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9년 7월 20일. 인류 역사에 획을 그을 일이 일어납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입니다. 달에 깃발을 꽂겠다는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인류는 NASA의 ‘아르테미스 플랜’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달과 1촌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달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남긴 지 55년이 된 해를 기념하는 행사 소식을 듣다 문득 '우주여행'이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 블루오리진의 ‘우주 여행객을 모집합니다’라는 공고를 보고 신청서를 제출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가끔 ‘ㅇㅇ기업이 우주여행에 성공했다’와 같은 기사를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달을 보고, 무중력 상태도 경험하는 우주여행이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1. 우주의 경계
먼저 우주와 관련된 얕은 지식부터 한 꼭지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과연 상공 몇 km부터를 우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상하셨겠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아이언맨 슈트를 구해 하늘 높이 날아간다고 생각해 볼게요. 공기는 희박해지고, 지면에서 반사되는 태양 에너지가 줄면서 기온은 내려갑니다. 구름이 가득한 곳을 지나면 지구가 동그랗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한참을 올라가면 주변이 껌껌해지면서 동그란 지구의 모습이 보일 거예요.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폰 카르만은 1950년대 대기가 희박해서 더 이상 비행기가 ‘양력’을 이용해 날 수 없는 경계를 상공 100km로 제시합니다. 그때부터 이를 ‘카르마 라인’이라고 불렀는데요. 국제항공연맹(FAI)은 이를 기반으로 100km를 넘어야 ‘우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NASA와 미군은 80km 이상을 우주로 봅니다. 이 고도 위를 다녀온 사람에게 ‘우주인’이 됐음을 인증하는 배지를 주거든요.
대기의 유무로 우주 경계를 찾는다면 무려 1000km 상공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교과서에서 하늘을 대기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나눴던 것 기억하시죠? 약 상공 1000km까지를 열 권이라고 부르는데 희박하지만 대기가 존재합니다.
인공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모두 이 1000km 이내에서 지구를 공전하고 있어요. 대기 유무의 기준으로 보면 위성과 ISS 모두 우주에 있는 것이 아닌 셈이 됩니다. 이처럼 우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대략 80km 이상은 올라가야 "우주 한 번 맛보고 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주여행을 하면 건강에 문제는 없을까요. 우주에 가까워지면 이곳저곳에서 날아오는 방사성 입자에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ISS에 다녀온 우주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보면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여요. 1960~2018년 우주에 다녀온 우주인의 건강을 조사했더니 사망률이나 암 발생률은 운동선수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운동선수와 비교한 이유는 우주인이 혹독한 훈련을 받기 때문입니다).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기가 온다면 단기간 방사성 입자에 노출이 될 텐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걱정 없이 우주여행을 하면 됩니다. 블루오리진에 우주여행 신청 글을 다시 남겨봤습니다. 제게 과연 연락이 올까요. 연락이 온다고 해도, 전 이를 위한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2. 현실이 된 우주여행
제가 2019년도에 블루오리진을 통해 신청했던 우주여행. 블루오리진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 봤습니다. 우주여행 신청 페이지도 여전히 존재했고, 무엇보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2년간 중단됐던 우주여행을 올해 5월 재개했습니다.
지난 5월 19일, 블루오리진은 자사가 개발한 재사용 로켓에 ‘뉴 셰퍼드’의 끝에 캡슐형 우주선을 올려놓고 발사합니다. 여기에는 6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어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뉴 셰퍼드는 100km 부근에서 우주선을 내려놓습니다. 이 우주선은 106km 상공까지 올랐다가 땅으로 내려오는데, 대기권에 들어선 뒤에 낙하산을 펼쳐 착륙합니다.
6명의 우주인 중에는 1961년,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우주인 훈련을 위해 선발한 최초의 흑인 우주인 후보, 에드 드와이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분의 나이는 무려 90세였다고 해요. 지금까지 37명의 일반인이 블루오리진과 함께 우주여행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유료 고객’인데요, 블루오리진이 얼마를 청구하는지 공개하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일부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0달러(기부)에서 최대 3000만 달려(약 414억원)까지 가격은 다양하다고 합니다. 잘하면 0달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에드 드와이트는 비영리단체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우주여행을 즐겼다고 합니다.
