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의 시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만년 2위 자리에 머물러 있죠. 심지어 후발주자인 인텔의 추격마저 무시하기 힘든 상황인데요. 지난 9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의 새로운 청사진을 발표하며 눈길을 끕니다.
파운드리란 팹리스 업체로부터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전문 생산 업체를 말합니다. TSMC,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파운드리 업체입니다.
1.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
1) 파운드리 포럼 개최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4가 개최됐습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기술적인 성과와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인데요. 이번 포럼에서는 AI를 주제로 삼은 삼성 파운드리만의 반도체 솔루션이 공개됐습니다.
2) 삼성만의 전략
이번 포럼에서 삼성은 통합 AI 솔루션 ‘턴키’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반도체에 들어가는 메모리 생산부터, 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인 파운드리, 마지막 제품화 과정인 패키지 역량까지 모두 보유했다는 점을 삼성만의 강점으로 내세웠는데요. 삼성의 종합 시스템을 사용하면 각각 다른 기업을 거치는 것보다 시간을 최대 20%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턴키(Turn Key)란 한 기업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열쇠만 돌리면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고객사에 넘겨주는 것을 뜻합니다. 주문만 하면 알아서 제품을 만들어 주겠다는 거죠.
3) 첫 계약 수주 성공
턴키 전략의 일환으로 삼성은 일본의 프리퍼드네트웍스(PFN)와 2나노 기반 AI 반도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PFN은 기업 가치가 3조 원이 넘는 일본의 AI 기업으로, 원래 TSMC에 생산을 맡겨왔습니다. 오는 2025년부터 삼성이 PFN의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4) 최첨단 기술 개발
한편, 삼성은 최첨단 기술 개발 상황도 공유했습니다. 하반기부터 2세대 3나노 공정에는 보다 발전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적용될 예정인데요. 10일 저녁(현지 시각) 파리에서 개최되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될 갤럭시워치7에 이 기술을 적용한 칩이 탑재됐다고 하죠. 하나의 패키지에 서로 다른 반도체를 넣는 2.5차원 패키지 기술도 올해 안으로 개발해 이번에 수주한 일본 PFN의 AI 가속기 생산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란 반도체 내에서 전류를 조절하고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누설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4가지 면을 모두 게이트로 둘러싸는 구조를 뜻합니다.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에 전압이 가해질 때만 동작하죠. 이 구조 내에서는 전류를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2. 파트너사 협력도 확대해
1) 세이프 포럼
파운드리 포럼과 함께 삼성 첨단 파운드리 생태계 포럼도 동시 개최됐습니다. 삼성과 협력하는 파트너 기업이 모여 자사 기술을 소개하고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을 도모하는 자리인데요. 총 35개의 협력사가 부스를 열어 삼성 고객사를 위한 지원 솔루션을 공개했습니다.
2) DSP 기업
이번 포럼에서 삼성은 디자인솔루션(DSP)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사가 DSP 기업을 통해 삼성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시제품 생산 등 지원을 확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번에 수주한 일본 PFN과의 계약도 DSP 기업인 가온칩스와 협력한 결과였죠.
디자인솔루션(DSP)은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기업이 제조할 수 있도록 파운드리용 도면을 그리는 것을 뜻합니다. DSP 기업은 이외에도 회로 분석, 설계 오류 수정, 최적화 등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다리 역할을 하죠. 칩 설계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DSP 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집니다.
3) 다방면으로 협력
삼성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합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출범한 2017년 당시 14개 사였던 협력사는 현재 50개 사로 크게 늘었는데요. IP 기업은 반도체의 특정 기능을 회로로 구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4) MPW 서비스 제공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팹리스 기업에 제공하는 MPW 서비스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MPW란 하나의 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배치해서 시험용 반도체를 만드는 방식인데요. 팹리스 기업은 제조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죠. 올해는 작년보다 10% 늘려서 총 32회 진행됐고, 25년에는 35회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3. 그래도 TSMC에는 역부족?
1) 시장 압도하는 TSMC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TSMC는 현재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 물량 대부분을 담당합니다. 엔비디아는 3년 뒤 공급할 AI 반도체까지 TSMC에 맡겼고,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여러 빅테크 기업 물량도 모두 TSMC가 가져갔는데요.
2) 삼성전자, 아직 역부족
반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11%로 2개 분기 연속 하락세입니다. 61.7%로 상승세를 유지하는 TSMC와 사뭇 다른 분위기죠. 중국의 SMIC, 미국의 인텔 파운드리 같은 최근 떠오르는 경쟁사도 걱정할 상황입니다.
3) 이유는 뒤처진 기술?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느린 신기술 도입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신호를 광자로 전달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2027년까지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인텔은 이미 해당 기술을 시연한 바 있고, TSMC는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이르면 내년에 양산할 예정이죠. 전력선을 웨이퍼 뒷면에 배치하는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도 인텔, TSMC보다 2년 이상 뒤처진 상황입니다.
4) 낮은 수율도 문제
아직까지 낮은 수율도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GAA 구조 기반 3나노 공정에서의 수율은 50% 중후반대 수준인데요. 같은 공정에서 60% 후반까지의 수율을 달성한 TSMC와의 격차가 큽니다. 수율이 낮아 불량품이 그만큼 많이 나오면 회사의 수익률을 크게 저해할 뿐 아니라 고객인 팹리스의 신뢰도 잃을 수 있죠. 팹리스 입장에서는 수율 문제로 칩 제작 공정에 차질을 빚고 제품 공급이나 출시가 연기되는 등의 돌발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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