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동네로 찾아온 아트페어
롯데마트 송파점에서 '올아트페어'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형마트에서 열린 행사 중 최대 규모로, 100명의 미술 작가가 참여해 1,000여 점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행사는 11월 1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는 1부와, 12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지는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사실 롯데마트가 차별화를 위해 송파점에 미술 콘텐츠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지난 8월이었습니다. 약 700평에 달하는 송파점 2층 공간을 'm아트센터'로 재단장하고, 상설 미술품 판매점과 다양한 체험 공간까지 마련한 건데요. 이번 대규모 아트페어 역시 같은 공간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미술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미술로'가 주도했습니다. '미술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와의 협업을 추진했다고 하는데요.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방문객 수를 늘리고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공간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롯데마트 측은 이번 아트페어를 통해서도 일평균 방문객 수가 기존보다 300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고요.
2. 친근해진 미술시장, 아쉬웠던 디테일
대형마트에서 아트페어가 열리다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지난 주말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것을 쉽게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이 돋보였는데요.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작품은 30만 원대 정도였고, 대부분의 작품이 100~300만 원 사이였습니다. 봤던 작품 중 가장 비싼 것도 700만 원 정도에 불과했죠. 얼마 전 방문했었던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에서 볼 수 있는 가격대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이번 행사를 준비할 때부터 고려된 요소였습니다. 애초에 50만 원, 100만 원, 150만 원대 별로 최소 1점 이상 출품하도록 기준을 세웠고, 가능하면 500만 원 이하의 작품만 출품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안내해 주던 도슨트에 따르면, 행사 취지를 설명하여 가격을 더 낮추도록 설득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또한 가격 책정뿐 아니라 현장 운영에서도 미술 초심자들을 배려한 점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도슨트 네 분이 상주하며 적극적으로 작품 해설을 제공하였고요.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에 드는 작품에 투표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방문한 날 운 좋게도 행사에 참여한 작가 중 한 분을 만나 직접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런 경험을 집 근처 동네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존 대형마트 2층 공간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전시 공간으로는 확실히 부적합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수막 등으로 급하게 구획을 나눈 듯한 구조물들은 전시의 몰입도를 떨어뜨렸고, 관람 중간중간 들려오던 '양념 LA갈비 할인 소식' 같은 대형마트 광고는 상당히 이질적이었습니다. 대형마트 푸드코트 옆에 바로 미술 전시장이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웠지만요. 판매를 염두에 둔 아트페어였던 만큼 작품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디테일한 요소들을 조금 더 신경 썼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3. 홍보만 된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이렇듯 일부 요소들이 관람을 방해하긴 했지만, 솔직히 전반적인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슬리퍼 신고 편하게 아트페어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점, 비싼 입장료 없이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부담 없이 구매까지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참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런데 롯데마트 측에서 매일 300명의 추가 방문객을 기대했던 것을 무색하게, 행사장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산했습니다.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같은 층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들도 괜찮아 보였지만, 준비된 시설에 비해 참여자 수가 적었고요. 전반적으로 홍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는 개별 점포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홍보 채널이나 수단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 이긴 합니다. 더욱이 대형마트 외벽 현수막이나 전단지 같은 주요 홍보 수단에서는 할인 행사 소식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트페어와 같은 행사가 충분히 알려지기 어려웠던 것도 이해가 가고요.
이처럼 현재는 크게 무언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긴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앞으로 입소문이 나고 자리만 잡게 된다면 상당히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유통점 입장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던 공간을 내어주면서 고객의 추가 방문을 유도할 수 있고, '미술로' 같은 기업은 접근성이 좋은 장소에 체험 공간을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앞으로 디테일한 부분들을 조금씩 보완해 나간다면, 결국 좋은 콘텐츠는 널리 알려지기 마련이기에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당장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런 새로운 시도가 점점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개별 유통 매장의 실적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도 함께 증진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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