금리를 내리려고 하는 타이밍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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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리가 투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앞으로 금리 인하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경제 전반에 모두 영향을 미치니까 아마 모두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겠지만,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건 투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에요.

 

기준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 즉각 ‘이자 부담’이 감소하게 돼요.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 이자가 줄어서 투자나 소비를 늘리게 되죠. 이런 이자 부담의 변화는 부동산이나 금융시장 같은 투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요. 사실 많이 어려울 것도 없어요. 투자 시장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1) 부동산 시장

빠른 기준금리 인하는 대체로 집값을 상승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부동산을 살 때 대출을 받기 때문에 금리가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져요. 빚을 내서 집을 산다 해도 감당해야 하는 이자가 훨씬 적어지니까요.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세를 예상한 사람이 많았는지, 실제로 최근 국내 아파트 가격은 서울을 중심으로 확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지난 2022년 집값 하락세를 겪은 뒤 올해 상반기까지도 주춤했던 아파트 거래도 활성화되는 모습이에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9주 연속 상승했어요. 같은 주에 수도권 아파트는 0.16% 상승하며 작년 9월 셋째 주(0.17%) 이후 45주 만에 가장 큰 가격 상승 폭을 기록했어요.

 

2) 금융 시장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내려가면, 금융 시장에선 은행에 보관돼 있던 돈이 주식 등 각종 투자 상품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일어나게 돼요. 이렇게 은행에 있던 돈이 주식시장 등으로 몰려가는 현상은 ‘머니 무브’로 불리기도 하죠. 보통은 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금리를 내리기 때문에, 다시 주가를 올리는 효과가 나타나요. 다시 말하면, 금리를 내릴 땐 대체로 주식 시장이 침체기라는 뜻이에요. 지난주에 벌어진 ‘검은 금요일’ 사태는 바로 이런 주식 시장 침체를 우려한 사람들이 빠르게 투자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던 거고요.

 

금리 인하로 무조건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린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경향성은 분명히 존재해요. 이미 국내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먼저 예·적금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어요. 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뒤 예·적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면, 머니 무브는 일어날 가능성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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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금리, 얼마나 내릴 것 같은데?

미국 연준이 지난 6월에 밝혔던 연말 기준금리 예상 수준은 5.1%였어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가자들이 예상한 수치의 중간값을 의미해요.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5.5%이고 금리는 보통 0.25% 포인트씩 조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올해 연말까지 0.25% 포인트씩 1~2회 인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어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더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기 시작했어요. JP모건과 씨티그룹 등 유명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9월과 11월에 금리를 0.5% 포인트씩 내려서 총 1% 포인트쯤 인하하고, 내년 초에도 0.25%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현재 5.5%인 미국 기준금리를 빠르게 4.25% 수준까지는 낮출 거라는 예상이에요.

 

일부 유명 전문가는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어요. 제레미 시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검은 월요일’ 현상이 벌어진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준이 (당장) 0.75% 포인트의 긴급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어요. 다음 기준금리 결정은 9월에 진행되는데, 그전에 긴급하게 내려야 할 정도로 금리 조정이 시급하다는 견해예요. 제레미 시걸 교수는 현재 적정 금리가 3.5%에서 4% 사이라고 분석했어요.

 

어느새 지난 2022년 초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흐름이 끝나고, 경제가 내리막길에 접어드는 걸 막기 위한 금리 인하가 시작될 분위기예요. 과연 다음 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금리 인하의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경제의 큰 흐름이 변화하는 이 시기, 당분간은 어느 때보다 더 금리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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