지금은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버진 갤럭틱도 여전히 홈페이지를 통해 우주 여행객을 모집하고 있어요. 가격은 1인당 60만 달러(8억 2,800만 원). 버진 갤럭틱의 비행 방식은 블루오리진과는 다릅니다. 비행기 아랫사람이 탄 우주선이 탑재되어 있고, 마치 미사일을 쏘듯, 공중에서 이 우주선이 발사되어 고도 88km까지 올라갔다 내려옵니다.
버진 갤럭틱도 우주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여행은 지난달 8일에 있었네요. 이번이 유료 고객을 태우고 진행한 7번째 우주여행이라고 합니다.
3. 떠오르는 대안, 낮아지는 가격
앞서 설명해 드린 우주여행은 모두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커다란 지구가 있고, 이를 보면서 무중력을 체험하는 만큼 ‘다이내믹’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스타트업은 무중력 체험을 포기하는 대신 가격을 크게 낮춘 방식으로 우주에 접근하고 있어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제팔토(Zephalto),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 애리조나에 있는 월드 뷰(World View)가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커다란 기구를 이용해 관광객들을 ‘성층권’까지 안내합니다. 성층권은 상공 10~50km로 엄밀히 말하면 우주라고 보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CEO인 제인 포인터의 답은 명쾌합니다. “우주에는 경계가 없어요. 성층권만 올라가도 대기의 99% 위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위를 바라보면 하늘이 검은색입니다. 캡슐 밖은 사실상 진공이에요.”
월드 뷰는 지금까지 1250장의 티켓을 팔았고,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1800장, 제말토는 판매 물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초기 항공편 예약은 끝났다고 하네요. 월드뷰의 가격은 1인당 5만 달러(6,900만 원), 제말토는 1인당 18만 4000달러(2억 5,000만 원)입니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1인당 12만 5000달러(1억 7,000만 원). 그래도 블루오리진과 같은 기업의 가격과 비교하면 확실히 싼 느낌입니다. 세 기업 모두 아직 실제 비행을 하진 않았습니다.
4. 276억, 8억, 1억...
NASA나 러시아의 우주인으로 선발되지 않았음에도 우주여행을 한 첫 사례는 1984년 미국인 찰스 워커였다고 해요. 항공우주 회사인 맥도넬더글라스가 우주왕복선에 탈 수 있도록 비용을 댔다고 하는데요, 당시 NASA는 4만 달러를 청구했는데 회사가 그를 훈련하는 데 사용한 비용은 2000만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2001년에는 미국의 부호인 데니스 티토도 우주인의 반열에 오릅니다. 캘리포니아의 부호로 알려진 그는 약 2000만 달러를 내 러시아 발사체 소유즈를 타고 ISS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우주여행을 합니다. 총 7일간 우주에 머물렀는데요, 이후 많은 부호가 20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내고 소유즈와 함께 ISS를 경험합니다.
당시 러시아는 재정문제로 우주개발 기관의 자금이 부족해지자 유료 고객을 통해서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고 해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당히 가격이 저렴해진 것이었네요.
우주여행이 너무 비싸다고 느낀다면 1인당 1만 달러 정도의 저렴한 코스도 있습니다. 바로 ‘무중력 체험’인데요.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간 뒤 자유 낙하를 하면서 수십 초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거예요.
‘제로 그래비티’라는 기업이 대표적인데요, 이 기업은 26명의 손님과 신랑 신부가 함께 탈 수 있는 ‘웨딩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27만 달러. 홈페이지상에는 7월에 두 차례의 비행이 있는데 28명의 탑승 예약이 모두 끝났네요. 가격은 29만 달러. 약 4억 원이니 1인당 1500만 원씩 내면 되겠네요. 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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