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MBK)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로, 그 규모가 세계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2017년에는 세계 300대 사모펀드 중 26위를 기록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롯데카드, 홈플러스, BHC 등을 포함한 약 30개의 회사가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합니다. 최근 MBK가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추진하며 화제가 됐는데요. 목표치만큼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오늘은 MBK가 어떤 회사인지, MBK 투자 성공과 실패 사례는 무엇인지, 최근 조명받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자세히 담아봤습니다.
1. MBK파트너스, 어떤 회사일까
MBK파트너스는 기업을 사서 가치를 불린 후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 회사입니다. 국내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기업만 30여 개에 달합니다.
1) 국내 최대 사모펀드
2005년 설립한 MBK파트너스(MBK)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입니다. 국내 기업 외에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활발히 투자를 진행하는데요. 설립 첫 해 11억 달러에 그쳤던 MBK의 펀드 운용 규모는 매년 29%씩 증가해 2021년에는 256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작년에는 국내 사모펀드 최초로 몸값 10조 원을 뛰어넘으며 세계 5대 사모펀드에 들었습니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란 49인 이하의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모아 기업,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보는 펀드
2) 2021년 선방한 MBK
2021년 MBK의 투자실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1년 동안 53억 달러(약 6.1조 원)의 투자금을 회수했죠. 특히, 11월 매각한 아코디아넥스트골프의 매각대금은 무려 4조 6,000억 원대를 기록했는데요. 새로 투자한 금액도 40억 달러(약 4.9조 원)에 달했습니다. MBK3호를 포함한 다수의 펀드가 수천억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고, 손실을 낸 펀드는 단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MBK가 관리하는 사모펀드 중 두 곳은 자산이 조 단위를 넘어섰습니다.
3)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
2023년 기준 MBK파트너스는 약 30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했습니다. 올해에만 메디트, 오스템임플란트, 넥스플렉스 등에 약 6조 원을 투자했는데요. 지난 4월에는 초콜릿계의 에르메스 ‘피에르 마르콜리니’ 지분 47%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 MBK가 키워낸 기업들
1) MBK의 투자 성공 실적
MBK는 작년까지 총 31곳에 투자해 24조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특히 MBK 2~5호의 연평균 수익률은 14.5%~28.7%로 기준수익률인 8%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2) 신한라이프(구 ING생명)
MBK는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한 후 5년 만에 2조 원이 넘는 수익을 냈습니다. ING그룹이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재무 위기를 극복하고자 ING생명을 MBK에 팔았는데요. 배당금과 기업공개에 따른 지분 매각으로 벌어들인 금액만 1조 7,139억 원에, 신한금융에 되팔며 받은 2조 2,900억 원까지 합하면 무려 4조 39억 원을 회수한 셈입니다. 인수 금액이었던 1조 8,4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죠. 덕분에 MBK의 주요 경영진도 541억 원의 차익을 챙겼습니다.
3) 코웨이
2019년에는 코웨이를 매각해 약 1조 원을 벌었습니다. MBK는 2013년 웅진그룹에 1조 1,915억 원을 주고 코웨이 지분 30.9%를 인수했는데요. 6년 만에 지분 22.17%를 웅진-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되팔았습니다. 사실 2015년에도 코웨이 공개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는데요. 매각 규모가 큰 데 반해 이를 지불할 수 있는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에 MBK는 두 차례의 블록딜을 통해 코웨이 지분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웅진 그룹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도 매각 성공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웅진 그룹의 부족한 자금조달능력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보완한 것이죠. 2019년 코웨이 매각 대금은 1조 6,849억 원으로 배당금, 블록딜, 인수금융자본재구성 등을 모두 다 따졌을 때 순수익은 1조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블록딜(Block Deal)이란 지분을 대량 매도할 때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전에 시간과 가격을 정한 후 장외 시간에 거래하는 행위
인수금융자본재구성이란 인수에 따른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자 기업의 주식, 채권 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인수구조를 변경하는 행위
4) 두산공작기계
2021년에는 2016년 인수했던 두산공작기계를 인수 금액의 두 배에 되팔았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1조 1,300억 원에 사서 디티알오토모티브에 2조 4,000억 원에 매각했죠. 단기간에 두산공작기계의 몸값이 두 배로 불어난 데는 MBK의 공이 컸습니다. 인수 직후 MBK는 북미 지역 딜러를 교체하는 등 해외 판매 채널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연구개발, 생산설비, 신제품 개발 등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는데요. 자동차 산업 성장까지 더해진 덕분에 두산공작기계는 단숨에 글로벌 랭킹 6위에서 3위까지 올랐습니다.
