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주라고 하는 한 게임 전문 분석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 PC게임의 상위권에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가 올라있어요. 포트나이트는 게임기(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에서도 1위를 차지.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도 게임기에서 상위권에 포진해 있죠.
사실 2021년 메타버스의 유행이 불었던 것도 포트나이트의 폭발적인 성공과 로블록스의 상장에 따른 영향이 컸어요. 당시 코비드 19로 인해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면서 게임 속에서 만나는 일이 늘어났고 두 게임은 큰 수혜를 봤습니다. 다른 게임사들도 두 게임의 큰 성장에 긴장을 했는데요. 게이머들을 이 게임들에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이죠.
여기에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에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붙었어요. 메타버스란 '가상의 3D 세계에 여러 명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것(대체로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메타버스는 마치 미래의 인터넷인 것처럼 사람들의 기대감을 키웠어요.
그리고 2021년 메타버스보다 더 유행했던 블록체인 기술(크립토)이 메타버스를 비롯한 게임 전반을 혁신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게임회사의 탐욕을 억제하고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권력을 나눠줄 수 있는 기술적인 대안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게임 없이 '메타버스'를 내세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많았습니다. 게임 속 가상세계의 부동산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팔리면서 '메타버스'는 가장 인기 있는 코인의 한 종류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침체를 거쳤던 XR(확장현실) 업계도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는데요. 페이스북은 이름을 '메타'로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메타의 소셜게임인 메타호라이즌이나 VR을 착용하고 즐기는 게임인 VR챗은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처럼 가상세계에서의 단체 활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도 했죠.
1. 왜 메타버스 게임만 잘 될까?
하지만 거품이 꺼지고 나니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라고 하는 메타버스 3 대장 게임만큼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여전히 블록체인 게임과 블록체인 메타버스를 만드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3대 게임만큼 많은 사용자를 모으지 못했어요. 관련된 코인의 가격은 2021년 정점에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죠.
메타버스 붐이 애플의 비전 프로 등장으로 XR의 부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작년에 나온 메타 퀘스트 3과 올해 나온 애플 비전 프로도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안면에 착용하는 '폼팩터'가 아직도 일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구나라는 현실만 자각하게 해 줬습니다.
물론 메타버스 3 대장만큼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하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있습니다. 네이버의 제페토나, VR챗 같은 것이 있어요. 왜 메타버스 3 대장은 계속 잘되는 걸까요? 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2. 미국에서 대세인 포트나이트
게임엔진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요즘은 게임을 만들 때 게임제작사가 게임 속 세상을 하나하나 만들기보다는 미리 만들어져 있는 툴을 가져와서 쓰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언리얼엔진과 유니티 엔진. 이 엔진은 워낙 발전해서 이제는 영화를 만들거나, 디지털 휴먼을 만들거나, 아니면 웹툰 스타일의 버추얼유튜버를 만드는 데까지 사용됩니다.
언리얼엔진을 만드는 회사 ‘언리얼게임즈’는 2017년 자신들의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을 내놓게 되는데요. 이것이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는 그전에 등장한 우리나라 크래프톤의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PUBG 혹은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한 1인칭 시점의 배틀로열 장르 게임으로 성공을 거두지만, 이후 변신을 거듭해서 지금은 포트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제공해요. 마인크래프트 같은 스타일의 레고 포트나이트, 레이싱 게임인 로켓 레이싱, 음악게임인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이 대표적.
포트나이트는 한국에서는 사용자가 많지만 여기 북미에서는 어마어마한 사용자를 가지고 있어요. 월 사용자가 2억 명에 달하기 때문에 포트나이트를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쓰려는 기업들이 많아요. 디즈니, 소니, 레고 같은 큰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언리얼게임즈에 투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와 달리 현실 인간과 비슷한 비율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다양한 현실의 유명 아티스트(예를 들자면 메탈리카)와 협업하기 때문에 10대 중후반부터 20대까지가 주 사용자.
3. 초등학생게임으로 유명한 로블록스
로블록스는 포트나이트와 달리 한국에서도 사용자가 많은 게임인데요. 레고 미니피겨 같은 간단한 그래픽 때문에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린 유저들이 많이 사용하는 ‘초등학생’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포트나이트와 달리 회사에서 만든 게임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게임이 유저들이 만든 게임이라는 것이 특징. 로블록스는 전 세계에서 일간 사용자(DAU)가 77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요즘은 아예 로블록스용 게임을 만드는 게임회사가 등장하기도 했어요.
