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25년에 적용될 국내 최저임금이 1만 30원으로 결정됐어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만 원을 넘긴 건,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지 37년 만에 처음이에요.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금액이 주는 상징성이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문턱을 넘은 거예요.
1. 최저임금, 누가 결정하는 거야?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근로자와 경영자, 공공 부문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하도록 법으로 정해뒀어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는 취지예요. 고용노동부 산하에 만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요.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근로자 위원, 사용자 위원(경영계·소상공인 등 고용주 측), 공익 위원 9명씩 총 27명이 모여 이듬해 최저 임금을 놓고 토론을 벌여요. 끝끝내 의견이 모이지 않을 땐 투표로 결정하고요. 최저임금을 심의할 기한도 법으로 정했어요. 고용노동부 장관이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후 90일 내로 끝내도록 했어요.
2. 이번에도 정말 어려웠던 최저임금 협상
위원회에서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근로자와 사용자 간 입장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어요. 2012년부터 올해까지 13번 연속으로 최저임금은 협상이 아닌 표결을 통해 결정됐어요.
표결까지 가는 과정도 험난해요. 법정 심의 기한(90일)을 넘길 때까지 논쟁을 지속하다가 끝까지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표결에 부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올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올해 법정 시한은 지난달 27일이었는데, 2주를 훌쩍 넘겨서야 결론이 나왔죠.
하지만 정작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길게 진행되지 않았어요. 근로자와 사용자 측에서 각각 최초 안을 제시한 지 단 4일 만에 금액이 결정됐거든요. 올해는 최저임금 위원들이 대거 새로 임명된 데다,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 등이 화두에 오르면서 임금 수준에 관한 토론은 비교적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여요.
3. 그런데... 만족하는 사람이 없다?
1) 근로자: 사실상 임금 삭감이야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구호로 삼은 건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정치권에서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7년 무렵이고요. 당시 주요 후보들은 모두 임기 안에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에 담았어요.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죠.
노동계 입장에선 오랜 염원을 달성한 셈이지만, 어쩐지 반응이 좋지 않아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오거든요. 냉면 한 그릇에 1만 2000원인 시대인데, 최저임금 1만 원이 최초라느니 역사적이라느니 그렇게 호들갑을 떨 만한 성과가 아니라는 반응이죠. 실제로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1.7%로, 지난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아요.
2) 사용자: 일자리 줄어들 거야
사용자 측은 경기 악화로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어요. 내수 부족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은 늘어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높아진다면, 궁지에 몰리는 소상공인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죠.
고용주의 상황이 나빠지는 만큼 고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나와요.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제 소상공인은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고 강도 높게 비판했어요.
4. '을 대 을'의 싸움?
그렇게 치열하게 다퉜으면서, 왜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걸까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 자체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요.
최저임금위원회가 도입된 건, 사용자와 근로자 간 논의를 통해 임금을 협상하자는 취지에서예요. 최저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인 만큼, 노사가 직접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노사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끝까지 힘겨루기를 하다가 합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죠. 몇 차례 수정안이 오고 가긴 하지만, 결국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권고안이나 ‘심의촉진구간’ 안에서 최종 임금이 결정되곤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갈등만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어요. 어차피 ‘을 대 을의 싸움’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이어가야 하냐는 이야기예요.
5. "최저임금 제도 대수술"
결국 ‘심의촉진구간’이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매우 중요해요. 문제는 심의촉진구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이 구간은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의 근거를 조합해서 설정하는데, 매년 사용하는 근거가 달라지거든요.
올해의 경우 심의촉진구간 하한선은 1만 원, 상한선은 1만 290원으로 결정됐어요. 이 기준을 정한 근거는 다양한데, 지난해와 올해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두고 비판이 나왔어요. 예컨대 하한선을 정할 때 올해는 중위임금 등이 고려 사항에 포함됐는데, 지난해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임금총액 상승률이 고려됐죠. 공익위원은 “가급적 노사 양측 논리를 존중해 구간을 정하려고 애를 쓴다”라고 반박했지만, 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실이에요.
이런 이유에서 심의촉진구간을 계산하는 산식을 공식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와요. 매년 다른 산식을 적용하지 않고, 공식을 제도화하면 구간 예측이 가능해지니까요. 또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자의 입장을 고집하는 구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전문가들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어요.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고용노동부 장관도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어요. 지난 15일 “본격적인 제도와 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거예요. 매년 정말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대국민 임금협상. 이제는 좀 수월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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