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자동차 1등 기업은 어디일까요? 바로 테슬라를 떠올리시는 분이 꽤 계시겠지만, 사실 절반의 정답이라고 할 수 있어요. 테슬라와 1등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기업이 있거든요. 바로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예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한 비야디는 이제 세계 최고 전기차 기업으로 오래 인정받아 온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어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중국 기업의 무서운 성장세를 각종 규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어요.
1. 비야디가 1등이라고?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는 판매량이나 매출 규모 면에서 대체로 테슬라에 이은 2위로 평가받아 왔어요. 전기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따지면 가끔 비야디가 테슬라보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테슬라에 비해 대체로 저렴한 차량을 판매하는지라 매출 면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죠.
그런데 올해 3분기에 비야디의 매출이 테슬라를 넘어섰어요. 분기 기준으로 비야디가 테슬라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지난 30일(중국 현지시간)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비야디의 3분기 매출액은 2011억 위안(약 38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늘어났어요. 매출 252억 달러(약 35조 원)를 기록한 테슬라를 제친 거예요.
물론 순이익은 테슬라 22억 달러(약 3조 원)가 비야디(약 2조 2,400억 원) 보다 더 많았지만, 매출 규모가 역전된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은 놀라워했어요. 중국 전기차 기업의 성장세가 정말 무섭다는 걸 숫자로 확인했기 때문이죠.
2. 중국 전기차, 왜 이리 잘나가?
아시다시피 전기차 시대 이전에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별로 존재감이 없었어요. 그러다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이 이뤄지면서, 중국이 역전 기회를 잡았어요. 오랜 시간 축적된 엔진 기술이 필요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하자, BYD와 CATL 등 세계적 배터리 회사들을 보유한 중국이 급격히 떠오른 거예요. 배터리 회사인 BYD는 직접 전기차까지 만들며 세계적 회사로 성장했고요.
중국 시장이 워낙 커서 BYD, 지리자동차, 니오, 샤오펑, 상하이자동차 등 여러 기업이 동시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인 데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이었죠. 중국 내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보급률은 이미 50%를 넘어섰다고 해요.
중국 전기차를 키운 결정적 요인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이었어요. 중국은 전기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부었어요. 한국처럼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 기업들에 보조금을 직접 줘서 기본 가격을 낮추게 했죠. 그래서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내수용은 물론 수출용 전기차도 더 저렴하게 팔 수 있었어요. 2022년까지 중국이 전기차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만 1600억 위안(약 30조 원)에 달한다고 해요.
3. 보조금 견제하는 미국‧유럽
전통적으로 자동차 강국이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렇게 정부가 주는 보조금의 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기업을 못마땅하게 여겨왔어요.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거죠.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카드를 꺼내 들고 있어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미국 내 생산 차량을 우대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에요.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9월 말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에 달하는 관세를 물리기로 했어요. 2,000만 원짜리 차를 수출하려면 2,000만 원을 내고 들여오라는 엄청난 규제를 만든 거죠. 캐나다도 바로 뒤 이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적용했어요.
지난해부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조사한 유럽연합(EU) 또한 중국 정부가 경쟁을 불공정하게 만드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단했고, 지난달 말부터 중국 전기차를 대상으로 향후 5년간 최고 45.3%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어요.
EU 등이 보조금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후, 중국 정부는 전기차 회사 대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중국 내 소비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이미 때는 늦었어요. EU의 경우 기존 일반 관세율은 10%였는데, 중국산 전기차에는 지난달 30일부터 업체별로 7.8%~35.3% 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요. 관세율이 17.8~45.3%가 된 거예요. EU의 조사에 협조하는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관세를 적용할 거래요.
물론 중국 측은 오히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EU의 일방적 조치가 불공정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EU를 제소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요.
4. 이제 중국 기업들은 어떡해?
중국의 큰 내수 시장과 정부 보조금 덕에 폭풍 성장하던 중국 업체들은 이런 전략의 한계를 알고 있었어요. 중국에선 이미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이 꽤 많아졌고, 다음으로 큰 시장인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견제가 시작됐으니까요.
그래서 중국 업체들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도 점점 늘리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전기차를 158만 대나 수출한 압도적인 1위 수출국이 됐어요. 작년 자동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동남아 3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을 모두 공략하고 있죠. 특히 태국에선 작년 기준 태국의 신규 등록 전기차(7만 6366대) 중 비야디(30%)·네타(20%)·MG(17%)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80%에 달했다고 해요.
견제가 심한 미국과 유럽 시장을 피해 중국 기업들이 공략 중인 또 다른 지역은 중남미예요.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대체로 미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던 중남미 시장에는 최근 들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밀려들고 있어요. 100년 넘게 브라질 카마사리 지역에서 운영되다가 2021년에 문을 닫은 미국 포드자동차 공장을 비야디가 사들인 게 대표적인 사례예요. 비야디는 이 공장을 다음 달부터 가동해 연간 15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에요. 2028년엔 30만대로 생산량을 늘릴 거래요.
브라질은 비야디의 중남미 진출 발판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비야디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브라질에서 약 5만 1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8배 이상 늘어난 수치예요. 비야디는 멕시코에도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비야디 외에도 중국 창청자동차가 브라질에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인수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산 자동차는 못 믿는다’는 생각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세계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한 중국 기업들. 이런 성장세를 막고 자국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는 강대국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데요, 과연 전기차 시장의 패권은 누가 쥐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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