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산유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는 그간 ‘오일머니’로 부를 쌓아왔습니다. 그 돈으로 ‘비전 2030’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시행해 석유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하겠다며 야심 찬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런 사우디가 자금난을 마주하자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지분 매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 아람코 매각 추진
1) 매각 발표 예정
사우디가 조만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 매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규모는 100억에서 200억 달러로 예상됩니다. 성공한다면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주식 거래가 됩니다. 이르면 6월 초, 입찰자를 미리 정하지 않는 완전 공개 매각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2) 아람코
현재 시가총액 약 1조 9천억 달러의 세계 최대 석유회사입니다. 사우디의 국영 기업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내 유전을 독점하면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생산해 냅니다. 사우디 정부도 아람코의 배당금 수백억 달러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동종 업계 대비 높은 배당수익률(6.5%)을 자랑합니다.
3) 아람코 지분 현황은?
현재 사우디 정부와 사우디 국부펀드는 아람코의 지분을 각각 82%, 16%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서 2019년에 기업 공개(IPO)를 통해 아람코 지분 1.5%를 민간에 매각하며 294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200억 달러의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사우디 정부의 아람코 보유 지분은 90% 넘게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4) 지금이 적기
사우디 정부는 오랫동안 아람코 지분 매각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매번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최근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전 세계 주식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유가도 수개월 간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사우디 정부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2. 사우디의 재정난
1) 쓰는 돈이 너무 많아
사우디가 아람코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정난 때문입니다. 작년 9월 기준 사우디 국부펀드의 보유 현금액은 150억 달러로 2022년 말 500억 달러에 비해 70%나 급감했습니다. 작년 전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큰 지출 규모(315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 유가 더 올라야
쓰는 돈에 비해 버는 돈은 시원찮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로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사우디 정부의 씀씀이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수준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9% 수준인 약 21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에는 1.6%, 2026년에는 2.3% 규모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8달러는 돼야 사우디가 재정적자를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가 원유 감산을 이어가며 기를 쓰고 국제유가를 부양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 비전 2030
이렇게나 많은 돈이 필요한 건 비전 2030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로 여러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각종 스포츠 투자, 글로벌 항공사 출범, 전기차 제조 허브 구축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출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54억 달러를 투자한 전기차 기업 루시드가 위기를 맞자 10억 달러를 더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3) 비전 2030 프로젝트
2016년 사우디가 발표한 경제 개혁 플랜으로,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업ˑ기술 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하에 여러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서북부 사막 지역에 미래형 스마트 도시를 짓는 '네옴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3. 재정 적자 해결될까?
1) 예정된 지출들
사우디는 국가 차원의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했을 뿐 아니라, 오일머니를 앞세워 각종 글로벌 행사를 유치해 왔습니다. 2029년에는 네옴의 산악지역 트로제나에서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는데요. 인공눈으로 만든 스키장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2030년에도 리야드에서 엑스포가 개최되는 만큼, 앞으로도 사우디가 해결해야 할 재정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2) 네옴시티의 위기
이 와중에 비전 2030의 주요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2030년까지 총 170km 중 2.4km만 완성될 것으로 전망되며 네옴시티 자체를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50만 명이던 수용 목표치도 최근 30만 명 미만으로 크게 낮췄습니다. 사우디의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소식입니다.
3) 외국인 투자 유치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외국인 직접 투자를 연 1,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도 목표치 220억 달러에 못 미친 190억 달러를 유치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추가 자금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2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네옴 사무실을 열어 월스트리트 투자자를 공략하고, 4월에는 네옴 프로젝트의 CEO가 직접 중국과 홍콩에서 로드쇼를 여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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