3. MBK에도 흑역사는 있었다
1) 홈플러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8년이 지났지만 매각 관련 소식은 아직입니다. 홈플러스의 실적은 MBK의 인수 후 하락세를 걸었습니다. 2018년 영업이익은 1,510억 원이었지만 작년에는 2,60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신용평가 등급도 인수 당시와 비교했을 때 5단계나 낮아졌습니다. 현재 홈플러스의 보증사채 신용등급은 ‘BBB’로 정크 본드 수준까지 떨어졌죠. 최근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진출이 주목받으면서 쿠팡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크 본드(Junk Bond)란 신용등급이 낮은 고위험, 고수익 채권
2)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
국내 주요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도 7년째 매각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딜라이브의 지분 94.87%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오퍼튜니티펀드가 함께 세운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보유하고 있는데요. 2015년부터 꾸준히 매각을 시도해 왔지만, 1조 원이 넘는 높은 몸값이 걸림돌입니다. 작년에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KT도 결국 막대한 자금에 부담을 느끼고 포기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딜라이브와 실적과 가입자 수도 하락세를 걷습니다. 작년 딜라이브의 매출은 4,075억 원으로 2015년 대비 2,000억 원가량 줄었는데요. 가입자 수도 계속해서 감소합니다.
3) 아웃도어 업체 네파
아웃도어 업체 네파에 대한 엑시트도 10년째 감감무소식입니다. MBK는 지난 2013년 9,970억 원에 네파 지분의 94.2%를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아웃도어 수요가 감소하면서 네파도 실적 하락세를 걸었는데요. 인수 6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0.7%, 92.8% 줄었죠. 다행히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아웃도어 수요 둔화도 완화되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각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4. 한국앤컴퍼니 인수 노린다고
최근 MBK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시작해 화제입니다.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재점화된 경영권 다툼에 참여한 건데요. MBK가 내건 공개매수 가격이 주가보다 낮아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이야기가 많습니다.
1) 한국앤컴퍼니, 어떤 회사길래
한국앤컴퍼니(구 한국타이어그룹)는 자동차 부품 및 배터리 생산업체입니다. 지난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조씨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있었는데요. 2021년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며 경영권을 상실해 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조현범 회장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는데요. 한국앤컴퍼니의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또 다른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제품을 고가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법인카드를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해 배임, 횡령 등의 혐의까지 받고 있죠. 이 때문에 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2) MBK의 공개매수 시작
조씨 형제의 2차전에는 MBK도 참여합니다. 지난 12월 5일부터 MBK는 조현식 고문과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4일까지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죠. 공개매수 가격은 2만 원으로 지분을 최대로 사들인다면 MBK가 투자하는 금액은 5,200억 원에 달합니다.
3) 공개매수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목표치만큼의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가 대비 공개매수가가 훨씬 낮기 때문인데요. 공개매수 첫날부터 주가는 전일 대비 29.9%나 오른 21,850원을 기록했죠.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건데요. 이를 우려한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22,550원까지 올랐습니다. 이에 MBK는 20.8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없을 경우 매입을 포기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MBK의 여러 투자 사례와 실적, 한국앤타이어 공개매수 소식까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계속해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고 한국앤타이어 지분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홈플러스, 딜라이브, 네파 등의 포트폴리오 기업에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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