포트나이트-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 모두 유저가 게임 속 콘텐츠(게임, 맵, 아이템,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판매한 것으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데요. 로블록스의 경우 지난해 전체 크리에이터들이 거둔 수익만 해도 7억 4100만 달러. 로블록스는 이런 게임 속 경제가 가장 활발한 편이에요. 로블록스는 또한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크리에이터들이 더 쉽게 게임(로블록스에서는 체험이라고 불러요)을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로블록스도 포트나이트처럼 현실 브랜드와 협업이 많은데요. 올해에는 게임 속 광고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게임 속 광고판에 브랜드의 광고가 뜨는 건데요. 월마트와 워너브라더스가 시범적으로 광고를 시작했고, 향후 타깃광고까지 도입이 된다고 해요. 마인크래프트는 15주년을 맞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집니다.
4. 누적판매 3억 넘은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는 2009년 스웨덴 모장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만들어졌고, 게임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본 마이크로소프트에 2014년 25억 달러에 인수됐죠. 올해가 출시 15주년인데 누적 판매량이 이미 3억 장이 넘었어요.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가 게임은 무료로 할 수 있지만 게임 속 거래를 위해서 현실의 돈을 써야 하는 것과 달리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을 한번 사면 평생 즐길 수 있죠.
마인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유저 혼자 혹은 여러 명이 야생의 세계에서 광물을 캐거나, 농사를 짓는 등 자원을 모아 건물을 짓거나 탐험을 하는 등 기본적으로 끝이 없는 게임인데요(이런 걸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한다고). 지금은 ‘모드(mod)’라고 해서 사용자들이 기본 게임에 다양한 변화를 준 게임들도 인기가 많아요. 또, 사용자들이 자체적인 서버를 만들어서 많게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게임에 참여하는 ‘프라이빗 서버’도 유행하고 있어요.
이런 프라이빗 서버는 게임 1인 방송 스트리머들의 콘텐츠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미국에서는 드림 SMP, QSMP 같이 유명 스트리머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서버가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했어요. 한국에서는 ‘악어’라는 스트리머의 ‘악어의 놀이터’라는 서버가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초청해 서버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 서버에서 열린 온라인 콘서트는 40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5. 3대 메타버스 게임의 공통점
이런 메타버스 게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게임이 바로 소셜미디어라는 것
이 3개 게임은 일종의 사회적 활동의 공간이 되고 있어요. 학교 친구들과 게임 속에서 만나고, 게임 속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게암 속 아바타의 모습이 중요하죠. 친구들이 볼 테니까요. 아바타를 멋지게 꾸미기 위해 쉽게 돈을 쓰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유저가 콘텐츠 창작의 중심에 있다는 것
로블록스가 가장 이 분야에 앞서있고, 지난해에는 포트나이트도 크리에이터들에게 전체 수익의 40%를 돌려주겠다고 선언하고 크리에이터 육성에 집중하고 있어요. 유튜브처럼 유저가 만든 콘텐츠(UGC)로 돌아가는 플랫폼과 생태계가 오래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세 번째는 비디오 크리에이터와의 밀접한 관계
요즘은 게임을 하는 사람만큼이나 게임을 방송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게임과 1인방송, 유튜버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게임이 곧 사회생활인 세대에게 게임방송은 TV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과 같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유튜브 영상은 곧 넷플릭스와 같아요. 이런 영상들은 새로운 게이머를 유입시키는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이 게임들은 단순히 게임이 아니라 현실 친구들과 만나고 가상친구들을 사귀는 공간이라는 것. 또, 내가 언제든 게임 속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그걸로 돈을 벌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게임하는 것을 보고,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즐기는 것까지 가능해요. 이런 특징이 메타버스 3 대장이라는 게임들이 계속 젊은 세대를 게임으로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Retention) 이유죠.
6. 유행이 꺼져도 고객은 남는다
오래간만에 메타버스의 얘기를 꺼낸 것은 테크에서 언제나 유행과 거품, 그리고 거품 붕괴가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지금 생성형 AI와 AI인프라(반도체+데이터센터)의 붐은 이런 유행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유행이 꺼져도 그대로 앞으론 나아가는 것들이 있어요. 메타버스 3 대장이라고 하는 게임들이 그랬고, '디지털 트윈'으로 설명되는 B2B용 메타버스도 계속 새로운 유스케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유행에서 제대로 된 방향을 가려면 역시 가장 먼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메타버스 게임을 즐기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무엇에 끌리는지, 기업이 확실한 생산성 향상을 느끼고 있는지와 같은 것이죠. 고객을 바라보면서 움직인다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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