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너무 더운 날이면 에어컨을 켭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요. 부동산 열기가 뜨거우면 이걸 식힐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정부의 등판이죠. 그래서 서서히 등판할 기미가 보입니다. 그 정도로 과열 조짐이 보인다는 거죠. 언제 나오려나 했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17일 나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책'은 아니고 제7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였어요. 즉, 지금 부동산 시장이 너무 시끌시끌하니 윗분들 나와서 '워워-' 하려는 움직임이죠.
여기서 엄청난 희망적 사고가 나옵니다. 공급 충분하고, 지금 이 상황은 일시적인 거니 큰 걱정하지 마라가 요점입니다. 과연 찐 희망인지 희망고문인지 살펴볼게요.
1. 정부가 말하는 지금 부동산 시장은?
1) 공급 충분하니 돈워리
3기 신도시를 잊으면 안 됩니다. 2029년까지 23.6만 호가 분양될 예정이에요. 중요한 건, 공공택지이기 때문에 분상제가 적용돼 주변보다 싸요. 서울 인근으로 새것 아파트가 많아질 테니 너무 걱정 말라는 거예요.
3기 신도시도 멀게 느껴지면 서울에 호재가 많을 테니 돈워리! 재건축 사업에 고삐를 당길 거거든요. 이번 정부 들어 도심 주택공급이 과거 평균 대비 2배 이상 확대됐고, 제도 개선도 할 거니까 더 많은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거란 계획이에요. 지금 분담금 등으로 갈등이 많은데 이것도 중 재할 거고 부동산 PF 문제도 해결할 거라고.
2) 전세 안정될 테니 돈워리
지금 집값을 끌어올린 주범으로 전셋값 상승이 꼽혀요. 주요 지역은 거의 씨가 말랐다 할 정도로 전세난이 극심한데요. 이것도 해결할 거예요. 빌라나 연립주택 전세사기 때문에 다들 아파트로 몰리니까, '안전한 비아파트'를 많이 공급할 거예요. 정부가 주택을 매입해서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원래 12만 호보다 최소 1만 호 더 추가할 계획입니다.
3) 대출 조일테니 돈워리
서울 아파트 중심으로 몰리는 이유, '앞으로 공급 부족 해질 테니 집값은 더 오를 거야'란 예측과 함께 '대출이 잘 나온다는 인식'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대출을 앞으로 더 조일 겁니다. 바로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예정대로 9월에 진행한다는 거죠.
원래 7월 일정이었는데 이게 2달 밀렸어요. 그러자 '정부가 집 더 사라고 부추기는 거 아냐?'란 오해가 커지기도 했죠. 스트레스 DSR은 아주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대출받을 때 DSR이 적용돼요. '너 얼마 벌어, 갚을 능력 돼?'를 보고 빌려주는 거죠. 여기에 스트레스가 붙었죠? 만약 금리가 갑자기 너무 오르거나 이런저런 변수가 생길 경우 이자를 갚기 힘들어질 수가 있잖아요. 이런 걸 감안해 '원래보다 조금 덜 빌려줄 거야'라고 하는 게 스트레스 DSR입니다. 이미 1단계가 시행됐고 2,3단계 갈수록 빡빡해져요.
이걸 9월로 미루다 보니, 9월 오기 전에 빨리 대출받아야겠다는 러시가 일어났다고 하는데... 어찌 됐든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하니, 그쯤 되면 대출이 덜 나올 테니 집사겠다는 움직임이 주춤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입니다.
자, 지금까지는 정부의 '말'이었고, 시장의 실제 분위기를 담아볼게요. 입장차이가 크네요.
2. 공급이 왜 충분하지?
시장에 물건이 많으면 가격은 조정돼요. 서로 팔려고 내릴 테니까요. 근데 지금 서울 아파트 씨가 마를 거라고 해요. 재건축 시작을 많이 못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불안 심리에 서로 사려고 하니 집값이 올라간다는 논리예요.
그런데 정부는 걱정 말래요. 앞으로 공급 많이 될 거라는 수치를 내밀면서요. 그런데 그 수치의 근거가 정부-민간 차이가 커요. 정부는 '내년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을 4만 8000 가구로 내놨어요. 근데 민간이 산정한 건 2만 5067 가구예요. 엥? 거의 2배 차이 난다고요?
