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미국 주요 대도시의 사무실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CRE)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공유 오피스 기업은 물론이고, 부동산 임대 기업과 이들에 돈을 빌려준 지역은행도 위기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이 은행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1. 미국 중소은행들, 위기라고
1) NYCB 주가 급락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각)부터 이틀간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가 5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사무용 빌딩 관련 대출에서 대규모 손실 발생이 예견되면서, 작년 4분기에 기존 예상 금액 대비 10배가 넘는 충당금을 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2) 위기에 처한 중소은행들
여파는 다른 지역은행으로 번졌습니다. 웹스터파이낸셜(-4.7%), 시노버스파이낸셜(-4.41%), 밸리내셔널뱅코프(-6.9%),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4.7%) 등 CRE 대출이 많은 지역은행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한 건데요. 미국 지역은행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부분 하락했습니다.
3) CRE 시장의 실태
문제는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작년 4분기 기준, 오피스 담보 대출 연체율은 6.5%까지 치솟았습니다. 2025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의 CRE 대출이 5,600억 달러(약 743조 원)로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체율은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2. 뭐가 문젠데?
1) 빈 사무실이 너무 많아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정착하며 사무실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작년 11월 기준, 미국 상위 50개 도시의 평균 사무실 공실률은 18.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휴스턴(25.4%), 샌프란시스코(24.2%), 시애틀(22.3%) 등 일부 대도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공실률은 사무용 빌딩 중에서 임대가 되지 않은 채 비어 있는 사무실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임대의 수요가 높아질수록 공실률은 낮아집니다.
2) 빌딩 매매가격도 추락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금리 환경에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CRE 매매가격이 추락한 겁니다. 작년 말 기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최고점 대비 21.6%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을 팔더라도 빌딩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다 갚을 수 없게 됩니다. 현재 미국 CRE 대출의 44%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3) 취약한 중소은행들
상황이 이렇게 되자 CRE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지역은행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JP모건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보다 작은 소규모 은행의 경우 평균적으로 CRE 대출이 전체 자산의 28.7%를 차지합니다. 그 비중이 6.5%에 불과한 대형은행에 비해 대출 부실이 발생했을 때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3. 위기 확산 가능성
1) 미국 외에도
이러한 위기는 미국 밖으로도 확산되는 중입니다. 미국 CRE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일본 아오조라 은행 역시 관련 대출 부실로 인한 손실이 예상되며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또한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지난 4분기에 미국 CRE 관련 대손충당금을 1년 전 대비 약 4배 가까이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대손충당금은 기업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생각될 때 회계장부에 미리 '떼인 돈'으로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이익은 줄어듭니다.
2) 한국은 어때
미국 CRE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와 금융사의 손실도 걱정입니다. 저금리 시기 국내 금융사도 미국 CRE 투자를 크게 늘린 바 있습니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55조 8천억 원인데, 이 중 64%에 해당하는 35조 8천억 원 정도가 북미에 몰려있습니다. 전체 부동산 투자 자금 중 20%가량인 11조 6천억 원이 올해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3) 금융 위기 가능성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가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대형 사태로 번지진 않을까 우려합니다. NYCB의 경우 그 규모가 크지 않아 대규모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CRE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추가적인 지역은행 위기와 뱅크런 사태 우려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