왜냐하면 정부는 청년안심주택 등 수요층이 제한된 주택들도 모조리 '공급' 기준에 넣어버려요. 근데 저긴 원룸이나 1.5룸 형태예요. 정말 극히 일부의 사람만 찾는 주택이죠.
민간은 이걸 다 빼버리고 ‘청약홈’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기준으로 해요. 30 가구 미만 아파트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도 모두 빼요. 찐 물량만 잡는 거죠.
부동산 시장의 중심은 서울 아파트 국평(84㎡), 혹은 그 전후예요. 이 집값이 들썩이니 사람들이 난리치고 위태로움을 느끼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 극히 일부의 영향만을 끼치는 주택까지 모두 넣어 '우리 공급 충분해, 걱정 마'라고 하니 시장에선 '뭐야'인 상황인 겁니다.
국토부 박상우 장관은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과거 어느 정부 때처럼 몇 년간 계속 오르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이걸 곱씹어보면, '아... 정부는 아직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럼 억제 정책이 나오지 않겠네?', '지금이 기회야! 새 정책 나오기 전에 빨리 대출받고 집 사야지'라고 부추길 거란 우려도 나와요.
요즘 기사 (좀 부풀려서) 반 이상이 '여기 당첨되면 로또' 이런 내용이에요. 심지어 로또 1등보다 더 높은 시세차익을 얻는 곳까지 나왔어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3. 도대체 얼마나 로또길래?
탑 오브 탑이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입니다. 7월 29일 일반분양 청약이 시작돼요. 벌써 다들 신발 신을 준비를 할 정도인데요, 이게 당첨되면 시세차익 20억이거든요.
우선 여기 평당 분양가가 6737만 원이에요. 거의 역대급이죠. 분양받으면 전용 84㎡는 21억 130만~23억 3310만 원 정도 해요.
반포 new 아파트인데 '생각보다 저렴한데?' 싶죠.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어요. 왜냐하면, 근처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가 42억 3000만 원(국평)에 팔렸거든요. 즉, 이미 집값들이 너무 오른 상태라, 주변시세대비 저렴하다->그래서 로또다 란 말이 나온 겁니다.
4. 왜 20억이나 차이 나지?
바로 분상제 때문이에요. 하도 얘기해서 귀에 닳고 닳았죠! 분양가상한제는 말 그대로 '분양가를 이 금액 이상으로 올리지 마'라고 제한을 걸어둔 거예요.
이건 특정 지역에만 거는데, 투기과열지구(현재 강남 3구+용산구) 및 공공택지 등이에요. 집값이 너무 높은 동네에 새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생각해 볼게요. 근데 분양가 제한이 없다면 인근 시세만큼 비싸겠죠? 그럼 주변 집들도 새 아파트 따라 가격이 올라가겠죠? 원래도 비싼 동네가 더 비싼 동네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투기과열지구 등에 분상제를 걸어둔 건데 이게 되려 '로또'를 만들어 낸 겁니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를 요리조리 살펴볼게요.
이 아파트는 후분양으로 나왔어요. 즉 완공하고 분양하는 건데요, 그래서 계약금 치르고 곧바로 잔금도 내야 해요. 수억 원에 달하는 돈을 현금으로 내야 해요. 그렇다는 건 어돈사(어차피 돈 있는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는 거죠.
아! 물론 숨구멍은 있네요. 원래 분상제 걸린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가 있거든요? 즉, 싸게 분양받은 거니 갭투자 이런 거 하지 말고 바로 들어가서 실거주해라,라는 차원이에요. 그런데 이걸 윤 정부가 없애자! 했는데 야당 반대에 막혀 3년 유예로 바뀌었어요.
즉, 래미안 원펜타스는 입주 시 바로 실거주 안 하고 3년 정도 전세를 둘 수 있어요. 그렇지만 3년 지나면 무조건 실거주해야 해요. 실거주 3년을 채우지 않으면 집을 팔지도 못해요. 어찌 됐든 바로 전세를 놔도 3년 뒤엔 전세금만큼의 돈이 필요할 테니, 어돈사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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